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금테두리 대장나무

in #kr7 years ago (edited)

대문.png

금테두리 대장나무 @jjy

들켰다. 초록으로 챙챙 싸맨 눈부신 금빛을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었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 다다르자 은행잎도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래삼거리에서 만나는 은행나무의 노르스름한 잎이
심하게 흔들리던 밤이 지나고 미처 여물지 않은 은행알이
밟혀 터져 고약한 냄새에 인상을 쓰며 피해가고 있다.
조금만 있으면 금빛 손짓에 눈을 떼지 못할 터이고
비닐장갑을 끼고 은행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을엔 자주 보게 된다.

약국에서 오는 길에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늘 지나치던 길이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은행나무였다.
그렇게 있는지 없는지 무심하게 본숭만숭하고 지나다니던
풍경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다른 것 같다.

파출소 앞에는 제법 큰 은행나무가 몇 그루 줄지어 서 있는데
가을이면 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가 있어
흔히 생각하는 파출소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왠지 한 번 들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들어가면 예의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친절한 경찰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 대신 따뜻한 차를 권할 것 같
은 기대가 생긴다.
물론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못 가도 서운하지 않은 곳
세 곳이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병원이고
두 번째가 경찰서
그리고 세 번째가 장례식장이라고 한다.
병원이나 장례식장은 살면서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경찰서는 본인과 주변에서 잘 만 하면
평생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몇 몇 나무는 보통 노란 물이 배어나오는데
한 나무는 특이하게 초록 잎새가 금테를 두르고 있다.
파출소 앞이라 나무도 경찰 모자를 닮아가는 모양이다.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치던 경찰 모자가 유심히 보니
금색 테두리가 있었다. 알고 보니 소장님이시란다.

파출소 앞 은행나무도 대장나무가 있는 줄 몰랐다.
이제부터 그 나무를 대장나무라고 불러주면
대장나무가 이 동네 나무들을 잘 지켜 줄 것 같다.
부하나무를 세 그루나 거느린 대장나무의 금테가
나날이 뚜렷해지고 가을도 점점 짙어가고 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은행나무를 멋지게 표현해 주셨군요... 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이곳은 가을이 발밑에까지 왔습니다.
건강하세요.

시엄닌 해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김장해야한다고 하시더군요
이곳은 아직 더 있어야 합니다^^
월욜 은행잎 노랗게 물든 예쁜 곳 구경갑니다 ~~~

이달 하순이면 김장 시작합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춥기 전에 하거든요.
그것도 밭에서 절여 씻고 속넣고 고기 구워먹고
김장 속보다 얼굴이 더 빨간 여자들이 하하 호호 하면서
소풍 잘 다녀오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30
BTC 65185.94
ETH 2630.94
USDT 1.00
SBD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