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가을 밟기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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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밟기 @jjy

모처럼의 산행이다. 오늘 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형제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술도 거나한 사람들에게 올가을의 마지막 단풍이라며 충동질을 했다. 어머니께도 이렇게 식구들 다 모이기 쉽지 않으니 다 같이 가자고 해서 기사 두 명을 지정해 술을 못 마시게 하고 자리를 끝냈다.

지정한 기사에게 핸들을 잡게 하고 ‘잣향기 푸른숲’으로향했다. 익히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잣향기 푸른숲’은 단위면적당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분출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자주 가고 싶지만 막상 쉽게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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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산모롱이를 돌아 경사진 언덕길을 올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선다.
매표소에서 1인당 1000원의 입장료 9000원을 지불한다. 우리 일행 열 명에서 어머니는 면제되고 9명의 입장권을 끊었다. 입장료에 승용차 2대 주차비까지 포함 되어 아주 저렴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잣나무 숲이 반겨준다. 오후부터 바람이 심해지면서 겨우 매달려 있던 나뭇잎을 흔들어 바스락거리며 떨어진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잣나무 잎이 날리는 모습이 마치 물잠자리 떼가 날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조금 지나가면서 빨간 단풍과 노란 국수나무가 키를 재며 어울리고 간간이 진달래나무가 곁에서 까치발을 하고 있다. 이곳은 다른 수목원과는 달리 그렇게 인위적으로 꾸미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곳이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지금도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방앗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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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니 화전민 마을이 있고 숯가마도 재현해 놓았다. 화전민 마을 앞에 산수유가 햇살에 빨간 열매를 자랑처럼 드러내고 있다. 잠시 정자에 앉으려다 바람을 싫어하시는 어머니가 걱정 되어 쉼터에 모시고 들어가라고 딸에게 전화를 하니 벌써 차로 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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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으면서 발에 적당한 자극이 온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땀이 나서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며 숨을 고른다. 청설모가 물어다 버린 빈 잣송이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물소리가 땀을 식혀준다. 식구들을 기다릴 겸 잠시 샛길로 들어서 보니 산이라 벌써 서리가 내린 듯하다. 군데군데 까맣게 절은 흔적이 보인다. 살면서 마닥뜨리는 어쩔 수 없는 아픔이 저렇게 상처로 남겠지 하는 생각에 말 한 마디라도 가시를 바르고 서슬을 죽이는 훈련을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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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방댐이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산 중턱을 지나 만나는 호수가 아늑하다. 하얀 반달이 먼 하늘에서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가장자리에는 부들이 마른 잎으로도 꼿꼿이 서 있고 가까운 산은 수면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쑥부쟁이가 찬바람 속에서 창백한 얼굴로 웃고 있고 억새꽃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산속의 밤을 견뎌야 할 것 같다. 산속은 이미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갔다.
누구나 이루지 못한 소원을 하나쯤 간직하고 살고 있는지 길가에 쌓은 조그만 돌탑이 늘어난다. 돌탑을 쌓는 마음은 또 얼마나 간절할까, 전화가 계속 울린다. 어디쯤 오느냐고 독촉이다.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지루한 법이니 걸음을 서두른다.
온 산에 사무친 가을이 내 발길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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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잣향기 푸른숲.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인터넷 검색했더니 가평이네요. 미리 좀 알았더라면 엄마 모시고 갔을텐데 아쉬워요. 내년 가을엔 아이들 몽땅 데리고 엄마 모시고 추워지기 전에 일치감치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네 아주 좋은 곳입니다.
조금 경사가 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쉴 수 있고
사람이 아주 많은 편도 아니고
시간 내셔서 다녀가세요.
감사합니다.

발끝에 가을을 끌고 내려오셔서 그런지..
엄청 추워졌습니다... ㅋㅋㅋ
행복한 가족 나들이셨군요.
어머님처럼 연세 드신 분들은
이런 날씨에 특히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어요.
오늘 아침 영하 4도였습니다.
두꺼운 패딩입고 다녀요.
올때는 가방에 넣고 오면서
평안한 밤 되세요.

가을느낌 물씬~사진이 한장한장 너무 예뻐요~ㅎㅎ공기도 너무 좋아보이고^^즐거운 시간 되셨겠어용!

산을 들어서면서부터
페가 활짝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잣향기 푸른숲에
가을이 왔네요
가을 밟기 많이 하세요

억지를 부려서 시간을 냈어요.
늦게 가서 빨리 내려와야 했지만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후 님도 가시면 좋은데
감사합니다.

정말 풍경이 멋있습니다. 색도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연의 품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눈이 시원해지는 경치네요~
가끔씩 자연과 함께하는게 좋은것 같습니다ㅎ

사람이 아무리 재주를 부린들
자연처럼 아름다울 수 있겠습니까
온 몸의 세포까지 씻은 느낌입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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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며칠간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이스팀으로 간간이 접속하다보니
여러모로 불편하더군요.
이제야 읽기 시작합니다.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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