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in #kr7 years ago (edited)

대문.png

이모의 전성시대 @jjy

모처럼 한가한 틈에 눈을 드니 쪽빛 하늘을 달려온다. 마음은 벌써 새털구름을 따라나선다. 어느 곳에도 매이지 않는 한량키 어려운 자유를 좇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름이었다. 본시 고명딸로 자란 나를 이모라고 부를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키도 훌쩍 크고 머리는 거의 금발에 가까운 빛나는 갈색머리를 날리고 하의실종이라는 핫팬츠 차림의 생전 처음 보는 아가씨로부터 듣는 호칭이라 당연히 내가 아니려니 했는데 아예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내 팔을 잡는다. 순간 당황했고 무슨 일인가 싶어 경계를 했으나 곧 마음을 풀고 그 예쁜 숙녀의 말을 기다린다.
“여기 백련사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요?”
걸어가기는 힘들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며 요금이나 시간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금새 얼굴만큼이나 예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풀나풀 남자친구에게로 달려가서 그의 팔을 끼고 사라진다.

한 때 여자들끼리 뭐라고 부르기가 애매한 경우 언니라는 호칭을 쓴 적이 있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언니라는 호칭은 여자가 손위 자매를 부르는 말인데 어느 시기부터 훨씬 나이가 어린 여자에게도 망설임 없이 언니로 불렀다. 길에서도 언니, 백화점에서도 언니, 음식점에서도 언니 그저 언니, 언니면 그냥 통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 변형이라고 할지 요즘은 너나 없이 그냥 이모로 통한다. 나와 그 사람의 엄마가 하다못해 의붓자매라도 되는지 따지고 드는 사람도 없다.

이모라는 호칭이 자꾸 듣다 보니 왠지 정감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고모보다 훨씬 다정하게 들리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나를 끔찍이 아껴주시던 고모들을 생각하면 참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솔직한 마음이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더 따르고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으니 그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외가는 벼르고 별러 무슨 날에나 친정 나들이 하시는 엄마를 따라 가는 곳이니 외할머니야 쓰다듬고 물고 빨고 한들 낯설기도 했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외사촌들과도 며칠 노는 동안 좀 사귈 만하면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곤 했으니 지금의 세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끔 동네 목욕탕에서 만나는 친한 사람들과 하는 말이 딸 없는 여자는 마음이 한데라는 말을 한다. 다들 딸이 뭘 사다주고 집안 행사도 딸들이 의논해서 진행 하고 통장에 돈도 넣어 드린다고 자랑이다. 아들이 뭐 해준다는 말은 없고 아들 얘기가 나오면 채 끝나기도 전에 며느리 흉으로 이어진다. 점점 허전해 지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터에 아들 하나 낳아 키우는 내 마음은 벌써부터 한데처럼 스산해지고 아쉬운 대로 이모라는 호칭에 빨리 적응해서 공짜배기 조카들이라도 많이 두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으려나 싶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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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여기 반찬좀 더주세요!! 라고 자주 했는데 이모라는 말 정말 친근감있죠^^

벌써 몇 년 지났지요?
삼둥이들이 음식점에 가면 이모님 하고 부르던 모습이 참 귀여웠어요.
그러면서 더 유행을 타지 않았나 싶어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

감사합니다.
오늘밤은 조금 시원해진것 같지요?
굿밤 되세요.

Definitely worth an upvote and a resteem :]

감사합니다.
꽃을 사랑하시는 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빗소리가 더위를 식혀주나봅니다.
편안한 밤 지내세요.

조금 더 시원한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좋은 밤 되세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 하는 것도 일입니다..

제 의식은 자전거
시대의 흐름은 ktx 같아요.
자고 나면 변하는 세상
어느정도는 따라가야 하는데

편안한 밤 이루세요.

이모라는 말은 정말 친근한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요?
사회가 점점 모계친화로 기울다보니
이모가 엄마 다음으로 가까운 보호자가 되는것 같아요.
우리 아이도 어릴때 이모라고 하면 참 좋아했어요.

이모라는 말도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친숙한 뜻인데 우린 고모보다 이모를 많이 찾는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지요.
예전에는 출가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출가라는 말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남자쪽이 출가를 하는 날이 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감사드려요.
평안한 밤 지내세요.

저도 고모보다 이모가 친숙한데 저만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ㅎㅎ

앞으로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느끼고
오히려 친가쪽이 어렵고 어색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세상은 모계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니

빗방울이 시원한 잠을 주지 않을까요?
살짝 기대되는 밤입니다.
감사드려요.

어느새 @jjy님 글이 이렇게 많이 쌓였습니다.
좋은 글 읽어내려 가야는데, 퇴근이 늦어....헉헉헉......
우선열기를 좀 식히고 다시 또 와야겠습니다 >,<

그렇게 하세요.
일단 열기를 식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예~~옙, 이제야 하루 일을 정리하는 퇴근 시간입니다. 이제야 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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