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낙숫물 소리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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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숫물 소리 @jjy

요즘엔 봄을 알리느라 그런지 비가 잦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낙숫물 소리에 잠을 깨는 아침
조금이라도 빨리 봄비를 만나고 싶어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과
매달리는 새벽잠을 뿌리치고 일어납니다.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낙숫물 소리의 정겨움을 모르시겠지요.
한 방울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는 청아한 소리
그 소리를 두고 어떻게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낼 수가 있을까요.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저는 다관에서 찻물 따르는
소리보다 낙숫물 소리를 더 좋아합니다. 이 소리는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질 때 수면에 조약돌이 수면과 닿을 때 나는 소리와 아주
흡사합니다. 바로 이때 수면에서는 예전에 우유 광고에서 보여준
왕관현상이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출렁임이 가라앉으면서
수면에 나이테처럼 동그라미가 하나 생기고 점점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면서 동그라미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아하는 소리 중에 자수를 하기 위해 수틀을
메우고 팽팽한 긴장을 느끼면서 처음 바늘을 꽂을 때 천이 바늘에
뚫리는 순간 나는 소리입니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소리인데 그 소리가 묘하게도 낙숫물 소리를 닮았습니다.

며칠 전 눈이 온 다음날 그러니까 물오름달 첫날 설경을 보러 가까운
곳으로 나갔는데 양지쪽에는 눈이 녹아 나뭇가지마다 수정알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 수정알이 떨어질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물빛처럼
맑고 투명했습니다.

낙숫물 소리가 본시 맑고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까지 정갈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그런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일화를 소개합니다.


어느 깊은 산중에 화전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 한 집에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 딸 남매를 기르며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서로 위해가며 단란하게 살았다.

부지런한 남자는 새로 화전을 일굴 땅을 마련하느라 나무를 베고
가시덤불이나 잡풀을 캐내며 일을 하느라 해가 저무는 것도
몰랐다. 산골에서는 해가 지면 바로 어두워져 캄캄한 산길을
혼자 길을 걸어오다 그만 발을 헛딛고 벼랑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온갖 상상을 하며 기다리던
아내가 이웃에 부탁해서 찾아 나선 이웃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옮겼으나 며칠 못 가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홀로된 아내는 아들딸을 기르면서 힘들게 화전을 일구며 살았고
그 때도 지금처럼 이른 봄이었을까, 봄비가 밤을 새워 내리고
슬픈 아내의 마음을 달래려는 남편의 마음처럼 다음 날까지 이어져
바깥일은 하지 못하고 방에서 바느질을 하며 아들의 글공부를
보살피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남편 없이 고된 일에 매달리다 모처럼 방에 있으니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바느질거리를 손에 든 채로
병든 닭처럼 졸다 비스듬히 벽에 기대고 잠이 들자 아이들이
고단한 엄마에게 베개를 받쳐주고 달게 잠에 빠져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 낙숫물 소리에 잠이 깨어 방을 살펴보니
어린 남매도 잠이 들고 밖은 깜깜한 밤이었다. 저녁도 굶고 그대로
잠이든 아이들이 딱해서 이불을 잘 덮어주고 군불이라도 때려고
부엌으로 들어가 불을 지핀다. 한참을 불이 타고 있는 아궁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립고 아이들과 살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눈물이 흐르는 게 연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려 뒤꼍 우물로 나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바가지를 엎어두고 그대로 비를 맞고 서있었다. 그런데 낙숫물 소리에
여느 때와는 다른 소리가 섞인 것 같다. 십여 년을 사는 동안
한 번도 못 들은 소리가 들려 이상하게 생각하며 소리 나는 곳을
찾았다.

이상한 소리의 발원지는 산속에 들어오던 해에 남편이 지은 김칫각
처마 밑이었습니다. 호미를 찾아 처마 밑을 파보니 조그만 노구솥이
묻혀 있어 들어내 뚜껑을 열어본 여인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노구솥 안에는 금덩어리가 가득했다.

평생 처음 보는 금덩어리가 지금 자기 손에 있다. 순간 마른침이
꼴깍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이 금덩어리면 평생을 고생 안 하고
아이들도 호강 시키며 살 수 있는 재물이다. 한참을 보고 있던 여인은
노구솥 뚜껑을 덮고 처음 있던 대로 묻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아이들 곁에 누웠으나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난 뒤였다.

밤새 뒤척이다 무슨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듯 베개를 뜯고 그 속에
감추어 둔 봉투를 뜯었다. 그 봉투는 시집오기 전날 친정아버지께서
주신 것이었는데 목숨을 걸어야 할 위기가 왔을 때 열어보라고
하시는 말씀에 지금껏 간직했었다.

첫닭이 울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였다. 그리고 주먹밥을 만들고
급한 옷가지며 몇 가지 짐을 챙겨 동이 트기 전에 동네를 빠져 나왔다.

여인은 한양으로 와서 삯바느질을 하며 아들은 절에서 공부를 시켰다.
다행이도 아이들은 총명해서 딸도 곱게 자랐고 아들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를 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딸을 앉혀 놓고 산속 화전민
시절 얘기를 하며 그간의 사정을 들려주었다.

두 부부는 원래 천민이 아니었다. 친정과 시댁은 아버지들이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였다. 신랑 집이 역모에 연루되어 삼족을 멸하는
화를 당하게 되자 친정도 그 불길을 피할 방도가 없었다. 우선 신랑을
구해내고 미리 산속에 금을 묻어놓고 둘을 짝지어 숨어 살게 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세상에 나오는 것으로 계획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친정아버지는 모든 일에 대비해서 딸에게 비망기를 적어 주었다.

여인에게 금덩어리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그 금덩어리는 아버지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대로 묻어놓고
야반도주를 해서 아들에게 뜻을 세우고 매진하도록 격려했다. 그리고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그 뜻을 이루고 친정과 시댁 양가의 권세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봄비는 또 다시 내리겠지.
땅을 열고
새 순을 틔우고
그리고
묵은 생각을 씻어 주기 위해서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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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봄비처럼 포근한 봄이 어서 다가와주길 바래봅니다 ^^

저도 하루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지혜로운 여인이자, 어머니네요.ㅎ 눈앞의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데 이 정도 되려면 큰 내공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고 싶어지네요.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아들이 집안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저 같으면 그 금덩어리를 당장 파내어 뭐할까? 생각했을텐데 아들들이 장성해서 다시 가문을 중흥시킨 이유가 있었네요 ..

저도 금덩이부터 챙길 것 같아요.
나중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는 하겠지만

와!! 잘됐다
금이 있으니 이제 고생 안 해도 되겠네...
했는데...
이야기속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돼요

낙숫물 소리...
가장 듣기좋은 알람소리네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지요.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번민이 컸을지요.

한방울 톡 떨어지며 나는소리
그 소리의
여운이 채 가기전에 다시 한방울...
고향이 시골이라
비오면 비오는 데로 바람이 불면 부는데로
운치있고 정감깃든
그소리에 잠시 저도 시골에서의 어린시절
을 떠올리며 동심의로
갈수가 있었네요!!!

지금은 모든 계획이 교육에 맞춰져 있지만
그 때는 아이들이 놀 수 았었지요.

아주 훌륭한 여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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