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ey - 왼손 엄지의 비애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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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엄지의 비애

오늘만 해도 벌써 몇 차례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조심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옷은 뜯기고 난 뒤라 들여다봐도 소용이 없다. 통증은 차차 사라졌지만 마음은 아직 자연스럽지 못하다. 갈라지고 들뜬 손톱을 스치는 모든 것을 할퀴고 지나간다. 머리를 감을 때 아차 하면 손톱이 갈라진 틈새로 들어가 칼날이 생살을 파고드는 통증에 놀라 손을 감싸 쥐고 한참을 그대로 서 있어야 했다.

사고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그날따라 여유 있게 회의에 참석하려고 일찍 집을 나섰다.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모든 동작이 멎었다. 의아해서 바라보는 시선에도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하고 절절 매는 나를 보고 오히려 나보다 더 놀라서 모여 들었다. 도어를 닫는 순간 손가락 끝에 불이 붙는 것만 같았다. 내가 미처 손을 빼기도 전에 문이 닫히고 손가락이 문틈에 끼고 내 손톱은 파란 잉크색 얼룩이 생겼다. 주위의 도움으로 얼음찜질을 하고 바로 길 건너 약국으로 달려가서 약을 복용하고 상처에 바르기도 했지만 결국 멍 자국은 손톱 뿌리 부분을 지나 손가락 마디까지 내려오며 부어올랐다. 손가락의 붓기는 며칠 지나자 빠졌지만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아픔을 호소할 때마다 그깟 손톱이나 조금 다치고 엄살이 심하다고 놀린다.

우리는 흔히 첫째 또는 제일이라는 표현을 할 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그러다 보니 오른손 엄지 또한 중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왼손 엄지는 오른손 엄지처럼 대접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첫손꼽는 일에 뽑히지도 못하고 다른 손가락처럼 반지를 끼우는 일도 없고 그냥 언제나 그 자리에 달려있는 손가락처럼 치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손을 다치고 불편함을 겪다보니 왼손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진다. 무슨 물건을 잡을 때에도 고정하기가 힘들고 불편함이 커질수록 엄지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밴드로 감고 있으려고 했지만 여름철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해서 다음 날에 바로 풀었다. 그냥 두고 보자니 보기 흉하고 신경이 쓰여 이번 기회에 요즘 유행하는 화려하고 예쁜 인조손톱을 붙이면 어떨까 해서 네일아트숍에 알아보니 그건 오히려 치료도 늦어지고 염증을 일으키거나 새 손톱이 제대로 나지 않을 수가 있다고 해서 그것도 포기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두어 달 지나면서 멍자국도 희미해지고 조금씩 새 손톱이 자라고 그에 맞춰 다친 손톱은 밀려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던 손이 지금은 그런대로 적응을 한다. 그렇지만 손톱 덕에 이 더운 날 호강 아닌 호강도 한다. 음료수 하나도 일일이 따 주어야 먹고 작은 물건도 잡고 있을 수가 없게 되자 웬만한 일에서는 조금씩 꾀를 부려도 되게끔 되었다.

평소 제대로 살펴 주지도 않은 손가락에 달린 손톱이 나를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감마저 든다. 하기야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온 일이 비단 손톱뿐이겠는가. 무엇이든 있을 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 지나고 나서야 무심함을 뉘우치는 일이 많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인연,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의 삶에 동행하는 자연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벌써 삼복이 다가온다. 곧 장마도 끝날 테고 여름도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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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쓰신건가요?? 글을 굉장히 잘쓰시네요 !! 소통해요 맞팔부탁드려도될까요?

감사합니다.
저도 기쁘게 맞팔합니다.
편안한 밤 지내시고
새로운 한 주 기쁨으로 맞으세요.

다치셨군요 ㅠㅠ

조심하셔요...... 특히 여름에는 조심 하셔야 됩니다!

빨리 낫기를 기원합니다!

그때는 정말 아찔했지만
잘 아물어서 지나간 얘기입니다.
편안한 밤 지내시고
새로운 한 주 활기있게 시작하세요.

다치면 아니 되옵니다. 조심 하셔요.

평소에 조심하는 편인데
이젠 괜찮아요.
계신 곳에도 비 많이 오지요?
새로 맞이하는 한 주간
맑은 마음이시길...

난 양손에 엄지를 들어 최고를 말합니다.
양손에 엄지를 치켜 세워 최고라는 표현을 해보세요
비로서 나까지 최고가 됩니다.

이글도 그렇게 보입니다.

진작 그럴걸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나까지 최고가 되기 위하여

감사합니다.

그 아픔은 말로표현 할수없지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고생 많으셨네요
글 잼나게 잘 읽고 있어요

그 순간은 어떻게 표현이 안돼요.
그냥 머리가 텅비고
온 몸의 신경이 다 그리로 쏠리는 것 같아요.
비오는 날
뽀송한 마음이시길

좋은글에 풀보팅
예로써 접합니다

감사합니다.
빗소리가 거센 아침
마음만은 맑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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