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강변을 거닐며

in #kr6 years ago

대문.png

강변을 거닐며 @jjy

가을의 뒷모습이라도 볼 겸 모처럼 강변을 거닐었다.
나뭇잎은 떨어지기 전 색이 죽어 마른 잎이 되어 바람 불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몸을 뒤척인다.

아직 잔설이 희끗희끗할 때 제일 먼저 연둣빛으로 아른거리며 봄을
부르던 버들가지는 가을바람에 초록을 다 잃고 누런 얼굴이 되어
바람받이에 서서 허룩해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기에는 소나무나 대나무를 절개의 상징으로 여겼고
버드나무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하여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잎을 틔우고 비록 꽃을 피우지는 못하였어도
봄이 오고 있다는 설렘으로 꽃보다 먼저 우리에게 봄을 느끼게 하는
게 다름 아닌 버드나무였다.

그렇게 버드나무는 봄을 알리는 역할도 했지만 뼛속까지 스미는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스러지는 풀잎과 나뭇잎을 보며 가을이 빗장을 거는
순간까지 그 자리에 의연하게 서서 강물위로 출렁이는 햇살을 빗기고
있다.

겉으로는 연약하지만 결코 떠나지 않는 적막한 종택을 지키는 종부의
흰 머리카락처럼 쓸쓸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늦가을이 저물고 있다.

20180330_160830-1.jpg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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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따지고 보면 약한 나무란 없겠네요 늘 온갖 계절을 이기고 살아남는 나무들...

저는 버드나무를 보면
춤이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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