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명작...내 발을 묶어 놓은 그 그림. (일기체로 적었습니다. 반말이 아니니 오해 마시구요 ^^;)

in #kr7 years ago (edited)

뭔가에 홀린 듯. 이 그림과 마주하고 움직일 수 없었다.
찬찬히 뜯어 볼 수록, 무서움이 밀려 왔다.

그 넓은 루브르를 걷다가, 내 발과 시선은 한 장의 큰 그림앞에서 한 동안 묶여 버렸다.
모니라지며, 비너스 상이며, TV나 사진으로 워낙 많이 봐서 일까,
실제로는 별 다른 감흥이 없어, 기념 사진 찍듯 사진 몇 장 찍고, 돌아다니다가,
이 그림과 만나게 된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그때 당시엔 한국어 안내 책자도 없던 시절이라,
그저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 그림을 훑었는데, 보면 볼수록, 무서움이 커져 왔다.

이 그림을 처음 본 것이 2000년 10월. 대학 졸업 전, 아직 사회인이 되기 전이 었다.

찍어둔 사진 필름이 워낙 많아, 인화를 하려고 해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2000년 당시 필름 카메라)
그림의 제목도, 화가의 이름도 모른 채, 가끔씩 떠오르는 이 그림....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그림이 문득문득 떠올랐고, 다시 보고 싶었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다시 찾아 본다는게,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일정에, 루브르를 끼워넣었다.
그렇게 7년만에 다시, 박물관을 찾았을 때, 그 넓은 박물관을, 아무 정보도 없이,
한정 된 시간에, 그 그림을 찾기란, 그저 운에 맞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결국 다시 보지 못하고, 다음 일정으로, 나와야 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하루는 작정을 하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구글링을 미친듯이 하다가, 이 그림을 드디어 찾게 된다.

지데로 트로종(ANNE-LOUIS GIRODET TRIOSON)의 대홍수(SCÈNE DE DÉLUGE)

그제서야, 이 그림에 대한 작가의 이름, 작품명,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무교인 나로써는, 이 그림을 보고, 노아의 방주나, 대홍수를 떠올리긴 힘들었다.

이 그림을 마주 했을 때, 느낌은..."가장의 무게" "남자의 인생" 이런 것....

그림을 찬찬히 보면, 그럴만도 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 부러지는 나뭇가지를 한 손으로 부여 잡은 남자.
  • 그 남자의 등에 매달린, 노인
  • 기절 한 듯한 눈을 감은 아내로 보이는 여인과,
  • 그 여린의 품에 안긴 아기와
  • 그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기어 오르는 어린아이...

부분 부분 나누어 보면 더 살벌하다.
(그림 해석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위 첫 그림을 충분히 보시고,
아래 내용 - 제 주관적인 느낌-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정신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는 노인.
하지만 살기 위해, 한 팔로 남자의 목을 힘껏 휘어 감고 있다.
(노인 근육이 남자 목이라도 꺽어버릴 기세다)
다른 손엔 무엇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주머니를 꼭 쥐고 있다.
안에 금화가 든건지, 뭐가 든건지 모르겠지만, 저 상황에 저게 중요하진 않는데 말이다.
상황을 외면 하려는 것인지 두 눈은 무심한 듯 감고 있고....

남자의 눈을 보자...
그야 말로,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목을 죄어 오는 노인의 팔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이미 절반이상이 부러져있다.

목숨이 걸린 이 긴급한 상황에, 무심하게 두 눈을 감고 있는 저 노인이 야속하게 보인다.


발까락으로라도 뭔가를 움켜 쥐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손을 놓지 않으면, 모두 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있고....
하지만 놓을 수는 없다.....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아내로 보이는 듯한 여인은 이미 정신을 잃은 듯 하다.
정신을 잃은 상황에서도 한 팔로는 아기를 꼭 안고 있고,
자신의 머릿채를 내어주어서라도, 다른 자식을 매달리게 끔 한다,
그 어린 자식은, 엄마의 머릿채를 힘껏 움켜 잡고 오르려 한다.


절벽 아래는 시신이 떠다니는 물....
대홍수가 나, 사람들이 죽어 떠내려 가는 장면이다.

다시한번 전체 그림을 보자....

난 왜, 이 그림을 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의 무게"라고 느껴졌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 그림을 본 첫 느낌이 그러했다.

  • 무심한 듯 하지만, 묵직하게 매달린 부모의 기대..(힘껏 목을 휘어 감고 눈을 감은 노인)
  •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있음)
  • 육아에 지친 아내와 그런 속도 모른 채, 매달릴 곳이라곤 엄마 밖에 없는 아이들...
  • 이 중심에 한 남자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부러지는 나뭇가지를 잡고있다.

보기에 편한 그림은 결코 아니다.
이 그림 역시,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느낌과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림 앞에서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적도 없었고,
기억에 이렇게까지 오래 남는 그림도 아직까지 없다.
미친듯이 인터넷을 뒤져, 그림을 찾아냈고, 제목과 그 내용을 보고 나서야,
왼쪽 아래, 물 위에 떠가는 시신이 대홍수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수 많은 작품이 전시된 세계적인 박물관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이 그림.
그렇다고, 집에 걸어 놓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종종 이 그림이 떠오르곤 한다.

언제 또 루브르에 갈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간다면,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둘러 봐야 겠다.
또 다른 나만의 명작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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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처음 봤네요. 오...임팩트 쩝니다.
노인은 저승사자인 모양입니다.

처음봤을 땐, 악마가 매달려, 거래를 하려는 건가 하고 생각 했습니다.

"이봐..친구...금화를 줄테니, 그 잡은 손을 놓고, 자네만이라도 살게...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있어...자네만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라고
속삭이는 건가...하구요...

계속 보니 악마는 아닌듯 한데...볼수록 참...긴박감 엄청난 그림입니다.

저도 그림엔 문외한이지만 이 그림 정말 강렬하네요. 제목을 알고나니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더 강함이 느껴지네요. 오랜만에 좋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슈퍼해피워킹맘님 안녕하세요.
글 읽을 때 마다, 속으로 "슈퍼"라고 붙여 봅이다. ^^
매번 일상의 좋은 이야기들ㅡ 저역시 잘 보고 있고, 감사드려요 ~ ^^

임팩트 장난아니네요ㄷㄷㄷ 게다가 쉬운 풀이설명까지 감사합니다. 그림을 자꾸 보게됩니다ㅎㅎ

뭐가 그리 급한지, 급히 적느라 오타 풍년이네요...ㅋ
본문 내용 오타 수정해봅니다. ^^;

님덕분에 이그림을 알게되고
님만의 해석으로 다시한번 더 이그림을 알게되네요,
굿.😊

전 그림엔 문외한이라, 그저 처음 받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해석(?)아닌 해석으로 끄적거려 봤습니다. 부끄럽습니다. ^^;

쟈니님 설명을 듣고 보니 저도 크게 공감이 가네요.
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왠지 처절함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자꾸 감정 이입하면 안되는데...)

다음엔 좀 더 희망적인 그림을 올려야겠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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