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21] 행방불명 그리고 실종
“선배…나도 끼워줘.”
“공부만 하던 놈이 어쩐 일이야? 그냥 공부나 하셔…”
“나도 나중에 결혼해서 아빠되면,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싶어서..^^”
민주화 운동으로 데모가 한창이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후배 녀석이 데모현장에 같이 가자며 찾아왔다. 이미 몇 번의 연행으로 경찰서에 이름이 올라가 있던 그는, 물고문까지 받았고, 어지간한 데모현장에서 잡혀도 덤덤했던 그에게 샌님 같은 후배가 찾아왔다.
빽이 통하던 시절,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경찰서에 연행이 되어도 쉽게 풀려났는데, 이를 아는 그의 주변인들은 간혹 그의 이름을 대고 풀려나는 경우가 있었다.
“야…혹시나 잡혀가면, 내 이름말해. 큰 데모나 큰 사건 아니면 풀려날거야. 다치지 말고…알았지?”
그렇게 그 샌님은 몇 차례 데모를 나갔고, 한번은 연행이 되었는데,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그의 말대로, 그의 이름을 댔고, 그는 풀려났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그 후배… 2018년 현재, 실종 4년째다.
졸업 후 그는 작은 중소 기업에 입사를 했고, 그 후배는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느 회사원처럼 그는 밤을 낮 삼아 일했고, 어렵사리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
“하~! 그땐 정말 미치겠더군. 그 더운 여름날에 완전 개고생했지”
자동차회사의 공장에 작은 설비를 설치하러 간 그는, 짐을 실고 간 차가 그 회사 자동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받고,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하나하나 짊어매고, 그 넓은 자동차 공장 안 까지 짐을 날랐다고 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자동차 공장이 어디 보통 넓어? 그 더운날, 땀으로 샤워를 하듯이 하고, 간신히 짐 옮기고, 설치를 했지. 두 시간이면 끝날 일을 하루 온종일 한 거야. 나쁜 놈들….”
그런데,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수금을 하려고 전화를 하면, 그 담당은 서울 본사라며, 현장 책임자는 나몰라라 했고, 본사에 전화를 걸면, 처리중이라는 뻔한 말과 함께, 몇 푼되지도 않는 돈이라며 무시하기 일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본사에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다.
“수금하러 오셨죠? 돈은 드릴 텐데, 우리회사 자동차 한대 사셔하 합니다”
“네? 자동차라뇨? 전 그냥 수금 때문에….”
“자동차 안사면 돈 못드려요. 알아서 하세요"
“아니..900만원짜리 설비 납품하고, 몇천만원짜리 차라뇨?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습니까? 그리고 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사정이 좋지 않아서, 자동차를 살 수가 없어요…”
“뭐 그럼 좀 더 기다려 보시던가요…차 안사면 돈 못드려요”
돌아온 답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납품업체들에게 물건을 떠넘기는 그야말로 갑질이었던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막강한 파워와 찍어누르는 명령에 속절없이 당하며, 눈치보던 시절이었다.
“돈 벌기 더럽게 힘드네…썩을…”
사장에게 구매본사의 이야기를 보고하자, 사장은 나가자며, 낮부터 술을 시켜 놓고, 대기업 횡포를 안주삼아,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동문에서 연락이 와,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고, 그 때, 그 후배를 다시 보게 됐다.
“야~!!! 살아있었네. ^^ 이게 얼마만이야?”
소문에 그 후배는 안기부에 들어갔다고 들었고, 몇 년간 소식없던 그가 동문회에 나나탄것이었다. 대학 때 형 동생하며 잘 따르던 그가 반가워, 모임이 끝나고 다른 사람 몇몇과 함께 자리를 하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동차회사의 갑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 회사에 대해서 말이 많아서, 조만간 들어가려 하는데, 형도 당했군요"
“어휴…말도마라…마른걸레 쥐어짠다, 쥐어짜…”
정말 그 곳에서 자동차회사를 들어 간 걸까?
한달이 조금 지난 후에, 현금으로 그것도 일시불로 납품대금이 들어왔다. 고마워서 그 후배에게 연락을 하려 했지만, 직업특성상 명함을 주지 않은 관계로, 연락을 못했는데, 어느날 회사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야…정말 고맙다…네 덕에 수금 되었어. 정말 거기 조사들어간거야”
“뭐 수금 잘 됐으면 됐죠 뭐….전 잘 몰라요…ㅎㅎ”
“일상이 비밀인 놈이라 그런가, 연락도 안되고…얼굴 한번 보자! 내가 한턱 쏠께!”
그 후로 한참이나 지나서야, 술자리를 가졌고, 만나도, 그저 웃기만 할 뿐, 물어봐도, 직업적인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4년 전….
그 후배의 실종소식이 들려왔고, 세월호 참사 이후 연락이 두절 되었다.
그 후배의 아내 역시 그의 대학 후배로, 갑자기 사라진 남편을 찾아 헤맸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일들이 있어. 특히 우리 세대는 그런 무서운 힘에 맞서, 목숨걸고 싸웠고, 그걸 자랑스러워하고 있지. 하지만, 그 무서움을 알기에, 한편으론 더 무서워. 지금이라고 대기업 횡포가 없을까? 지금이라고 보이지 않는 무서운 힘이 없을까? 그건 여전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거야…"
처음부터 그를 인터뷰 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지방에서 늦게 마친 업무에, 자연스럽게 그와 단 둘이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 중 그런 일에 대해 듣게 되었고, 인터뷰를 제안했다. 그 무서움을 알기에 그의 직업과 실명에 대해선 함구해달라는 요청에 그러기로 약속하고,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다.
“세월호가 국정원(안기부) 직원들의 수입원이었다는 내용은 들은 바 있습니다만, 그 후배 분도 그 중 한 분이셨을까요?”
“모르지… 그 후배가 그 중 한 명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세월호 참사 시기와 맞물려 뭔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알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4년째 행방을 모른다는 거야…그의 가족들도.."
이야기를 들을 수록 무서웠다. 그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와, 최근까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행해져 오던 개인사찰, 언론통제, 여론조작, 배후조종에 관한 그의 이야기… 단순 의혹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도 명백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다.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현정부의 강한의지와, 국민들의 정의에 대한 외침…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고, 조직을 위해 개인의 목숨을 기꺼이 바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 소(小)와 개인은 상대적 약자이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나 다수가 옳은 것만은 아니며, 언제나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에 의해, 꼬리자르기로, 실체는 숨고, 도망가며, 압박을 받는 힘없고, 약한 자들이 짓밟히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에서도 보곤 한다.
그의 실종이 단순히 기분탓이라고 치부하기엔 예사롭지 않고, 석연치가 않다...
민주화 운동으로 데모가 한창이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후배 녀석이 데모현장에 같이 가자며 찾아왔다. 이미 몇 번의 연행으로 경찰서에 이름이 올라가 있던 그는, 물고문까지 받았고, 어지간한 데모현장에서 잡혀도 덤덤했던 그에게 샌님 같은 후배가 찾아왔다.
ctrl+c....ctrl+v...
가득이나 무거운 주제인 세월호와 연관이 되있어서 더 진지하게 읽게되었습니다.
그 분 정말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아무것도 모른채 당하시는 분들이 이젠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정말 알수 없고, 이해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네요. 식상한 말이지만,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어니가에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 그 분... 신상에 별 탈 없으시길 바랄 뿐이네요.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더군다나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네요...에휴...
후배가돌아왔으면좋겠네요 ㅜㅜ 너무무서워요 ㅜㅜ
무사히 돌아왔으면 합니다...ㅠ ㅠ
거짓말.. 말도안돼.. 라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참.. 그 후배분은 생사라도 알면좋으련만..
정말 믿기 어려운 일들이, 또 이해 안가는 일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게 참 안타깝네요.
무탈한게 곧 행복한거란 말이 떠오릅니다.
이번에는 무섭네요ㅜㅜ
후배님이 무사했으면 좋을거같아요!! 쟈니님 ㅜㅜ
그러게요...무사하길 바랍니다...가족들 걱정도 걱정이지만, 본인의 심정이 어떨지...
아직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세상이 너무도 많은듯 하네요!
사라진 그분도 빨리 돌이오시길 바라고, 적폐청산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되길 바래봅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실종이라니....참 안타깝네요...생사조차 확인이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오늘 과거시대의 갑질문화에 대해서 글을 써서 올렸는데, 자니님도 오늘 비슷한 글을 올리셨군요. ㅎㅎ
최근 항공사 집안이 갑질로 탈탈 털리는데, 다문 그 쪽뿐 아니라 일상의 갑질이 만연한 듯 합니다. 정말 뿌리 뽑아야할 것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력한 불의와 맞서 싸우려면 역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군요.
부디 아무일 없기를 바랍니다.
실종된 분이 무사하길 바라며, 정의를 빙자한 일에 희생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네요ㅠ ㅠ
휴우... 마음이 너무 무거워집니다ㅠ ㅠ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도 가장 먼저 그의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했는데, 실종이라니..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