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12] 지금도 충분히 빨리 돌아가는 세상.

in #kr7 years ago (edited)

대상: "집앞에 닭꼬치" 대표의 모친 (60대). 매출보단
자식 걱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쓰시고 계시는 분.
알바가 안 구해져,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뛰고 계시는,
정 많으신 분. 닭꼬치 집 이모님이라 부름.

쟈니: 이모님...아...너무 하십니다. 매일 밤이 제겐 고통이네요.

이모: 냄새가 밖에까지 안나갈 텐데...밖에까지 나?

쟈니: 아뇨. 안나요. 그냥 간판만 봐도 힘듭니다.

이모: 에이...이 사람...오늘은 몇 개나?

쟈니: 오늘은 딱 세개만요.

헬스장 바로 옆 건물, 집으로 가는 길에 닭꼬치 집이 있다.
밤 11시 전에 문을 닫는데, 하필이면 운동 끝나고 집으로
가는 시간이 딱 그 시간.

운동 갈거라고 저녁은 조금 먹고, 끝나고 야식이라니...
야심한 밤, 스팀잇의 먹스팀의 마성에 빠져 정신을 못차릴때면,
타 죽는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 처럼, 정신줄을 놓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야식을 먹고 있는 나...
살빼려고 운동하는게 아니라, 먹으려고 운동하는 것~!!!

쟈니: 며칠 가게 문 안여셨던데, 어디 편찮으셨어요?

이모: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아들놈도 나도 며칠 쉬었어.

쟈니: 전 별생각 다 했네요. 장사가 안돼서 그만하시려나,
감기 걸리신건가, 여행 가셨나...등등...

이모: 아이고 고마워라, 나 걱정 해주는 사람도 있고...ㅎㅎ
이거 먹어봐. 방금 구운 거라 더 맛있어...

(미니 붕어빵 득탬...개이득. ㅋㅋㅋ)

쟈니: 시작 하신지 한 5개월 정도 되신 듯 한데, 장사는 잘 되세요?

이모: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잘 되네. ^^ 고맙지 뭐.

쟈니: 그런데, 아드님과 번갈아 가시면서 하시는 건가요?
저번엔 아드님이 계시던데...

이모: 장사하러 갔지. 요 앞에 주차 되어있던 차 못봤어?
그거 몰고, 요일마다 다른 아파트 앞에서 닭꼬치 팔잖아.
나는 가게 보고, 아들놈은 푸드트럭하고...
가게에 알바생 두려 했는데, 잘 안 뽑혀서, 그냥 내가 나와서 해.

쟈니: 아...그렇군요. 저번에 아드님 분과 이야기 해보니까,
닭꼬치 전에 회사 관두고, 다른 사업하다가 망...아니, 잘 안돼서,
닭꼬치 한다고 하던데...

이모: 어휴...말도 마. 잘다니던 직장 그만 두고,
울산 친구 집으로 가더니만, 둘이서 핸드폰 판매 가게한다고
열었다가, 잘 안됐는지, 짐 싸서 올라왔어.
대뜸 푸드트럭 한다고, 하더니만, 이렇게 일을 벌려놨네.


대학 졸업 전,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PC방을 친구와 둘이서
함께 일을 하며, 창 밖으로 보이는 노점 닭꼬치를 본 적이 있다.

누가봐도 애때 보이는 20대 여성이 노점에서 닭꼬치를 팔았고,
고기라면 환장을 하던 나는, 자주 가서 사 먹었으며,
졸업하면 나도 닭꼬치 장사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물론, 자본금이 없어서,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아야 했고,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이때까지 다니고는 있지만,
닭꼬치는 여전히 좋은 아이탬으로 생각하고 있다.

참, 그때 노점에서 닭꼬치 팔던 여성이 바로...

http://www.ccozi.co.kr
꼬지와 친구들, 꼬지필 프랜차이즈 대표 장정윤씨 이다.

(이 분, 노점 할 때 잘 껄떡 거려 봤으면, 나의 인생이 바뀌었을까?)
(쓸데없는 상상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다시한번 느껴본다.ㅋ)

이왕 엉뚱한데로 이야기가 샜으니, 닭꼬치 이야기를 하나 더...

회사 1년차 때, 너무 힘들어서 관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힘든 이유는 술. 매일 술이었다. "아...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당시엔 맥주 한 잔만 먹어도 온 몸이 벌게지는 체질이라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그때 전업을 시도 했고, 대학교 앞에서 작은 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물어봤다.
(당시 그 가게 운영하던 여성 26세)

쟈니: 저...사정이 있어서 회사 그만두고, 저도 닭꼬치 해볼까 하는데,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으신지....

그녀는 정말 친절히 이야기를 해줬고, 일매출, 월매출이 빼곡히 기록된
노트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출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정말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그 가게를 넘겨받을 생각이 없냐고 했고, 나는 장사 잘되는데,
왜 팔려고 하는지 물었다.

"저도 조금만 꾸미면 어디가서, 예쁘다는 소리 듣는데, 26살에 맨얼굴로
하루종일 닭꼬치나 굽고 있자니, 좀 억울한 마음도 들고...
물론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대학교 앞이라,
손님들도 또래인데, 저도 이 좁은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오래 서 있다 보니, 허리도 안 좋고..."


(참고사진출처: 구글)

그랬다. 돈도 돈이지만, 26살의 여성이 24시간을 쪼개, 닭꼬치에 매달려
있다는게 당사자로써는 힘든 일일 수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인수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고, 집에다가는,
절대 손 벌리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취직과 동시에 독립을 한 터라,
부모님께 돈 꿔달라고 할수도 없었고(몇 천만원씩 통장에 넣어
두고 살 정도로 넉넉하지 않기도 했지만), 조건이 되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 몇 달 뒤 주인이 바뀌었고, 역시나 장사가 잘 되었다.


이야기가 안드로메다 까지 갔네요...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모: 큰 놈은 나이가 마흔 하난데, 그 놈도 아직 결혼을 안했어...에휴...
만나는 사람은 있는데, 결혼을 계속 미루네.
다니던 회사그만 두고, 관련 업무를 직업하겠다고 서울에서 사무실 얻어서
시작했는데, 어찌 되고 있는지...물어봐도 이야기도 잘 안해주고...

쟈니: 남자들이 그렇죠 뭐...집에 와서 밖깥일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잘 안하죠.
아는(아이는)? 밥도(밥줘). 자자... 뭐 이정도...ㅎㅎㅎ

이모: 이렇게 앉아서 이런 이야기 해주면 얼마나 좋아. 집에서 이쁨 받겠어. ^^


(이모님이 직접 구워준 닭꼬치. 그리고, 카프리와 이슬이...)
집에서 혼술...운동한 댓가인가?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

쟈니: ㅎㅎ 여긴 제 집도 아니고, 이모님도 제 엄마가 아니니, 말 잘하죠.ㅎㅎ
저도 집에 가면 여느 아들들처럼 그래요. ㅎㅎㅎ
그래도 아드님 두 분다, 열심히 사시고, 이야기 들어보니 잘 되시는 것
같은데, 뭐가 걱정이세요...

이모: 아이들이 있겠지만, 부모라는게, 늘 자식걱정이잖아.
어리면 어린대로, 나이들면 나이든대로, 그게 부몬가벼.
나이도 꽉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데, 빨리 결혼하고, 아이 놓고,
살면 좋은데, 결혼들을 안하니...에휴...

쟈니: 이모님, 땅꺼지겠습니다. 무슨 한숨을 그렇게...
곧 좋은 소식 들리겠죠?^^
그런데 하루에 꼬치 몇 개나 나가나요?
(얼마버는지 궁금한 1인의 돌려까지 질문)

이모: 글세...정확히는 안세어 봤는데, 아들놈이 나가서 파는거랑
가게랑 하면, 250개~300개 정도 될지 싶은데...왜? 장사해보게?

쟈니: 아유...아니에요. 장사 해본 적도 없고, 자신도 없어요.
관심 만 많아요...ㅎㅎㅎ 회사 그만 두면 뭐 먹고 사나 하는...
(그러면서 속으로는 계산 중... 하루 250개 X 2,500원 X 30일...)

쟈니: 개당 순수익이 얼만 진 모르겠지만 대충 1,000원 잡고,
하루 250개 하면, 하루 순수익 25만원. 한달 30일 하면 750정도...?

이모: ㅎㅎㅎ 그걸 또 계산 하고 있었어?
그런데 말이야...장사가 그렇게 계산기로 되는게 아니잖아...
그날 날씨, 애들 방학, 휴가철, 나도 좀 쉬어야 하고, 특히 먹는 장사는
한번씩 조류독감이니, 뭐니 떠들썩 해지면, 원재료비는 오르지,
싸져도 사람들은 안 사먹지, 하루종일 일한 대가가 이것 밖에 안되나
싶은 적도 많아...회사 다니는 것 처럼 뭐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내돈 들어가니까, 진짜 수입은 들쑥날쑥해...

쟈니: 아하~!!! (무릎을 탁 치며, 스스로의 무지함을 깨닿은 순간)
그렇네요. 역시 글로만 배운 사람과 몸소 겪어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장사해보려고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모: 급하게 하려하지마. 그러다 망해.
돈도 급하게, 한 번에 많이 벌려고 하다가 망하는거야.
급하게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살면서 그런 경우는 생각처럼
많이 없어. 사람목숨 살리고, 구해내는 일들이 급하다면 급하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뭘 그리 급하게 할 게 있겠어.

지금도 충분히 빨리 돌아가는 세상인데...얼마나 더 빨리 가려고...
뭘 하든 꼼꼼히 알아보고, 시작을 해도, 한번에 대박 내려하면,
못 버텨. 한번에 대박 나는게 있으면 전부 부자 되지.
그리고 먹는 장사 할거면, 마음이 편해야돼.
좋지 않은 마음으로 한 음식이, 맛이 나겠어?
손님들 대번에 알아차려.

쟈니: 그런데 이건, 굽기만 하는거 아닌가요?

이모: 손님 문닫을 시간입니다. 7,500원입니다.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본인 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얼마를 버느냐도 좋지만, 나이들어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죽는 날까지 가족에게 또 그 누구에게도 폐 안끼치고 살다 가는게
꿈이라는 이모님... 추운 겨울, 늦은 밤까지 좁은 공간에 갇혀 장사를
하지만, 그래도 멀리 떨어져 살던 아들얼굴을 매일 봐서 좋다고 하신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자식 얼굴 매일 봐서 행복하다 하신다...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제 자리에 귀하의 게시물에있는 섬과 같은 음식을 찾기가 여전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여전히 ​​유기농 식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당신의 글을 읽은 후, 나는 맛있는 음식의 맛이 궁금합니다.

각 나라의 다양한 요리들 중 대한민국의 음식들도 맛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Takengon 의 음식들도 궁금합니다. ^^

와 헬스장 바로옆에있었으면 저 맨날끝나고 하나씩 먹었을듯요...

정말 운동 하고 나올때 마다 고민엄청하고 있습니다. ㅎㅎ
참 오늘 편의점갔다가 이게 있어서 고추참치님 생각나서 찍었어요. ㅎㅎ

(다들 알고 계신데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ㅋ)

ㅎㅎㅎㅎㅎ 고추참치님 생각^^

역시 어머니밖에 없네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항상 자식 걱정. 애틋합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는 말에, 뭔가 덜컹한 기분이었습니다...

먹음직 스럽네요 ^^ 서북미엔 테리야키 치킨이 많은데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써요. 짜고 태우고 ㅠㅠ

언제부턴가 한국 방송에 요리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우리나라 치킨 요리(양념치킨, 후라이드, 간장맛 치킨, 허니치킨 등등)와 맛으로 인정받은 스트리트 푸드 메뉴 가지고 외국 가면, 어지간 해서 실패는 안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맛이 충분히 통할 듯한데, 미국에 사시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 집니다....

충분히 통하는데 미국인 입맛에 마춰야 겠지요 ^^

자식 얼굴을 매일 보는게 지금도 좋은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얼마나 더 그럴까 싶습니다. ㅠ_ㅠ

그러게말입니다. 출장으로 며칠씩 어딜가도 아이들 얼굴이 가장 보고 싶은데, 저도 나이들면 더 그렇게 될 듯 하네요...ㅋ

닭꼬치 이모님! 추운 겨울 늦은 밤까지 고생 많으시네요~ 이모님을 위해서는 살빼려고 운동하는게 아니라, 먹으려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겠습니다~^^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그러게요. 이모님 생각하면 먹으려고 운동해야 하는데, 그나마 진짜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다행일 듯 합니다. ^^

좋은인터뷰 보고가내요. 역시 한방에는 힘든거군요ㅎㅎ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괜찮치 않을까 저도 생각드네요 ㅎ

일주일에 한번보단, 두번...ㅎㅎㅎ 워낙 꼬치를 좋아라 해서요...^^ ㅎㅎ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자식 얼굴...
왠지 찡하네요..

저도 그말 듣고..."아....." 했습니다. 홀어머니만 고향에 계시고 저도 타지에 나와 살고 있네요...ㅋ

이모님이 사랑이 물씬느껴지네요~
쟈니님 따뜻한 이야기 잘읽고 가요~

초코민트님의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들 보면, 사랑이 물씬 느껴집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6
JST 0.030
BTC 65650.34
ETH 2646.63
USDT 1.00
SBD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