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0] 갈고 닦아야 비로소 재능!

in #kr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우리 주변엔 온갖 기예(技藝)에 능한 사람들이 종종 있기 마련이지요. 이런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머리가 비상하고, 승부욕이 강하며, 전략적인 사고에 능하다는 점등을 꼽을 수 있게네요.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들은 취미나 잡기 정도로 넘길법한 것들을 순시간에 마스터해서는 능수능란하게 즐기곤 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이런 능력치를 보여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포트리스를 시작한다 싶더니 쐈다하면 백발백중시키며 초고급 메달 레벨로 올라가고, 카트라이트도 가입신청한지 얼마 안돼 최고 레벨들만 노는 그룹에 들어가 있더군요. 포커나 블랙잭 같은 카드놀이도 장난 아니고.. 여하튼 손에 뭐만 잡았다 하면 후다닥 레벨업해서 같이 어울려 노는 사람들 중에서는 탑을 먹곤 했습니다. 헌데 우리 수컷(?)들의 영원한 놀이문화.. 당구에 대해 또 빼놓을 수가 없지요.

(재수할 때) 다마수 30으로 입문, 이틀인가 있다가 80, 두 달쯤 지나니까 200을 두더군요. 50, 100, 120, 150을 그냥 건너뛴거죠. 이건 고교 동창이기도 하고 종종 노량진 당구장에서 같이 한게임씩 하며 직접 목도한 사실이기 때문에 결코 뻥은 아닙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300까지만 끌어올리고 여태껏 그 선에서만 놀고 있었지요. 헌데, 한 달 전 쯤.. 같이 밥 한끼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와중에 조금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연어야, 얼마전에 용하다는 점쟁이한테 점을 한 번 봤는데, 내가 내년에 대박이 날 운수란다. 마침 올해 무리하지 않고 새로 벌이려는 일이 기반이 잡히고 내년에 운때까지 맞으면 그 사람 말대로 되지 않겠냐?"

"대박 좋지. 그럼 깔끔히 은퇴 모드로 가는거냐?"

"야야, 너 나 알쟎냐. 일 중독자인거. 돈 많이 벌어도 난 뭔가를 해야돼.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말야..."


아마 여기까지는 친구끼리 늘상 만나서 키득거리며 할만한 얘기였죠. 그런데 이 친구의 뒷얘기인 즉슨.. 우연히 알게됐는데 프로 당구 선수들의 전성기가 50대 중반이라더라. 절정기를 나이 먹고서도 누릴 수 있는 스포츠가 그리 흔하겠냐? 그래서 내년까지 일에 집중해서 성과 좀 올려놓고 선수가 돼볼까 한다. 소속이니 스폰서니 뭐 그런거 필요없고 그냥 내가 자비로 세계 경기에 참가하면 된다. 상금까지 따면 결국 공짜로 세계 여행 다니는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냐.

이 얘기를 들은 저는 "야, 솔직히 지금껏 네가 한 얘기 중에 제일 황당한 얘기이긴 한데, 내가 듣기엔 안될 얘기가 아닌거 같다. 이 참에 나도 까놓고 좀 묻자."

저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진지하게 물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재능이란 것은 종종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과연 재능이 있는건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도달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지 등등 말입니다.

이 녀석이 다마수를 딱 300이 되고 나서는 멈춰버렸는데, 언젠가 제게 300 이상 쳐봐야 사회 생활하는데 그리 득될건 없다는 얘기를 해준 기억이 났습니다. 부담없이 같이 어울릴만한 실력으로는 그게 최고라는거죠. 스팀잇 이웃분들 중에 300쯤 치시는 분들 중에서도 '걍 이쯤이면 됐다' 하고 악셀레이터를 떼신 분들이 분명 있으실 겁니다. 이 친구도 그런 케이스였죠.

  • 너, 맘먹고 치면 사구(四球)는 몇까지 칠 수 있을거 같냐?
    -> 껌먹기지. 혼자해도 1,000 이상은 바로 갈 수 있다.

  • 하긴, 사구야 그렇다 치고. 경기는 결국 쓰리쿠션이니까. 아카데미라도 다닐거냐?
    -> 거실에 대다이 하나 사놓고 연습하면 돼.

왠지 허세와 허풍처럼 들리겠지만 아마 그 친구라면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의 비상한 재주에 대해서는 단순 기예 뿐만이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확인해 본 바가 있었으니까요. 헌데, 최근에 이런 호언장담이 결코 허풍이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케 해준 프로 선수 한 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유명세를 탄 선수 같은데, 저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바로..

한국 여자랭킹 1위, '스롱 피아비' 선수입니다.

스롱.png
[사진 : 스롱 피아비 제공, 이코노뉴스 발췌]

이야.. 사진에 보이는 자세 한 번 뽀대납니다. 정말 이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프로 당구 선수가 되어 국내와 세계 무대를 휩쓸고 다니기까지 스토리가 참으로 엄청납니다. 제가 간략하게 스토리는 옮겨볼 수 있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이 분의 이력과 스토리에 대해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상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고 유투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더군요. 어쨌든 간략이 소개만 해보자면,

  • 캄보디아 가난한 농가 출생

  •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돕기 위해 21살에 한국 남자와 국제 결혼

  • 청주에 정착. 남편은 인쇄소 운영.

  • 타국 생활에 심심해 하던차 우연히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놀러감 (22세)

  • 첫 큐질부터 소질을 보임. 남편이 재능을 알아봄

  • 가난한 캄보디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눈물을 보이며 슬퍼했다고 함

  • 고국 캄보디아의 어린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싶은 꿈을 가짐

  •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와 전폭적인 지지로 당구 선수로 입문

  • 2011년 아마추어 선수 등록

  • 2014년 부터 3년간 국내 아마추어 대회를 몽땅 석권

  • 2016년 프로 등록. 10개월 만에 국내 여자 랭킹 1위 달성

  • 2018년 9월 세계 선수권 3위(캄보디아 대표), 11월 아시아 선수권 우승

여기 얽혀있는 꿈과 같은 일들을 보자면..

  • 당구 연맹이 없어 국제대회 참가를 못하던 스롱 선수를 위해 캄보디아 정부가 나서 당구연맹 창립
  • 2018년 대한민국 당구 여자 선수 상금 1위
  • 상금 절반을 캄보디아 당구 연맹과 학교 건립을 위해 기부, 저축
  • 캄보디아에 한국산 구충제 1천만원 어치 기부
  • 문재인 대통령 캄보디아 방문시 동행

이렇게 기적과 같은 일을 일구어 내며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김연아급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 정도라 합니다. 제가 한 이틀간 이 선수에 대해 이것저것 파본 결과.. 심성이 착하고, 똑똑하며,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타심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피나는 노력을 아까지 않는 성실함이 정말 돋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참으로 애정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뒤늦게 알았지만 이런 스롱 피아비 선수에게 풀봇.. 아니 힘찬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선수에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는지 알고도 남으니까요.

유투브나 여러 언론매체에 이 선수에 대한 많은 영상들이 있긴한데, 의외로 당구매니아인 이수근씨의 영상이 볼만하더군요. 그저 같이 자연스럽게 얘기 나누며 한게임 치는 정도의 내용이지만, 어지간한 인간극장형 영상보다 이 선수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자료가 되지 않나 싶어 올려봅니다. 모두 두 편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그리고 이 글을 빌어 제 친구도 올해는 주춧돌을, 내년엔 대박을, 내 후년부터는 프로선수로서의 인생 제2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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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재능도 훌륭하지만
인간승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멋진 스토리네요.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친구분도 한 분야에 정착해서 갈고 닦으면 멋진 후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ack8831, Everyone is gifted with particular talent but talent will reach to the Fruition when we brush up that talent more and more and taking effective action towards our path.

흥미로운 스토리네요.

제 친구도 대학 시절 500 까지 치고 안 치던데 사회에 나가서 1000 가까이 치더군요. 이제 소식이 끊어지기는 했는데, 아마 그 친구는 더 쳤으면 선수도 되었을 듯 합니다. 대학 들어와서 저 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저는 쉬엄쉬엄 해서 200 까지만 치고 즐겼는데 그 친구는 다르더군요.

그런 것 보면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 분도 정말 재능이 있으면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수준 까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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