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오랜만에 빼꼼 돌아와 그림책 하나와 책 추천, 톡!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빼꼼)
오랜만에 돌아온 요아(@hyunyoa)입니다.
스팀잇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고, 그렇게 쌓은 자존감으로 에디터 일을 하다 다시 복학해 다시 또 요렇게 돌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올리기 전, 정성과 진심을 담았던 그림책 추천글을 올려봅니다 :)

(보팅 X 광고 X!)

“방문자들은 매일 이곳으로 와서
그들이 살았을 때 그들의 별에 놓고 온 것을 보고 갔다.”

PICTURE BOOK『안녕』

창비/2만 2000원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그대에게

훗날 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날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로부터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야속하게도 나만 이별을 선고받는 편인데, 일곱 살부터 마음을 준 진돗개 장군이를 사진으로만 만나야 하는 일이나 이십 년을 지냈던 할머니와 다신 말할 수 없는 일, 대학생이 되면 함께 클럽을 가자고 했던 고등학교 친구 K와의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이 있다.

찻잔과 시계, 크레파스와 일회용 컵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별에서도 이별을 겪은 누군가가 있다. 사람인가 하면, 당연히 땡. 주인공은 뽈록 나온 뱃살이 매력적인 소시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홀로 당신을 키웠던 엄마를 보낸 후 큰 상실감에 빠져, 몸보다도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집에 들이거나 망연히 같은 길을 배회하곤 한다.

그러다 인기 없어 쫓겨난 강아지를 만나지만, 이미 한 차례 헤어짐을 겪은 소시지 할아버지가 선뜻 누군가를 맘에 들이긴 어려운 일. 하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여 캄캄한 어둠 속에 스쿠터를 끌고선 강아지를 집에 들인다. 이후엔 소시지 몸이 먹힐까 우주복을 사 입는 귀여운 장면이 잇따라 펼쳐진다.

그렇게 살짝 위험하지만, 서로의 빈자리를 찬찬히 채우는 둘. “그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름진 웃음을 지으며 강아지를 끌어안는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우린 또 한 존재를 떠나보낸다.

난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사후세계를 생각한다. 천국이나 지옥부터, 윤회니 환생 같은 것들. 여기, 『안녕』의 사후세계는 그들이 살았을 때 두고 갔던 소중한 인연들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놓인 곳이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스크린을 통해 홀로 있을 강아지를 지켜보고, 난 소시지 할아버지처럼 날 보고 있을 누군가들을 떠올려본다.

헤어짐엔 여러 종류가 있다. 결별, 석별, 작별같은. 슬픔의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가장 먹먹해지는 건 사별이다. 더군다나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도 없이 헤어졌다면 괴로움에 잠에 들 수도 없다.

할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날, 아빠는 할머니와 큰 말다툼을 했다. 문을 세차게 닫은 할머니의 뒷모습이 아빠에겐 마지막이었던 셈. 그 이후 난 모든 이들을 마지막으로 보듯 노력한다. 진심도 그때그때, 사랑도 바로바로. 하지만 맘처럼 되진 않는다. 오늘 풀기엔 버거운 화도 있고, 찌질해 보일까 속마음을 터놓기도 어렵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엄마를 보냈듯, 강아지가 할아버지를 보냈듯 우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보내야 한다. 만약 진심을 말할 새도 없이 누군가를 떠나보냈어도, 그 누군가는 스크린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앞날을 응원할 테다.

소중한 이를 잃은 그대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안녕.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슬플 때마다 억지로 밖을 나서는 이들에게

지금까지 난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면 다른 만남들로 캘린더를 채우고, 가족과 싸운 후엔 억지로 인파 넘치는 장소를 찾았다. 이불 속에서 끙끙 앓는다면 내 작은 일상까지 모두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러니 바람을 쐬고,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고, 내적 댄스 유발하는 노래들로 시간을 보냈다. 뭐든 그렇게 두 달만 지내면 무뎌졌으니 나름 건강하게 감정 컨트롤을 하는 편이라고 단정 지었다.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이제껏 내가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던 감정을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다. 친구를 위로하다가도 내가 지금 뭘 말하고 있는지 고민하느라 툭 끊겼던 이유를,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같은 이유로 우울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간 슬픔을 만날 때마다 이리저리 도망 다녀서는 아니었을지. 그러니 내가 무엇보다도 먼저 배워야 할 건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이 아닌 타인의 슬픔에 지겨움을 느끼지 않는 법이 아닐까 싶었다. 전 연인에게 했던 “네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프다”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얘기었겠구나, 라며 뜻하지 않게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고.

이젠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울컥하지 않도록 충분히 내 슬픔을 애도해야겠다. 이젠 눈물 날 때마다 수면 잠옷 입고 온전히 감정을 마주해야지. 일면식 없는 타인의 슬픔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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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는 동안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거의 언제나
일방적으로 버림받는 존재였다
내가 미처 준비하기 전에
결별의 1초 후를 예비하기 전에
다들 떠나버렸다

-류근, <極地> 中

글을 읽다보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나서 적어보았어요.
공감이 된다고 할까요, 후회없는 결별을 맞이하고 싶지만 그럴 때면 꼭 헤어짐은 한 발 빠르게, '그렇구나, 헤어져야만 하는구나' 납득할 1초의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오곤 하죠. 야속하게 말이에요.
여기서 끝낼게 아니라면 다가올 슬픔을 위해서라도 슬픔을 마주하는 연습은 늘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모쪼록 슬픔을 잘 갈무리하시길.

이 댓글에 이제서야 답글을 답니다. 정말 죄송해요.. 아마 저때는 회사 일에 이리저리 치여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ㅠㅠ 류근 작가님의 시가 정말 제 글 도입부와 비슷하네요. 피스톨님이 좋아하는 시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 깜짝 놀랄 정도로 매료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와 비슷한 느낌으로 이미 시가 쓰여졌다는 것에 약간 씁쓸하네요...(?)

슬픔을 갈무리한다는 말이 너무 너무 좋아요. 정말 감사해요.

보상거절이 참 아쉽네요. 누군가의 인생, 누군가의 경험, 누군가의 실수는 항상 보고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슬픔이란 감정은 다른 감정과 좀 다르죠. 누군가와 공유하기 꺼려지면서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은, 그러면서도 누군가 털어놓는다면 아주 반갑지도 않구요. 슬픔이란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복학 화이팅하시고 응원하겠습니다ㅎㅎ

앗 이렇게나 정성어린 댓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ㅅㅋ님은 슬플 때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혹여나 sns에 이상한 글을 올릴까 휴대폰을 저 멀리 두고! (냉장고 위라던가) 이불 안에 들어가 책을 읽어요. 제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감정은 슬픔 같더라고요. ksc님이 말씀하셨듯 저도 좀 비슷한데.. 누군가 슬픔을 털어놓았을 때 그 얘기가 점점 길어지면 자꾸 마음 속에서 딴청을 피우려는 소용돌이가 벌어진답니다 ㅠ_ㅠ 어딘가 말하기도 꽁, 안 말하기도 꽁... 답은 어디에 있을까요..!ㅠㅠ

저는 안좋은 감정은 다소 억지로라도 좋은 감정으로 대체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털어놓을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하는게 좋더라구요. 확실히 이야기하면 좀 풀리기도 하고...
막 엄청 집중하고 공감하며 조언을 해주기까지는 아니어도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테니 서로 그런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면 참 다행일 것 같네요.

요 글을 왜 이제서야 보았을까요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걸 알면서도 털어놓을 누군가.. 저 역시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ㅠㅠ 저는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는 편을 좋아해요! 그렇게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나 고민을 가진 이의 마음이 어느정도 가라앉으면 저 또한 행복해지더라구요. Ksc님도 힘드실 때 꼭 말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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