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마주친 아랍인과 난민 단상

in #kr6 years ago

오늘 오전 명동 쪽으로 출근하는 길에 횡단보도서 신호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눈 앞에 신호등만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옆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요~"

약간은 조심스럽고 어눌한 말투였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의외로 스쿠터를 탄 아랍인이었습니다.

"네"

"혹시 로옷데 호텔이 어디에요?"

그제서야 이 분이 아주 약간은 외국인 억양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그리 티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쳐다보고 나서야 아랍인인 것을 알아차렸으니까요. 키는 약간 작고 살이 통통한 20~30대 남성이었고, 어수룩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도 순간 약간 당황했나 봅니다.

"롯데호텔요?? 어어... 어! 바로 저기네요!"

너무 가까운 곳, 바로 횡단보도가 있는 사거리를 건너면 바로 오른 편에 있는 건물이 롯데백화점이었습니다. 그 상황이 약간 웃기기도 했는데, 그 청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특유의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곤 파란 불이 되니, 스쿠터를 타고 천천히 횡단보도 절반쯤 가서 차선 방향으로 핸들만 돌려서 세웁니다. 스쿠터가 차도와 인도를 넘나드는 한국 특유의 문화를 잘 아는 모양입니다. 그리고선 같은 표정으로 롯데백화점쪽을 바라봅니다. 처음엔 어수룩하게 보였는데, 다시 보니 세파에 찌든 것 같은 표정입니다. 물론 제가 그 사람을 잘 알 순 없겠죠. 하지만 그냥 조심스럽게 행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마움을 표하는 평범한 사람이자,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입니다.

문득 오늘 이 사람에 대한 생각이 납니다. 요즘 난민 논란 때문입니다. 난민 논란은 결코 낭만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인도주의와 정의를 내세워 대책 없는 옹호와 찬성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현실적인 상황만 봐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안보와 경제 면에서 전반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부에게 선택의 폭 자체가 좁습니다. 국제사회는 오히려 한국의 낮은 난민인정률을 문제 삼습니다. 난민 문제에 대한 오해와 사실은 한국 정부의 팩트체크 페이지가 참조하기에 괜찮네요.

사실 한국인들도 구한 말부터 살 길을 찾아 해외이주를 해왔고, 일제시기엔 간도와 연해도에 많은 사람들이 정착했습니다. 한국전쟁, 사실상 내전과 학살 중이던 제주4.3 당시에도 보트피플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일제시대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일본 사람들은 조선인들을 1만명 가량 집단 학살했습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라, 평소 조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던 일본인들이 광기의 혼란 상황에서 '약간의 불씨'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그만큼 평소에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혐오하는 감정이 무섭습니다.

많은 분들이 난민과 자국민 안전을 결부해 말씀하십니다. 당연한 우려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은 중요합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걱정이 됩니다. 또 여성을 차별하는 이슬람의 문화 때문에 여성들의 우려가 더 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늘어날 난민, 또 난민 문제로 다시 대두되는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인식입니다.

오늘 만난 스쿠터 탄 그 아랍인은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될까요. 그가 한국 사회의 혐오를 경험하며 살지 않고, 제가 겪은 대로 그 특유의 조심스러운 태도로 사람을 대할 수 있도록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았으면 합니다.

덧. 그러고보니, 최근 스팀잇에 쓴 에세이 두 편 모두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사람'에 대한 얘기네요. 이전편은 한낮에 강남 한복판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핏기 없는 아기엄마 횡단보도서 그리 사람 관찰하는 편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그리 됐네요. 앞으로도 횡단보도서 잘 관찰을 해봐야겠어요. 스팀잇에 쓸 글의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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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죠~ 아무래도 안전이 달려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난민들을 어느정도 받게 된다면 우리사회에 잘 적응해 사회를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그 사람들이 완전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

난민 계속 밭아들이다간 영국꼴 납니다 !!
그들은 그냥 난민이 아닌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어느목사님 말씀에 테러요원들이 몆천명이 들어와 있다고 하네요.
경계를 늣추면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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