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낳은 게 벼슬이냐는 분들에게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전엔 차분히 반박하고 근거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에 능숙한 편이었는데요. 요즘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한편으론 편견 가득한 주장을 접하면 할 말이 없어지고, 오히려 논쟁의 의지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전반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약해진 이유 때문일까요.

스팀잇에서 좀 전에 이 글을 읽었습니다.

(편파 사회비평) 애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몫인가?

제가 스팀잇에 올린 칼럼에 대한 반응인데요. 사실 이 분만이 아니라, 요즘 온라인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장인 듯 합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애 낳은 게 벼슬이냐', '왜 자기 애를 국가에게 책임지라고 하냐'는 것이죠.

사실관계가 잘못되거나, 과장된 내용도 꽤 있는데요. 하나하나 논쟁을 하고 싶진 않지만, 몇 가지는 지적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요렇게 말이죠.

글쓴이는 '난 내 캐리어(career)를 쌓고 돈을 벌고 싶으니까 애 기르는 것은 국가가 알아서 불편없이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일해서 번 돈은 자기가 쓸 거 아닙니까...애는 남의 돈과 노력으로 키우고 싶다는 것인가요? 사실 국가가 책임지라고 말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아... 국가의 보육지원을 받는다고 마치 아이를 다른 사람이 키우는 것인양 생각을 하는 모양이네요. 제가 이미 댓글론 쓴 공교육의 취지만 살펴봐도, 반박이 가능한데요. 한국의 어떤 사람도 자신의 부모에게 왜 무책임하게 초중고 보냈냐고, 그 시간에 돈 벌어서 이기적이게 쓰고 나서, 자기가 해야할 아이 교육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냐고 하진 않겠죠?

사실 반박보단 어떻게 저런 인식이 생겼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아이를 낳아 키워보면 대단한 지원을 바라긴 보단, 정말 어떻게 지원이나 인식, 문화 모두 이렇게까지 열악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막상 온라인에서 접하는 아이, 엄마, 보육 등을 향한 혐오표현들에는 마치 대단한 복지혜택과 수혜가 보육 분야에 있는 것인마냥 느껴지죠. 아마 서로가 정보를 접하는 곳이 매우 다르지 않을까,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너무 한정되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육자들은 보육자들끼리 힘든 상황을 토로하고, 보육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끼리 자기들 인생이 힘든데 저쪽엔 왜 이리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하냐는 얘기들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여러 사회 현상들을 살펴볼 때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약자들끼리 반목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청년과 노인들이 반목하는 현상도 사실 그렇죠. 그 외에도 약자들끼리 반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생산직에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 반목하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애를 키우는 제 입장에선 그놈의 '저출산 사회'라는 말이 지긋지긋합니다. 저출산이 문제라곤 하지만,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 듯 해서요.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아이를 키우기 힘든 세상일까요. 또 아이들이 자라면서 배우게 될 여러 혐오 감정들과 폭력적인 표현, 문화도 우려스럽구요. 내가 살았던 세상보단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며 호혜로운 사회였으면 하는데요. 그게 쉽지가 않겠죠...

두서 없이 고민들을 나열했네요. 스팀잇에다 얼마나 솔직하게 이런 얘기를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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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하신 스팀잇 글에 공감하는 댓글을 달았던 사람으로서, 이 글에도 공감하는 점과 의문점을 적고자 합니다. 이렇게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곳이 스팀잇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일단 유급휴가의 2개월분만 회사가 전액 지급하고 3개월째의 한달분은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라는 팩트 체크 감사합니다. 저도 이 부분은 몰랐네요. 그런데 회사나 동료들 입장에서는 월급 보험료 등의 비용도 비용이지만, 휴직기간인 1년 3개월동안 그 사람의 업무가 구멍난다는 점이 더 클 겁니다. 대체자원을 뽑자니 출산휴가 후 돌아오면 일이 중복되니 그럴 수도 없고, 임시직으로 뽑자니 요즘같은 시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교육시키고 하는 기간 고려하면 효율이 안 나올 것이고. 원 신문 기사의 작성자는 그런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에 "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혜택만 빼먹는 자" 라는 비난을 받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교육에 돈을 쓰는데 왜 보육지원에 돈을 쓰면 안되냐, 이건 조금 이상합니다. 지금도 보육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죠. 원 신문 기사 작성자의 논조는 마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도 자신이 일하는 시간보다 넉넉하게 커버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여기서 초등학교도 언급되지만 중고등학교도 그렇게 따지면 한참 늦게까지 해야겠죠. 기사 작성자의 주장은 (지금도 되고는 있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매우 부족하다 인데, 그러면 대체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하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요? 다른 예로, 과연 우리나라는 국가유공자에게는 얼마나 지원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원 기사 작성자는 구체적인 대안이나 댓가는 전혀 언급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자기 요구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 입장도 고려하지 않으며, 동료 입장도 고려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가능한지도 전혀 고려점이 없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달라고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가는데(그런 게 제공되는 곳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재정 충당을 위해 월급의 반 넘게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낼까요? 사실 지금도 돈을 쓰면 충분히 어린이집 등등에서 더 오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좀더 나가면 도우미를 고용할수도 있구요. 그런 것들은 내고 싶지 않지만, 나는 양질의 서비스는 받고 싶다, 이런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으로, 저출산이 문제다, 이것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감할텐데, 인용하신 스팀잇 글에서는 저출산은 지금 보육지원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의 예나, 우리 나라 6-70년대의 예를 들면서 보육지원이 모자라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는 주장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조심스러운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스팀잇에서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칼럼 작성자의 논조가 이미 보육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자신이 일하는 시간보다 넉넉하게 커버해줘야 한다는 게 비현실적이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시죠? 합리적인 문제제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우선 현재의 국가재정이 세대별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데요. 지금까진 국가재정의 수혜자 중에 미취학 아동의 비중이 크지 않았어요. 오히려 교육재정으로 초중고생들과 고연령층에게 가는 복지혜택의 규모가 훨씬 컸죠. 지금의 출산율로는 이 모든 상황을 머지 않아 전면 개편해야 될 상황이에요. 그리고 국가유공자와의 비교를 하셨는데요. 국가유공자는 세대별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지원을 받는 대상이지요.
말씀하신 내용들 모두 의미있고, 제가 어떤 글을 더 써야하는지 단초를 주신 것 같네요. 생각은 다르지만 더 대화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60~70년대엔 당연히 지금보다 국가의 보육지원이 없었죠. 다만 여성의 사회참여율도 매우 떨어졌구요. 결혼과 출산, 가족 등의 개념까지 총체적으로 인식부터 문화까지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에휴. 저 분은 '물셀틈'에 꽂히셨네요.. 아무튼..듣자하니..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적 환경을 60년대로 되돌리면 폭발적인 출산율을 기록할 것 같네요..ㅎㅎ

오쟁님 포스팅 잘 보고 있어요.

이기심을 논리라는 마치 고상해보이는 그 무엇으로 포장해서, 사회적으로 약자를 억압하는 사회는 역사상 여럿이 등장한 거 같습니다. 공리주의적인 거처럼 포장하지만, 사실은 그 사회 전반에 매우 해로운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도 봅니다.

양육보다 업무를 더 상위에 두는 분들을 보면, 저는 그 분들 기준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정말 비인간적인 사고가 일반화돼 있구나 하는 감상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저도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일로서 성취감을 느끼고 인정 받는 것에 몰두했던 사람이었는데요. 아이가 생기니 삶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사실 뭐 대단한 배려를 바라는 게 아니죠. 아이 키우는 것의 책임은 당연히 부모에게 있죠 .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겨레 기사가 아이 키우는 것의 책임을 국가에 전가하고자 하는 논리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좀 그런 논리로 읽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배려를 바라는 것이죠.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대중교통 이용할 때 조금 덜 불편했으면 하는 바람, 아이 때문에 십분 늦거나 십분 먼저 가더라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죠.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충은 사실 남편도 잘 모를 수 있죠. 다만 꼭 겪어봐야 아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공감능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되는데 한국 사회 자체가 그런 능력 발휘를 어렵게 할 만큼 무한경쟁에 각박해진 느낌도 있구요.

에휴.. 아이 키우는 아빠로서 나부터가 애엄마 고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회적 배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남편의 역할이 더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쓴 것 같이, 제 마음과 싱크로율이 너무 높은 글입니다.

논쟁이 너무 길어서 읽다가 약간 포기했습니다만, 행복하고 올바른 결혼문화를 몸소 보여주지 않는 이상 젊은 사람들에게 비혼주의를 바꾸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죠. 마찬가지로 국가가 나서서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육아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게 진짜 문제가 뭔지 정도는 알고 말하라는 메세지 정도의 기사로 이해했습니다.

(마지막에 1이 2가 될 의향이 있다는 말 때문에 오해의 소지는 있어보입니다. )

육아는 벼슬도 아니지만 의무도 아니죠. 국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아이를 낳을수는 없죠. :)

P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글을 하나 더 썼는데요. 국가의 저출산 문제 해결해 주려고 아이를 낳을 순 없고, 이런 추세에 적응하며 사는 게 마땅하지만, 적응을 하려면 사회 시스템을 대폭 개편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아무리 그렇다고 개인에게 출산을 강요할 순 없다.. 이런 이야기를 써봤어요..

고생하십니다. 오히려 논쟁 의지가 떨어지는 상황, 이해합니다.
전 저 분을 피하는 편인데, 저 분의 주장 중

첫째. 한 나라의 출산율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육아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과 전혀 상관 없고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해체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

여기에서 부터 확 답답하네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개도국 출산율과 비교하는 듯...

저도 저분과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었어요..;;; 저런 인식 자체가 포털 댓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요. 그런 얘길 해보려는 것이었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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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저출산 문제를 제기한다한들 변하는게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국가에서,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 한들 그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내겠죠.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약자들끼리 반목하고 대립하는 구도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왜 그렇게 가르는지...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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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하신 글 읽고 나서 뭔가 할 말은 많았는데 하고 싶은 의욕은 잔뜩 떨어졌습니다. 인용문이 합리적인 지적이기보단 감정적인지라 쉽게 피로해져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합니다.

저랑 비슷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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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단에 정말 동감합니다.
ㄱ,ㄴ,ㄷ부터 확인하고 가야 하는데 굳이 왜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말 꺼내기를 포기하게 되곤 합니다.

사실 저도 좀 후회하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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