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육아1> 아이들의 역할 놀이를 관찰하다 감동 받은 사연

in #kr6 years ago (edited)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보여주는 사소한 행동들을 보면서 "이건 꼭 기록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칠 때가 무척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제 부모님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쯤, 아주 오랜만에 방 구석에 먼지가 쌓인 앨범들을 꺼내본 적이 있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꺼낸 앨범이었죠. 그때 이런걸 발견했습니다. 제 사진들의 70~80%가 학교에 가기 전인 0~7세에 몰려 있더군요. 당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사진관에서 인화하던 시절인데요. 부모님이 참 아낌없이 사진을 찍고 인화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제가 그런 심정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글로 기록을 해두고 싶습니다. 더욱 세밀하게 자주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그때그때 잘 정돈된 글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로나마 보고 느낀 것을 적어두려 합니다. 그게 <눈맞춤육아>라는 문패를 만든 이유기도 합니다. 문패를 달면 자주 써야하는 압박이라도 생길테니까요. {참고로 지금까지 신문사에서 제 이름을 건 연재물 문패는 '윤형중의 윤중로 산책'(정치), '윤형중의 풀카운트'(스포츠)가 있었습니다}

'눈맞춤육아'는 앞으로 아이의 눈을 자주 마주치겠다는 저의 다짐을 반영한 이름입니다. 물론 제가 늘상 아이에게 눈을 잘 마주치는 그런 아빠는 아닙니다. 간혹 아이가 여러번 아빠를 불렀는데도, 딴 생각에 빠져서 대답을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릴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아이와 어떤 식으로든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려 합니다. 사실 아직 아이들과 원활하게 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눈을 마주치면 무언의 대화를 더 나눈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눈맞춤이고, 또 눈맞춤으로 언어적 의사소통도 더 분명해지고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문패를 설명하며 좀 장황했는데요. 사실 앞으로 힘 주지 않고 소소하게 쓸 계획입니다. 첫 글의 소재도 소소합니다. 어제 아이들의 역할 놀이를 관찰하다가 떠오른 생각인데요.

한국 나이로 5살된 딸과 3살 된 아들은 곧잘 역할놀이를 합니다. 제 기억으론 막내 아들이 18개월쯤 됐을 때도 병원놀이에서 환자 역할을 잘 맡아서 의사 역할을 맡은 누나의 상대역이 되주었습니다. 요즘은 누나가 20개월 차이 나는 동생에게 자꾸 '아빠' 역할을 맡깁니다. 어느 주말에 제가 집에 있을 때 건너방에서 첫째가 "아빠 이거하자", "아빠 저기가자"는 말을 반복해서, 날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가보니 저 대신 '아빠' 역할을 맡은 동생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내 말을 들어보면 제가 회사에 가 있는 시각에도 누나가 동생에게 '아빠' 역할을 자주 맡기며 논다고 합니다. 동생은 대부분의 경우 "응 알았어" 하면서 누나가 하라는 대로 하는 편입니다. 아주 가끔 본인이 내키지 않을 땐 "나 아빠 아니야"라고 거부할 때도 있다고 하네요.

휴가 중인 어제 제가 관찰한 장면도 이 역할 놀이입니다. 누나가 동생에게 "아빠 왔다 해봐"라고 하자, 동생이 짐짓 약간은 굵은 목소리로 "아빠 왔다"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누나가 얼른 뛰어와서 동생에게 안깁니다. 그러자 동생이 다시 누나를 안으며 "00야 사랑해"라고 말하더군요.

별다를 것 없는 이 광경에 제가 감동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평소에 동생은 절대 누나를 안아주지 않거든요. 누나가 이쁘다고 동생 안아주고, 뽀뽀를 해줘도 도망치기 바쁘고, "고만해고만해"라면서 누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기만 합니다. 그런 동생이 역할 놀이랍시고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며 누나를 안아주는 모습을 보니까, 평소에 아이들이 말은 못해도 나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관찰한 나의 모습이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라니,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까요. 아빠를 연기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저를 보기도 했고, 또 저를 관찰했던 아이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3살(두돌 지난지 오래안된)아들에게 감동 받은 이유입니다.

오늘은 퇴근해서 "아빠 왔다"고 외치고, 우리 아들에게 "00야 사랑해"라며 안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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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감동 가득이네요 ㅎ 좋은 아빠신가봐요ㅎ

ㅎㅎ 고맙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너네들 이랬어, 라며 보여주고픈 글을 쓰고 싶어요.

자녀분이 5살과 3살이라니 제가 아직 갈 길이 머네요. ^^;;

유명 육아기 연재자인 도담 아빠시군요. 그 길에 이미 이르렀고, 머지 않았습니다 ㅋ

으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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