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고시원 화재, 최악의 주거공간이 최대의 수익을 내는 아이러니

in #kr6 years ago

오늘 계속 종로구 고시원 화재사건과 관련된 뉴스들을 찾아보게 된다. 하나의 정보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발견과 의문이 따라온다.

처음엔 고시원 화재로 7명이나 사망했대서, 아까운 청춘들이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부분 40~60대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망자랜다. 도심 고시원에 사는 계층이 이제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 정확히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수동'을 검색해봤다. 서울극장이 있는 종로3가역 남단의 블럭이었다. 잘 아는 지역이다. 바로 인근의 블록들보다도 훨씬 슬럼화된 곳이다. 거기에 고시원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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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지역이 종로구 관수동.

사상자는 왜 이렇게 많았을까. 이럴수가.. 2층에 방이 24개, 3층에 29개. 어떻게 이렇게 방이 많지? 건물 면적이 어떻길래. 각 층별 면적이 42.6평에 불과하다. 계단실, 보일러실, 화장실, 복도 등 공용공간을 제외하면 방별로 1평은 나올까..
그럼 도대체 이런 방의 가격은 얼마일까. 기사들을 보면 방별로 차이가 좀 나지만 27~38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어떤 기사에선 창문이 있는 방은 5만원 더 비싸다고 했다. 이번에 생사를 가른 지점이 바로 '창문'이었는데.. 그 5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니, 참 마음이 아프다.

문득 그럼 각 층별로 건물주가 가져가는 임대료는 얼마일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평균 3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3층의 경우 월 900만원 정도의 임대료가 생긴다. 이럴수가 42평 면적의 슬럼 상권 3층의 임대료가 900만원?? 네이버 부동산을 조금 뒤져봤다. 훨씬 더 좋은 상권의 더 넓은 면적도 이 임대료를 받기 힘들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최저 수준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 '자본주의적'으로 보기엔 가장 노가나는 사업이었다니.. 도대체 이런 아이러니는 어떻게 발생하는거지.

그래서 고시원은 건축물 용도로 어떻게 구분되는지, 어떤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살짝 찾아봤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는구나. 취사, 욕조설치 등이 불가한 규제를 받는데, 그 외엔 눈에 띄는 규제는 찾기 힘들었다. 취사가 불가했어도 전기포트, 난방 등을 위한 전열시설은 있었겠지. 그 좁은데서 사람 사는 데, 그걸 못 쓸수야 있을까. 아직 화재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만일 전열시설을 사용해 화재가 발생했어도, 그걸로 사용한 사람을 탓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문제는 해결 방법이 있다. 사람이 실거주하고, 상당 비용에 파는 공간이라면, 그에 걸맞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정부가 매입한 공간에다 공공고시원을 만들어 20만원 미만의 월세로 공급할 수도 있다. 사실 그 정도의 월세면 정부도 손해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재생 전략으로 채택해, 특정 지역의 정주인구, 유동인구를 늘리는 전략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을 감안하면 공공의 재정을 더 쓸 수 있는 명분도 되고, 유동인구를 늘려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요즘 공공의 역할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한다. 과연 주거, 보육 등의 문제만큼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분야가 있을까. 주거와 보육만 안정되면 삶의 많은 것들이 안정되는데도, 왜 공공은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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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이러니한 세상이죠. 일자리와 주거 환경, 삶의 질.. 그 중간에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보니.. 보여주기식 행정만 있네요.

오랫만에 좋은 글 잘 보고 풀보!!

그쵸 그나마 있는 사회적 자원이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할텐데, 그게 좀 아쉬워요.

저 좁은 방들이 30만원이나 하네요...
창문도 없는데 방도 좁으면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환기 문제도 있을 것 같구요ㅠ 매우 안타깝네요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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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아끼자고 창문 없는 방에 살았고, 그게 생사를 갈랐으니 참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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