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장재향 아줌마의 쑥찐빵과 국수 보따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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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향 아줌마의 쑥찐빵과 국수 보따리

이번 봄나들이 땐 또 뭘 싸서 갈까나

밥때 애매한 외출 전, 장재향 씨는 '뭘 사 먹을까' 대신 '뭘 싸 갈까'를 고민한다.
단풍놀이, 꽃구경, 나물하기 등 도시락 까먹기 맞춤한 나들이는 물론이고 남들 같으면 식당이나 휴게소에서 한 끼 뚝딱 해결할 법한 때에도 그이는 상대방이 먹을 몫까지 챙겨 들고 나선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권오분 씨 집을 찾은 이날도 마찬가지다.
그이는 쑥찐빵과 식혜에 국수와 나물까지 보따리 가득 싸 왔다.
모처럼 친구랑 근처 경희대로 꽃놀이나 가자 싶었단다.

'쑥찐빵 색깔이 신록처럼 고운 건 이 친구만의 비결'

이라는 권오분 씨의 귓속말에 비결을 물었지만, 관건은 역시나 손맛인 듯....

'봄철에 쑥을 뜯어다 소다를 약간 넣고 삶아서는 냉동실에 두고써요.'
'이 쑥을 믹서에 갈아서 반죽에 넣고, 물 대신 막걸리 넣고 소금으로 간해 7~8시간 따뜻한데 뒀다가 팥소를 넣고 찌면 되죠'

찐빵은 그렇다 치고, 도시락에 국수라? 그이는

'요샌 산중이 아닌 이상 어딜 가도 정수기가 있으니 면과 찬, 그릇만 챙기면 된다' 면서 '이건 오분이한테 배운 것'이라고 눈을 찡끗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퍼지지 않게 국수를 삶는 것!
압력솥에 국수를 넣고 삶다가 추가 딸깍딸깍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솥째 개수대에 놓고 그 위로 찬물을 틀어 증기가 빨리 빠지게 한다. 그런 다음 국수를 꺼내 찬물에 얼른 행군 다음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하고 먹기 좋게 사리 지어 밀폐용기에 담으면 된단다.

'플라스틱 대접이나 코펠 그릇 같은 데 면 담고, 양념장 대신 새콤한 김치나 짭조름한 나물 얹고, 입맛 따라 냉수든 온수든 붓고 휘휘 저어 먹으면 기가 막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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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세대인 2남1녀의 어머니로 지낸 세월, 이제 도시락 싸는 일이 지긋지긋하지 않을까.

'사 먹는 음식은 안 좋아해서'
'집에선 별거 아니라도 밖에서 먹으면 맛있어서'

라며 웃고 마는 그이였지만, 세월을 거슬러 가니 아련한 시절의 애틋한 사연이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도시락 먹는 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집이 학교 근처라 점심때면 집에 가서 먹었거든요. 나중엔 내 손으로 도시락을 싸 간 적도 있어요.'
'그래 봐야 보리밥에 산나물이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이젠 학교도, 고향도 사라졌지만요'

그이가 다닌 한수초등학교(충북 제천시 송계면)는 충주댐 건설로 1983년 물에 잠겼다.
42회 졸업생인 그이와 동창들은 지금도 월1회등산, 연1회 여행을 함께 하며 추억을 달랜다.
그이는 그때마다 주먹밥과 찐방, 묵무침과 장아찌, 식혜와 커피등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 동창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면 죽고 못 사는, 그래서 동창 여행때면 도시락 당번을 자처하는 그이의 미소에 살포시 수줍음이 번진다. 늘 집에 달려가 점심을 먹던 소녀가 어느 날 제 손으로 싼 도시락 뚜껑을 열던 날도 그랬을 것 같다.

글. 손수정 기자 사진 김성만(사진가)

전원생활 2010년 5월호 중...


올해 일흔하나가 되신 어머니는 8남매집안에 맏며느리로 들어오셔서 아흔셋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정을 지키기까지 예순넷이 되어서야 40여년의 시집살이를 끝내셨다.

40여년의 시집살이 동안 하루라도 맘 편히 쉬신적이 없으셨고 어디 볼일이라도 보러 나갔다가도 헹여 할머니의 끼니때를 놓칠까 해 돌아오는 발걸음을 재촉하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오랜세월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시댁누구에게도 공치사 한번 받은적이 없었다.

이젠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편안히 쉬어가실 만도 하신데 그 후로도 여전히 여기저기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어머니는 결혼하시기전 서울 중구쪽에서 내노라 하는 드레스집에서 일을 하셨고 결혼 후에도 바느질 솜씨하나로 울 삼남매를 키우시고 아버지의 경제적 짐(?)을 많이 덜어주셨다.
그런 바느질 솜씨와 손색없는 음식솜씨덕(?)에 여기저기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온 동네 옷수선뿐만 아니라 잔치집 음식도 도맡아 하시는.. 그렇다고 품삯을 받으시는 것도 아니시니... 못난 아들이 보기에는 마음 아픈 답답함 뿐이다.

하지만 본인의 낙이시라며 이렇게 봉사하며 남은 삶을 보내고 싶으시다는 어머니!

지금은 특별한 일이 없으시는 한 성북동 길상사안의 '맑고 향기롭게' 라는 곳에서 일주일에 한번 바느질이나 음식 이런저런 봉사를 하고 계신다.
벌써 10년이 넘으신거 같은데......
이마저도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더니 봉사를 다녀오신날 헹여 내가 묻기라도 하면 조심스레 다녀왔다 대답을 하신다.

여전히 봄이면 쑥을 캐러 다니시고 가을이면 도토리를 주으러 다니신다.
그것들은 따끈한 진빵에 때깔좋은 도토리묵이 되어 우리가족을 위한 즐거운 한상이 된다.

결혼하기전까지만 하더라고 나는 집에서 외식이란 것을 해본적이 없다.
'사 먹는 음식은 안 좋아해서' 라는 어머니의 말 대신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먹성좋은 삼남매를 키워야 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어머니의 음식솜씨 빼놓을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지금껏 어머니가 할 줄 아시는 음식중에는 단 한번도 밖에서 먹어본 것중에 어머니것 보다 맛있다고 생각이 든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항상 곁에 모시고 살지는 못하지만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부족한 아들이 가끔 어머니의 집밥을 찾을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요근래 책장을 정리하다 오래된 잡지책에 실린 어머니와 이모님의 기사를 옮겨 보았습니다.
이모님은 어머니의 초등학교 동창이시지만 워낙오래되셔서 이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모님이 수필작가로 책을 몇 권 내셨었는데 당시 저 잡지에서 칼럼식의 글을 연재하고 계셔서 기사로 실렸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 불소소(@idea-list) 의 에피소드가 '도시락' 이었었죠.
당시 특집기사의 주제가 '도시락'이었는데 겸사겸사 생각이 났네요.
또한 밑에 글은 https://steemit.com/kr/@hodolbak/5o8qr9 이 글의 오마주 성격을 띄기도 합니다.

8년전의 모습이신데 지금은 또 많이 늙으셨죠.

참 시간은 순간인 것 같습니다.
올해역시 보름밖에 남지 않았네요.

한해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덧붙임:

아내의 크리스마스 헤어악세사리를 스팀잇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기를 많이 살려주세요^^

https://steemit.com/kr/@hodolbak/6m177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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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찐빵 저거 만들려면 손 많이 가던데..!
호돌님은 지혜로운 어머님 덕분에 건강한 음식
드시며 성장하셨네요~^^

디클릭은 사랑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기사의 주인공이 어머니셨구나~
어머니의 따뜻한 성품이 느껴져요. ^^

네 오른쪽에 계신분이 어머니세요^^

어머님께서 .. 정말 대단하신분이네요..!

감사합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분들이 참 대단하신것 같아요.~

액세사리 귀엽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구매로는 많이 이어지지는 않네요 ㅎ

어머님이 정말 주변에 베풀면서 사시는 분인 것 같네요. 그런데 도시락으로 국수라니 정말 음식도 고수이시군요! :)

감사합니다.
오랜세월이 있으시니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이신 것 같습니다^^

쑥찐빵 맛있지요
저도 어릴때 어머니가 해주신걸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향 (제천) 이야기가 보여서 더 반가웠습니다 하하

네 담백하니 맛있어요^^
제천이 고향이시군요^^

어머님 대단하십니다.
그 연세에 매주 그렇게 봉사다니기 쉽지 않으실텐데...

저도 아들로써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어 좀 쉬시라고 해도 몸이 근질 거리시는지 뭘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지 쉬시지를 않네요...ㅜㅜ
물어 봤더니 늙어서 쓸모 없어지는 것 같아 싫다고 하네요......ㅜㅜ
그래서 지금은 그냥 알아서 쉬시겠지 합니다. ㅎㅎㅎ

그렇죠 찌찌형^^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자식은 부모님 걱정을 할 수 밖에요~~
저도 그냥 너무 힘드실까봐 한번씩 투정하는거죠^^

첫사진을 보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 어머니셨네요

어릴적 먹던 음식은 나이가 들면서 자꾸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거 같아요
저도 간장에 설탕만으로 양념한 국수가 가끔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맞아요. 어릴때 추억이 있는 음식!!
지금 먹어보면 그때 맛이 날려나요? ㅎ

혼자 살림하면서 느끼는거지만 매일 도시락싸는게 보통일이 아니라는거... 어머니의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맞아요. 형제가 많기라도 하면... ㅎㅎㅎ
요즘은 아버지때문에 아직도 도시락을 가끔 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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