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저주 받은 애니메이션의 꿈

in #kr7 years ago (edited)

제가 정말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몇 명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미야자키 하야오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 스튜디오를 창립하여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수 많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킨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입니다.

특히 저는 독립을 앞둔 여성이라면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대감과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기도 했지만 바로 그 작품이 삶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 때문입니다. 이를 작품성이라고 하는데 수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특성을 가진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의 미야자키 하야오. (출처 : 꿈과 광기의 왕국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감독이 나온 위의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지브리는 생각보다 작은 스튜디오더라구요.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오는 내내 담배를 피워 조금 힘들었습니다. 저는 담배를 끊었거든요 ㅎㅎ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 세계적인 거장이 일하는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의 작업 방식은 좀 특이한데요. 본인이 모든 이야기를 구성하고 스토리 보드를 만들고 이에 따라 애니메이터들이 협력하여 만드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본인이 대충 다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요...

반면에 미국의 디즈니를 보면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합니다. 각본가가 존재하고 애니메이터가 존재하고 감독이 존재하고 모든 것이 모듈화되어 있고 이를 통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디즈니가 성공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프로덕션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디즈니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는 내부로 깊숙히 들어갑니다. 개인의 꿈과 환상,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 감정 그 모든 것들이 치밀하고 치열하게 녹아져 있습니다. 반면 디즈니의 세계는 외부로 끊임없이 확장해 나갑니다. 아예 말을 하는 것도 부족해서 노래로 말을 해버리지요. 세계를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이건 두 애니메이션 거장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그의 천재성에 기인합니다.


출처: http://egloos.zum.com/maidsuki/v/4206628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밀러터리 잡지에 투고한 그림입니다. 자세한 설정과 함께 무수한 생각이 담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뼛속까지 비행기덕, 밀덕입니다...)


출처 : http://cdn.halcyonrealms.com/animation/the-art-of-spirited-away-storyboard-book-review/

위의 그림을 보면 미야자카 하야오가 직접 그린 스토리 보드입니다. 옆에는 머릿속에서 나온 세세한 설정까지 다음 작업을 하는 사람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그리냐면 예전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주인공 일행이 해적으로부터 도망을 칠 때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문이 저절로 닫힙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살펴보면 문에 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거보고 흠좀무 했습니다...

이렇게 천재 한명이 프로덕션을 하게 되면 단점들이 있는데 바로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 선언을 하고 반복하는 일이 무수히 있었던 것도 그런것 때문이죠.

또 한 가지는 후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영감에 의지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인계하여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부분이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합니다. 미야자키가 디즈니와 비슷하게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았다면 어쩌면 지브리 스튜디오가 좀 더 지속적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제 미야자키 감독도 은퇴를 더이상 번복할 수 없을만큼 고령에 이르렀고 마지막 작품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력이 아직 깊게 남아있는데요. 그는 지브리를 창립할 때 애니메이터들에게 좋은 봉급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좋은 작업 환경에서 애니메이터들이 클 수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영향이 여러군데에서 나타났는데요. 예를 들어 '너의 이름은'에서 아름다운 배경들은 지브리 출신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한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자신의 애니메이션 일에 대해서 여러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데요. 애니메이션을 저주 받은 꿈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일들이었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계속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를 번복하면서 왜? 냐고 물어볼때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애니메이션을 그리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하고 대답합니다.

저는 미야자키의 작품들을 보면 고통을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의 이런 열정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일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일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힘들기만 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끼게 하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그리고 미야자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본질에 다가서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매우 생기넘치는 캐릭터들의 움직임, 배경의 움직임들로 분주합니다.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를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는 일이 아닐까요. 생동성이라는 본질말입니다. 그리고 그 생동성은 보는 사람에게 같은 것을 전달 합니다.

또한 그의 캐릭터들은 의지에 차고 넘칩니다. 한번 결정하면 거의 날아다니면서 움직입니다. 눈은 의지로 반짝 반짝 빛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인간과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애니메이션이 매력을 가지는 부분입니다. 결국에는 꿈이라는 인간의 상상력을 그리는 것이 작품이니깐 말이죠.

미야자키가 미술관을 방문해서 자신의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결국 추구하는 것은 비슷했구나하고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 억장의 그림을 그린 후 결국 무언가에 도달하게 되고 이는 수많은 예술의 거장이 추구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저는 그것이 뭔지는 모르지만요. 고수의 세계에서는 수천억 가지는 결국 몇 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 기자 회견을 앞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밖에 창문을 바라보면서요.

"저기 지붕을 한 번 봐봐요. 여기서 저기로 뛰어다니는 거야. 그리고 이 전기줄을 밟고 달리는 거지. 그리고 저 하늘로 나아가는거야."

In honor of Hayao Miyazaki.

PS) 당신에게 일과 꿈은 어떤 의미인가요?

Sort:  

미야자키 하야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저의 기억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인물이죠. 지금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보면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ㅠㅠ 오히려 순수하게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국적을 떠나 진짜 대단한 사람...

동감해요 ㅎㅎ 지금봐도 재미있고 대부분 제 인생애니입니다 ^^

저도 하야오 작품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도 또 은퇴 번복하시고 새로 작품 하신다는 얘기 들은 거 같아요. 은퇴 번복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ㅎ

이분에게 은퇴는 거의 이벤트인것 같네요 ㅎㅎ
아마 털벌레 보로나 그대들 어떻게 살것인가? 가 그의 마지막 작품들이 될거 같습니다.

아직도 꿈이 많은 모습이 부럽네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그렇죠. 나이도 많으신데...
그런데 다큐를 보면 그저 커피와 담배를 엄청 좋아하는 평범한 노인분 같아요 ㅋㅋ

예전에 일본에서 지브리 박물관을 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애니메이터의 책상, 그리고 지금 글에도 포스팅하신 스토리보드....지브리와 하야오 감독의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저도 일본어를 모르면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무자막판을 너무 재미있게 볼 정도로 빠져 있었는데.. 이런 멋진 포스팅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사실 두서 없이 쓴 글이라서 올릴까 고민했는데 그냥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폴로니우스님이 읽어주셨다니 기쁘네요 : )
이 분은 작품세계가 굉장히 깊은것 같아요 ^^

일본 미타카의 숲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도쿄 서쪽 외곽의 무사시노시 근방에 있는데요, 여기에 지브리 박물관도 있죠. 후배네 집이 이동네라서 ㅎㅎ
그 숲길을 걸으며 느낀게 아주 익숙했었는데, 바로 저 위 토토로의 배경과도 아주 유사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케치한 숲의 배경은 전부 그 근방에서 그린 것이었더군요.
일상을 일로 확장한 오타쿠.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KakaoTalk_Photo_2018-02-28-23-20-10.jpeg

오오 이게 미타카의 숲이군요. oprth님이 아니면 저는 못봤을 풍경이네요 ㅎㅎ
미야자키가 차를 운전할 때 카메라를 달아놓고 운전을 하는걸 봤는데
본인이 평소 보는 풍경들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참 특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고령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어린 나이의 사람들이 봐도 위화감없이 즐겁게 즐기며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게 대단해요! 그리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일이 똑같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부럽고.. 참 축복받은 분이네요,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인것 같더군요~ 그런데 미야자키도 일할 때 엄청 투덜거리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더군요. 그걸 보면 사람은 거의 다 비슷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댓글보고 왔습니다~!!
리스팀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자주소통해요^^

감사합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엄청난 천재죠. 천재적인 그의 작품성은 그의 뒤를 따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도 못할 것 같더라구요.

네 맞습니다. 신카이 마코토나 호소다 마모루 감독 정도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분은 나오기 힘들거 같아요 ^^

하야오님의 세계에 대해 잘 말씀해주셨네요.
하...참 좋아합니다. 이렇게 머얼리 꿈꾸게 하다니!
이렇듯 깊게 사유하게 하다니!

우왓 말로만 듣던 타타님 아니신가요? 팔로팔로 하겠습니다~ㅎㅎ

이웃 분이 리스팀 해 주셔 들어와보게 되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팬이라.. 며칠전에 지브리스튜디오 박람회도 보고 왔는데, 다큐멘터리는 못봤었거든요. 자세히 소개해 주셔 잘 읽고 갑니다.

저는 그의 작품들이 애니메이션이지만 정말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이 전쟁의 상처를 바탕으로 자연을 아끼고 희망을 꿈꾸는, 그야말로 만화적인 내용이지만 장면장면 너무나 아름답고 엄청난 상상력을 통해 보고나면 힐링이 된달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갑자기 보고싶어서 유튜브에서 <미래소년 코난>을 찾아 마지막편까지 다 봤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이 애니메이션이 나중에 지브리스튜디오 작품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여태까지 이것도 지브리 작품인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

잘 읽고 갑니다 :) 팔로하고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그러셨군요 ^^ 미래소년 코난이나 빨강머리 앤 등은 아마 토에이 동화에 입사해서 그린 만화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의 경험과 실력이 지브리 스튜디오를 세울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팔로우 하고 찾아 뵙겠습니다~^^

빨강머리 앤도 넘나@@ 좋아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았네요 ^^
찾아주신다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시길 바래요~~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29
BTC 64572.94
ETH 2630.79
USDT 1.00
SBD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