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렀으나..

요즘 술자리가 잦아졌다. 운동만 주에 5일 이상 술은 한달에 5일 이하로 마셔왔는데 음주가 운동 횟수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인지 주말에만 한 두통오던 대리운전 홍보메세지가 주중에도 온다.
지난 주말 운동하는 사람들과 감자탕에 소주 몇잔을 마셨다. 여느때와 같이 난 대리 운전을 불렀고 얼마지나지 않아 기사님이 도착했다.
나이가 지긋하신분이였다. 베테랑의 포스가 풍겨지는.. 하지만 사람 겉만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은 계기를 만들어주셨다. 이제 막주차장을 벗어나려 후진하는 도중 차단기에 그대로 돌진하신 것.
이런일을 당해본건 처음이라 벙쪄있던 찰나 기사님이 죄송하다며 보험처리를 해준다고 하셨다. 난 술도 마셨고 사리분별이 잘되지 않았으니 일단 알겠다하고 보험사직원이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고접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주말이 지나고 어제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보험처리 내용을 읊어주었는데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야 뭐 보험처리받고 완전복원해서 차타고 다니면 되는거였지만 사고낸 대리기사님은 자기부담금 30만원에 보험금 할증이라던가 운전업이력에 불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였다. 그 말을 듣고 불필요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얼마 안되는 돈과 말한마디로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할수도 있겠구나.. 일단 기사님하고 상의하고 다시 연락을 준다고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면식조차 없었던 타인에게 내 손해를 감수하며 호의를 베푼다는 것.. 정말 고민됐고 쉽게 결정할 수없었던 찰나 기사님에게 전화가왔다. 계속 죄송하다며 사죄를 했다. 사과를 들으면서도 난 내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불편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될 말을 뱉어버렸다. 보험접수 취소하시라고.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이번엔 죄송하다는 말대신 고맙다는 말을 계속들었다. 더이상 듣기 무안해 알겠으니 안전운전하시라하고 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지금 쿨하지못하다. 하지만 마음은 더편하다. 액땜했다 생각하는 수밖에..
어제 주문한 페인트 제거제가 얼른 오길, 부디 잘 지워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