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마음은 갈대

멋진 대문을 선물해 주신 영혼의 Artist @leesol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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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딸 셋의 장녀입니다. 아빠가 종가집 장손임에도 아들을 낳지 못하셨던 엄마는 평생을 죄인처럼 사셨지요. 신랑도 1남 3녀의 장손이니 아들 손주가 참 귀한 집에 첫째가 찾아왔습니다.

장손인 아버님에게도, 딸만 있던 우리 엄마에게도, 성별은 상관없다고했지만 은근 아들이었으면 하는 눈치였던 우리 신랑에게도 첫째가 아들이라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는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첫째 낳았을 때 조리원으로 보내 온 아버님의 마음이네요.

사실 저는 둘째도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부모 입장에서야 아들, 딸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같은 성이 더 좋다기에 이왕이면 아들이었으면 싶었는데 딸이어서 처음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요즘 3살 딸아이의 애교 섞인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딸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요즘 점점 딸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 신랑도 딸의 애교에는 끔벅 죽습니다.

출장 와서 신랑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신랑 할만해?
신랑 : 어.. 조금 힘들긴 한데 시은이랑 유대관계가 엄청 끈끈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은데... 시은이가 매일밤 나를 꼭 껴안고 자거든..
나 : 그래? 내가 가도 그럴까?
신랑 : 당연하지. 시은이는 이제 나한테 완전히 넘어왔다니깐..

너무도 확고한 자신감에 차 있던 우리 신랑. 그러나 그 굳은 믿음은 혼자만의 착각이었고, 딸을 향한 사랑은 메아리로 돌아올 줄 모르는 외침이자, 짝사랑이었음을 여지 없이 보여주시는 우리 세살 따님. 토요일에 제가 잠시 갔을 때 엄마한테 꼭 붙어서는 아빠는 손 끝 하나 대지 못하게 하네요~^^ 딸 쟁탈전에서는 아직 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네요.

우리 신랑 완전 실망해서는 시부모님께 고자질을 합니다. 딸이 딱 그럴 땐 진짜 밉상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딸에게 점점 애뜻함을 느끼는 아빠. 우리 신랑의 딸을 향한 짝사랑은 이렇게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