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와 광신도

종교에 어느정도 심취되어야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봐도 잘못인 일들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이 될까?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첫 확진자 발생 일주일만에 623명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가 확진 판정이 되었음에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응급차에 실려갔다는 기사가 포털싸이트 메인을 장식할 때도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한 개인의 정상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했고,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그냥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내 주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 동료의 발언에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상시에도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그녀 앞에서 무조건적인 동의는 할 수 없으니 그저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마냥 아무말 없이 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건 아닌것 같다고 강하게 반론을 제시했다가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급 불편 모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짐작대로 사랑제일교회 성도였다.

아니..광화문에서 집회한 사람들이 사랑제일교회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멀지 않은 종로에서 의사들도 집회를 했는데 왜 그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안 하고 광화문 집회에 간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어..

헐..

그녀는 현재 정부가 말도 안되는 종교 탄압을 아무 잘못도 없는 종교단체에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당연히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나왔으니까 그런거잖나.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왔다면 수천명이 밀집해서 밥을 먹고, 모임을 했다 해도 보건소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무료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신천지 때 그렇게 신천지 교인들을 욕하면서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하던 그녀였는데 요며칠 코로나 걸려도 그냥 감기 증상 같은 거라 괜찮다고 말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로남불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이상한 이단교에 걸려 사회의 혼란을 야기 시켰다면, 본인들은 국가를 위해 옳은 주장을 하려다 테러공격을 받은 것이라니..

2차 코로나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단지 하나다. 방역지침, 예방지침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실내에서 대규모 종교 집회를 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은 옳다고 한 행동이겠지만, 예방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한 행동 하나가 국가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도 왜 종교에 심취하면 객관적인 것이 보이지 않는 걸까? 이슬람교의 시아파와 수니파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게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해 봤다.

매일 매일 가슴 졸인다. 부디 내일은 확진자가 잦아들기를, 앞으로 2주간 더 이상의 확산이 없기를 기도하며 말이다. 그런데 왠지 어려울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엄습한다.

무자비한 광신도가 되는 사람은 소인이 아니라 위인이나 성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의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쉽게 그 대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도 됩니다.

• C. S. 루이스, 『시편사색』

무섭네요. 대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니..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