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세포가 꿈틀꿈틀?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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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군대에서 큰 훈련 준비로 한창 바쁠 때 4년간 만나오던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다면 직업군인으로 근무 중이었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만나서 데이트했던 사이였던지라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찌질할 게 이유를 물어보며 계속해서 붙잡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만 연락하라는 이야기뿐이었다. 1주일 뒤 다른 남자와 행복한 모습으로 찍힌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하고 흐르던 눈물을 멈추고 억지로 그녀를 잊었다. 하지만 첫 번째 연애였고 첫 번째 이별이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 뒤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 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다. 지인들로부터 소개팅도 받아보고,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번호를 물어보고, 소개팅 어플에도 가입해보았다. 한동안 오로지 내 삶의 목적은 연애뿐이라는 생각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노력한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 연애는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인연으로 만났었고, 그전까지의 내 별명은 연애고 자였다. 4년 동안 편한(?) 연애만 해왔던 나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상대방과 썸이란 걸 타기 시작할 때가 되면, 내 속에서부터 자조적인 생각들이 생겨났다. '어차피 이러다가 사귈 건데 밀고 당기는 초기 단계가 필요할까? 사귀게 되면 만나다가 또 헤어지게 될 건데 내가 여기에 시간을 써야 되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고, 상대방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한마디 말없이 연락을 끊어버렸다.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열정도 없었고, 그만하자는 말을 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다. 정말 찌질함의 극치였다. 그 뒤로 어떤 여성을 만나도 설렘이나 두근거림은 없었다. 나 혼자만의 연애권태기가 시작되었다.

1년 정도의 시간의 흐르고 전역을 하게 되었고, 어학연수라는 핑계로 필리핀으로 휴양을 떠났다. 어학원을 등록했고 거기서 나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보고 듣던 첫눈에 반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많은 사람 중 오로지 그녀만 보였었고, 심지어 향기마저 느껴졌다. 첫 만남부터 나는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친해지게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다. 1년 전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잘 안되던 연애가 이번에는 마치 운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녀와 친해졌고 단둘이서 데이트를 하고 밤새 수다를 떨고, 통화를 할 때는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끊지 않았다. 어학원 내에서는 나와 그녀가 사귄다는 소문까지 퍼졌고, 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용기를 내어서 고백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는 말이었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마음에 맞는 오빠를 만나 너무 좋았고 괜히 사귀기 시작해서 좋은 사이를 깨기 싫다는 대답이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예상한 것처럼 어장이었다. 나름 이성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평소에 어장관리는 멍청한 사람들만 당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지만, 자만하던 내가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었다. 어장이라고 깨닫고 나서도 나는 그녀의 그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녀와 하루에 한두 시간씩 통화를 지속했고 가끔 만나 밥을 먹으며 데이트도 하였다.

그렇게 일 년 동안이나 나는 어장을 탈출하지 못했고, 주어지는 먹이를 받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로부터 탈출한 것은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탈출이 아니라 버려졌다는 게 맞는 말이다. 조금만 더 하면 사귈 수 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1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던 나는 연애에 대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연애에 대해서 GG를 쳐버린 후 솔로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취미생활을 누군가의 방해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기에 매우 즐거웠다. 낚시도 거의 매주 다니고, 만화방에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을 때도 있었고, 밖에 나갈 기운이 없을 때는 하루 종일 미드를 보며 누워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솔로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이 적게 든다는 것이었다. 매번 2인분씩의 돈을 쓰다가 1인분만 쓰면 되었고, 연애를 포기하니 옷을 사는 데에도 돈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아껴진 돈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로 다녔고 몸매 또한 신경 쓰지 않아서 몸무게는 20kg이나 늘어났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생에 연애는 포기했기에..

여전히 솔로 생활을 즐기던 2018년 봄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와서인지 갑작스럽게 많은 열애설들이 터져 나왔다. 연애도 포기했고 연예인들에게 관심도 별로 없던 나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는 달랐다. 무지개 1기부터 나 혼자 산다를 시청하던 애청자였고, 특히 지금 멤버들의 케미 덕분에 더욱더 팬이 된 애청자로써 둘 사이를 응원하였다. 저번 주 나 혼자 산다 방영분도 챙겨보게 되었고 둘의 열애설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열애설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부러웠다. 나도 저런 연애를 하고 싶은데.. 그동안 죽어있던 내 연애세포가 마치 제세동기라도 맞은 것처럼 조금씩 꿈틀대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따뜻한 봄 날씨에 나도 영향을 받은 것처럼 계속해서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이 든다. 이러다가 예전같이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감정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망가져버린 나 자신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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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죠
인연은 내가 잘살고 있으면 알아서 찾아오는것같아요!
훗날 만날 여친이 만나면 뿅 반하게 멋진 남자가 되어봅시다 :)

뿅뿅 두눈에서 하트가 나오게 멋진남자가 되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의 시작은 타이밍인 것 같아요
일단 자신을 가꾸는게 먼저 겠죠?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이제 하루됬는데 운동하는게 벌써 지치내요 ㅋㅋ
그래도 박제된 글이 있는데.. 포기하지않고 노력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필리핀에서 처럼 생각지도 않은곳에서 또 감정이 생기는 날이 올거예요~그리고 자신을 가꾸고 준비하는 자세는 매우 그레잇 입니다^^

운명처럼 또 다시 나타나주면 정말 좋겠습니다 ㅎㅎ

스스로를 발전시켜서 달라지는 모습을 만드는 거 만큼 좋은 것도 없는거
같아요 더 좋은 인연이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
그 날을 위해 항상 화이팅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항상 화이팅 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여자입장에선....혼자가 디게 편한데ㅋㅋ 결혼이나 연애나....남자는 어떨지 이해가 잘 안됨...

남자입장에서도 혼자가 디게 편하지 ...ㅋㅋ
그생활을 오래하다가 지쳤다랄까? ;;;
혼자 지내는거 좋아하는 남자도 엄청많아
아 가즈아도 아닌데 왜 반말이 나오지 ...

가즈아에서 한번 대화를 나눠서 ㅋㅋㅋㅋㅋ

2018년도에는 좋은인연 만나실거예요! 화이팅!!!
천천히 하나하나 가꾸어 나가세요 좋은인연이라 생각했을때는 후회없이 잡아버리세요!!! @happylazar 님 좋응소식 기다릴께요!!

올해 안에 꼭 좋은인연 만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ㅠ

봄이 오고 대학가에는 새내기들이 들어오니 가슴속에서 뭔가 일어나는것 같네요ㅎ

어 .... 새내기들본지가
가만보자 ... 1년. 2년.. 6년이 넘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새내기들이 참 보고싶습니다.

운동 응원합니다. 내면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일단 사람은 외적인 모습부터 처음에 보기 마련이니까요! 꼭 모두가 연애를 할 필요는 없지만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분명합니다. 응원해요!!!

저도 이제 행복해져볼러구요 ㅋㅋㅋㅋ
외적인 모습 가꿔서 인연이 나타나면 놓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뭔가 딱! 오는 때가 있을거에요. 살이 쪄도 딱! 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멋진 연애 하실 수 있을테니 걱정 말시길! ㅋㅋㅋ
근데 어장 1년은 참... 안타깝네요 ㅠ

어장 ㅠ 나는 안당 할 줄 알았는데..
사랑앞에서는 어느 장사도 못이기는것 같아요

라자르형 행복하시길 저도 연애는 못할 줄 알았는데 인연이 있긴 합디다 ㅎㅎ꼭 좋은 짝 만나시길!

어 인연을 만나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ㅠ
저도 꼭 좋은 인연만나기를 간절히 셀프 기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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