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했슴다
친구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21년산 그 술을 사겠단다
마주앉자마자 부탁이 뭐냐고 물었다. 그냥 사는 거란다. 함께 마시고 싶어서
오늘도 그 술 당긴단다. 물론 제가 내겠노라고
그 술집에서 그 술을 마시는 내내 이 녀석 보증이라도 필요한가 생각 했지만, 그런 기색도 없이
3일 연속 그 술 마시잖다. 뭔 일 있군 짐작은 했지만 몇 잔을 들이키더니 이혼했단다.
과하게 잔이 오가며 시틋한 척 떠들다가 허우룩 웃음기 떨구는
녀석을 부축하고 가까운 여관에 들어갔다. 술에 감겨 잠든 모습을 보자니 저며 오는 마음 한구석 애잔했는데
오랜만에 녀석이 전화를 했다. 한 잔 하겠냐고 묻자 벌써 취했단다.
마시다가 생각이 나서 그냥 전화했단다. 목소리 들었으니 됐다는 걸
"야, 잠깐만! 금요일 한 잔 하자. 내가 할 말 있다."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 하고 끊는 너에게
사실,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보고 싶을 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