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초 단편 소설] 뫼비우스의 띠
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오늘은 제가 쓴 초 단편 소설을 여러분께 발표하려고 합니다. 짧은 내용이고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간단한 '작가의 말'을 덧붙여 놓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뫼비우스의 띠>
이곳이다. 내가 죽을 곳. 추억이 있는 곳. 웃는 나의 모습이 아련한 곳. 사범대 소강당 옆 ‘쉼터’. 후배들 음료수도 곧잘 사주곤 했던, 작은 돈으로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었던 곳. 그곳.
나는 오늘 이 쉼터가 내려다보이는 2층 화장실 창을 열고 매듭을 매달아 고정한 후 밖으로 몸을 던져 목을 매달고 죽을 것이다.
낮 시간은 위험해. 너무 쉽게 발견되어 구조될 테니까. 아무도 없는 한밤중이 좋겠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입을 테이프로 꽁꽁 봉해 버릴 테니 죽을 수 있겠지.
쉼터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사도’가 보인다. 사도. 사범대 도서관. 문을 열고 살짝 들어가 본다. 빈자리가 곳곳에 보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빈자리에 물끄러미 나를 앉혀 본다. 꿈과 희망을 가졌던 나를.
다시 ‘쉼터’로 와서 커피 한 잔을 뽑았다. 공부를 하면서 자판기 커피를 도대체 몇 잔이나 마신 건지. 뭐 이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아쉽기도 하다. 커피를 뽑았으니 담배도 한 대 피워볼까? 젠장, 바람 때문인가 가스가 없나 불이 잘 안 붙는다.
마침 한 남자가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그에게 다가가 세상 공손하게 라이터를 빌려 불을 붙이곤 두 손으로 돌려주었다. 불을 붙이면서 나는 그의 합격을 빌어주었다. 이정도면 불 값은 하지 않았나 싶다.
담배 연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두 모금’엔 학창 시절을, ‘세 모금’엔 대학 시절을, 마지막 ‘네 모금’엔 타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수험 생활을 떠올려 본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창에 비친 노을과 함께 기쁘고 화나고 사랑하고 즐겁고 슬펐던 많은 일들이 넘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다.
너무 춥다. 한파 경보에는 자살도 어려운가 보다. 목을 매달기보다 차라리 깊은 산 속으로 옷을 하나하나 버리면서 마구잡이로 들어가서 길을 찾아 헤매다 저체온증으로 죽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생각을 말자. 죽을 때 죽더라도 따뜻하게는 죽자. 이번엔 학회실이 보이는 복도로 가서 창에 기대어 섰다. ‘국어교육과 학회실’ 한 때 너무나도 익숙했던 곳. 하지만 이제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 그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본다.
녀석들 공부는 안 하고 찜닭이나 시켜서 먹고 있다. 하긴 나도 지금의 저들과 같았다. 달리 이유가 있겠나. 그냥 같이 먹으면 재밌으니까 즐거우니까 그런 것을. 이 와중에 공부부터 생각하는 나도 이제 꼰대가 되어가나 싶다. 곧 죽어버릴 꼰대.
학회실 복도를 따라 ‘족구장’으로 나왔다. 선배 형들이 족구를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대강당 지붕위로 올라간 공을 주우려 애쓰는 내 모습도.
조금만 길을 따라 나오면 학식이 나온다. 그 옆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덴마크 요구르트를 하나 샀다. 나름 좋아했던 조합이다. 마지막 식사로는 제격이겠지.
아직도 시간이 남는다. 죽기 직전에 시간이 더 잘 안 가다니. 역설적이다.
역설은 진술에 모순이 있으나 그 모순된 진술 속에 더 깊은 진실,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는 표현 방법이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뇌 새김 국어. 정말 징하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니 ‘중도’로 가 볼까? 중앙 도서관 지하 열람실에 들어가 본다. 별로 변한 게 없네. 방학이라 빈자리가 더러 보인다. 한 번 쓱 훑어만 봐도 누가 임고생인지 알 것 같다.
자주 앉았던, 좋아했던 자리가 다행히 비어있다. 이번엔 직접 앉아 본다. 엎드려도 본다. 깜깜하다. 죽음이란 그냥 깜깜해지는 것일까? 모르겠다.
누가 볼펜심을 리필하고 잉크가 조금 남은 것을 그냥 두고 갔다. 심을 들어 나의 흔적을 남겨 본다.
‘꼭 합격하세요. 파이팅!’
정말 진심이다. 뒤에 생략된 말이 있긴 하지만. ‘(나처럼 되지 말고)’.
열람실을 나와서 신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왔다. 괜히 한 번 뒤적여 본다. 참 많은 일이 있었구만. 나도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엔 혹시 이 신문 중 하나에 토막 기사거리로라도 실릴 수 있을까?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이제 사범대 2층 화장실로 가서 숨어 있어야겠다. 실패하면 안 된다.
바람이 창문을 계속 두드린다. 그래. 그래. 이제 열어줄게. 양쪽으로 창문을 여니 창문틀이 훌륭한 기둥으로 변했다. 미리 준비한 로프를 기둥을 감싸고 매듭을 지어 줬다. 당겨보니 팽팽하다. 특수한 일을 하는 분들이 쓰는 매듭이라고 하더니 내 몸무게쯤은 거뜬히 버틸 것 같다.
이제 반대편 로프 끝에 고리를 만들어 목을 집어넣는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 참, 까먹을 뻔 했다. 테이프로 입을 막아야지. 입막음엔 역시 청 테이프가 갑인 듯. 벌써부터 답답하다. 내가 입으로 숨을 쉬어 왔었나.
말을 해 볼까. 입술이 테이프에 들러붙어 안 움직인다. 읍읍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람에게 코와 입이 하나씩 있는 이유가 이런 건가?
목에 감긴 로프의 질감을 느낀다는 것이 참 오묘하다.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뭐. 창 너머로 다리를 하나 내 놓는다. 나머지 한 쪽도 내 놓는다. 목줄을 걸고 창틀에 걸터앉은 꼴이다. 나의 삶, 내 인생이란 토요일이 지난 후 거리에 버려진 로또 용지 같은 것이었을 뿐. 그 뿐이다. 이제 발을 내 딛는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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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이다. 화장실 창 너머로 발코니가 있다. 낮은 화장실 창틀에 목을 매기엔 내 키가 너무 크다.
발코니 난간은 다행히 높지 않다. 주변을 둘러본다. 추워서 아무도 없다. 사도도 불이 꺼져 있네. 약간의 비계만 설정되면 단숨에 목표를 뛰어 넘어 몸을 던질 수 있으리라.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누구도 그 무엇도 원망하지 않으리라.’ 있는 힘껏 난간을 짚고 몸을 던진다. 컼, 눈 앞이 흐려진다. 모두 잘 있기를, 행복하기를, 나를 잊기를. 그리고 슬퍼하지 말기를,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야, 소~오름~ 소~오름~. 내가 어제 어떤 아저씨한테 라이터 빌려 줬었거든? 근데 그 아저씨 어제 여기서 자살했대~ 자살!”
“근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냐? 그 사람이 우리 과 선배란다. 참!”
“뭐? 선배? 누군데? 우리가 아는 사람이야? 왜 죽었대?”
“나야 모르지. 에이 찝찝하게시리. 죽을 거면 담뱃불은 왜 빌려 달라고 하냐? 참나. 어이가 없네.”
“야 그래도 참 안됐다. 보나마나 임고 합격 못하고 비관 자살했겠지. 안 그래?”
“그렇겠지? 열심히 공부 좀 하지. 에이 참 안됐다 안됐어.”
라고 친구와 이야기했던 나였다.
-끝-
steemit @hangeul
작가의 말 : 어떠셨나요?ㅠㅠ 혹시 놀라신 분이 있으시다면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D 이 글 속의 주인공은 저의 모습이 투영된 존재이긴 하지만, 저의 나약하고 좌절된 자아에 해당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현실의 저는 아주 멀쩡합니다.ㅋㅋ
최근에 이런 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로 글쓰기를 가끔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글쓰기가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힘을 주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번에 이 짧은 소설을 쓰면서 나약하고 좌절된 자아를 버리고 현실에서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여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아픈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도 조금 담아 보았습니다.
저의 짧고 부족한 점이 많은 소설이 여러분들께 재미를 드렸다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진행 중인 이벤트를 홍보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500팔로워를 달성하여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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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께 10리플씩 총 30리플을 드리고 있으니 방문하셔서 참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홍보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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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주마등마냥 스쳐지나가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었지...'라고 회상하는
주인공을 보니....
보는 입장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네요...
모든 세월을 거의 바치다시피 하며
살아왔는데...
결과에 목매이며 살았는데
스스로 목매이게 된 상황을 과거에는
과연 생각이나 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남일인 마냥 가십거리로 떠들고 있는 그들...
과연 그들이라고 무사하기는 할련지...
그건 님에게 달렸겠지만 말이죠..
소설을 쭉 읽고 나서도
님께서 스팀잇에서 보여주었던 행보를 알기에
이 소설이 님의 모든 심정을 대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네요 ㅋㅋ
잘 보고 갑니다.
P.S
떨쳐내고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스러운 댓글과 위로와 격려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노력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와 병행해서 기간제 교사 원서도 내고 있는 중입니다.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소설을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