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대해 몇 마디 첨언해야 할 것 같아 붙인다.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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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시킨 건 아픈 역사다. 그에 대해 일본을 두둔할 이유도, 조선의 불행을 연민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피해자 마인드를 내려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본이 과거 극악한 짓을 했으니 나쁜 놈, 죽일 놈이라고 욕하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현재진행형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주적이 소탈하고 귀엽다며 찬양하는 것도 이해불가지만, 과거 중국이 우리에게 끼친 해악은 잊었다 해도 지금의 국가 혼란에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숨 쉴 때마다 들이마셔야 하는 중공먼지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면서 과거 일본에 대해서만 이를 가는 건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또한 과거의 죄를 탓하며 입으로만 복수하는 것이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조상들의 원혼이 바라는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정말 뼈째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입으로만 원수다, 하지 말고 어떻게 잘 복수할 수 있을까, 내 뼈를 갈아 마시며 고뇌하는 게 맞지 않은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제국주의 열강들을 흉내낼 정도의 지혜와 힘이 있었다면 조선은 일본을 식민지로 삼고 싶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처우나 우리가 해외에 가서 벌이는 추태를 보면 아마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는 것이 지나친 오류는 아닐 것 같다. 자기보다 못 살고 못 배운 사람들에 대한 멸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는가. 그러나 누구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사람에겐 선한 면도 있지만 강한 자 앞에서는 엎드리고 약한 자 앞에서는 군림하고, 많이 가진 자 앞에서는 아첨하고 적게 가진 자에게서는 그가 손에 쥔 빵 한 조각마저도 빼앗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내가 그들의 것을 빼앗을 힘을 가졌는가, 내가 저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힘이 있는가 없는가, 다만 그 차이일 뿐이다. 그것이 또한 국제 관계, 외교 시소 게임의 근본이다.

일본이 조선을 발판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는 야욕이 있었던 건 물론이다. 그뿐인가. 미국까지 우습게 봤다. 그러한 과욕에 대한 대가를 그들은 혹독하게 치렀다. 그때의 뼈아픈 경험으로 그들이 얻은 건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이제 강자에게 덤비지 않는다. 우리가 입으로만 내내 그들에게 복수해오며 뒤로는 주적과 형제관계를 회복하느라 국운을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고 사이 일본은 다시 호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조력자가 된 일본은 아마도 대한민국의 위기를 재물 삼아 외교력과 경제력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키워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제대로 된 군대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또 입에 거품을 물 것이다. 남의 나라의 불운을 기회삼아 이익을 챙긴 놈들이라고!?

복수는 이를 빠드득 가는 게 아니다. 상대의 잘못을 사사건건 뒤지고 찾아내어 내가 얼마나 짓밟혔는지 까 보이는 게 아니다. 복수란 그들보다 내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입 다물어야 한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은밀하게, 겉으로는 웃어 보이면서도 밤마다 눈을 부릅뜨고 칼을 가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키웠을 때 어느 날 놀라자빠진 상대 앞에 거인처럼 서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부복을 받는 것이다. 저 놈의 힘이 커지면 다시 또 내 뒤통수를 칠 놈이라는 사실은 잊지 않되 내게 이익을 주는 한 너그럽게 용서하고 손 잡아주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복수다.

그나마 일본에게는 원수라고 생각할 오기라도 있다. 그런데 중공과 북한에 대해서는 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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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먼저 북한은 우리와 한 민족으로 분단의 아픔을 함께 극복하고 통일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아예 원수처럼 대결 구도를 만들어 버리면, 우리가 어떻게 통일을 하고, 통일한 이후 화합할 수 있겠습니까. 또다른 지역구도를 만들어 정치적 반목이 일어나겠죠. 남북모두 냉전시대의 피해자로서 동류 의식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싸우자는 태도로 나오면 우리의 분단은 고착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관계에서 하나 따지자면, 일본이 2차세계 대전 때 했던 잔악무도한 행위는 고작 인종차별하는 수준에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대량학살이 각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아시아가 열강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역이라 크게 대두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의 행위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상이었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그 당시의 전범들을 신사에 모셔놓고 추호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신사에 직접 가보면 당시의 전쟁을 미화하는 전시물들이 있으며, 자신들의 전쟁을 아시아 해방 전쟁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차 대전 패배 후의 나치처럼 민족주의를 고취하며 군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에서 반성하지 않고 나치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경고하고 진지한 역사적 반성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는 깨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전쟁억제력이 잘 먹히고 있지만, 역사에 절대란 없었습니다.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에 그들의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평화로운 국제관계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욕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만난 외국인은 오히려 저에게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중국도 싫어하냐고 물었습니다. 왜 미세먼지며 국제 문제며 전부 중국 탓을 하냐고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시끄러운 관광객도 그렇고, 지난번 사드 보복도 그렇고 중국의 오만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없습니다. 다만, 일본이 100년 전에 저질렀던 민족학대에 비하면 그 증오는 애교수준일 뿐인 겁니다.

우리가 그들과 경제적, 정치적 협력을 도모하고,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일은 지당한 일입니다. 우리가 실력을 키워 그들에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복수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했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칼을 든 강도에게 여유로운 미소로 물러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과거의 역사에서 그렇게 온건하게 평화가 지켜졌던 적은 없으니, 우리는 그들에게 역사의 반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경제력이 늘어 그들에게 웃어보인다고 해서, 그들의 군국주의 움직임이 없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좀 더 국제 사회에 과거 그들의 만행과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나고 있는 군국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의 망령을 알리고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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