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습니다~ ^^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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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여기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시드니에 더 락스.

호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마지막 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에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벤치에 앉아있다.

그 밤을 비춰주고 있는 보름달.
굳이 정월대보름이 아니더라두 어디 좋은데 가서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빌고 싶어지는 건 나만 그런걸까...
시드니에서도, 멜버른에서도 한국에서는 거의 안가는 성당에 꼭 들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빌었던 소원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

한참을 쳐다봐도 떨어지지 않는 내 무거운 엉덩이.
좋아하는 음악 세 곡만 딱 더 듣고 숙소로 향하기로 결심하고 이어폰을 꺼낸다.
여행이라고 가면 그 곳의 소리를 듣고 싶기에.. 이어폰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오늘은 음악이 너무 듣고 싶다. 꼭 필요하다.
노래를 틀고 볼륨을 최대로 높여 다른 소리는 아예 안들리게 만든다.

꿈에서도 그리운 목소리는 이름 불러도 대답을 하지않아.
글썽이는 그 메아리만 돌아와 그 소리를 나혼자서 들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면..
지나다니는 사람은 더이상 사람이 아니라 오페라하우스를 담은 엽서안에 피사체가 된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난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안쓰러워 손을 뻗으면 달아나
텅빈 허공을 나혼자 껴안아.



호주는 처음으로 다시 찾은 다른 나라. 그러고 보니 같은 나라를 다시 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에 왔지만...
그 기억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덮혀지기 전에 떠나게 된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을게 몇 번이라도 외칠게
믿을 수 없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것으로.



너무 크게 따라불렀나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여기는 버스킹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노래부르는 줄 알겠지.
동전이라도 던져주면 감사하고... 욕이나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면 할 것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잊자 잊자. 아직 나는 시드니.
여행중이다.
여행 중에 '앞으로 뭘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만큼 쓸데없는 짓이 없는 것을 알기에.
레드썬.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걸까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3주 동안의 시간이 스쳐지나간다.
힘들었던 기억, 어이없던 기억이 먼저 나는 거 보니 푹 쉬고 가는 여행이 아닌 건 확실한듯.
그래두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에 그 기억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본다.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마지막 노래가 나오고 있네.. 이럴 때는 시간이 참 빨리가지.
9시간 넘게 운전할 때는 참 시간이 안 가더만..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하는 시간들은 스쳐가듯이 지나가버리니..

나 지친거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거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

무릎을 베고 누으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깊은 잠을 잘 거에요.



드디어 이해했구나... 뭐가 변했는지를, 왜 변했는지를, 나도 변했다는 것을....

그대네요 정말 그대네요 그 따뜻한 눈빛은 늘 여전하네요.



'나에게 약속한 세 곡의 시간이 지났으니 가자'라며 일어선다.

서큘러키 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하버브릿지.
그래 하버 브릿지에도 예의를 지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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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브릿지가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앞 벤치에 앉아 다시 세 곡을 듣기로 한다.
호주는 커피가 맛있지..
마지막으로 커피도 한잔.

꿈에서도 그리운 목소리는 이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아.



하버브릿지를 더 좋아해서인가... 멍때림의 시간은 더없이 빨리 지나가고.
다시 나의 엉덩이는 만근추를 시전 중이다.
가야된다는 생각과 동시에 망가져버린 몸이 이곳 저곳에서 아우성을 하고 있으니..
일어나긴 해야겠다.

그래두 마지막이니.. 걸으면서 다른 노래 딱 하나만 더 듣기로.

밉게 우는 건 이제 그만할까 이대로 어디로든 갈까 아니면 눈을 감을까
그렇게 아픈 건 잊혀지지 않아 시간에 기대어 봤다만 한낮의 꿈을 꾸듯이.



아마 이 아름다운 곳은 다시 못 올지도 모르기에..
중간중간 꼿꼿이 서서 셔터를 열고 필름에 장시간 노출시킬듯이 머리에 새겨본다.

행여나 그 사람 내 곁으로 오면
하루 다 나를 안아주면
그때나 웃어나 볼까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곳에서 떠올리는 아름다운 추억.
그래두 다 떠올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니 처절 궁상은 아닌거 같다.

이제 숙소로 가야지.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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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세상 경험에
감히 세상에서 제일 이쁜 지하철역일 거라고 말하는 서큘러키 안 플랫폼에 서 있다

혼자 여행을 꽤 다녔지만
마지막 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은 없었기에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러다 지하철을 하나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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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은 자신이 편해지는 쪽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려는 인간이기에
기분 좋게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한 컷을 찍고 지하철에 오른다.

안녕 시드니.
마지막 까지 환한 얼굴로 나를 보내줘서 고마웠어.
잊지 않을게.






오랜만이네요 ^^ 미술관입니다.ㅎ
어떻게 와이파이도 안 되는 오지로 가는 거 처럼 되어버렸는데.. 사실 호주에 갔다왔어요.ㅎ(여기 휴대폰 인터넷 안되는 곳 많습니다.ㅋㅋㅋ)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참 좋은 느낌이라는 걸 새삼 느끼네요 ^^

오늘도 글만 쓰고 슝~~ 사라질 거지만..
내일부터 많이 찾아뵙고 예전에 그 모습으로 돌아갈게요 ^^
다시 글을 쓰게 되어 저도 너무 좋네요 ^^
놓쳐버린 글이 많을테니..내일은 아마 바쁘겠죠...ㅎㅎ

오자마자 쓴 길고 엉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만은 대문을 못달은 절 용서해주세요 빅피쉬님 ^^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빌었던 소원 중에 하나가 이루어져 너무나 기쁜 날에... ^^

미술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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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발 늦었군요. 이제 호주이야기 슬슬 하나씩 풀어주세요! 저 오페라하우스보니깐 시드니에 잠깐 있을때 저 오페라하우스에가서 꼭 공연을 봐줘야해하며서 비싼 티켓을 사서 들어가 꾸벅꾸벅 졸다가 나온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미동님이 빌었던 소원이 하나 이루어졌다니 그것도 축하드립니다 !! 앞으로 남은 소원도 꼭 이루어지길요 :)

정작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안은 들어가보지 못한 1인..ㅋㅋㅋㅋ
오페라하우스 안은 뭉쳐야뜬다 에서 본 걸로 만족한.ㅎㅎㅎㅎ
흐음 오페라하우스 안에서 공연이라.. 멋진 공연이라면 꼭 가보고 싶네요 저두.ㅎ
안에서 감동받고 나와서 감동받고..ㅎㅎ
앞으로 할 호주이야기는 아마 이 글하고는 완전히 다를듯.^^
반겨주셔서 감사드려요 sobbabi님~~~ 애기 비행기 탈 쯤 되면 어디든 다녀오시길~~ ^^

미술관님 반갑습니다 ^^
건강히 오셔서 더욱 좋고요 ~
호주 다녀오셨군요.
많은 구경 보따리 풀어주시겠어요 ~ ^^

오랜만이에요 빅피쉬님~~ ^^
간만에 사진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서 대문은 못달았습니다 죄송해요 ^^
앞으로도 자주 뵐게요~~
오랜만에 와도 반겨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넘 좋네요 ^^

대문은 뒤에 다셔도 되고 간혹 다셔도 됩니다 ^^
(또 금방 더 훌륭한 분께 더 좋은 대문을 선물 받으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동물원님의 개성을 나타내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제 이미지가 방해하면 안되지요 ^^~

네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불금 주말 씐나게 보내세요 빅피쉬님 ^^

오랜만에 뵙네요. 미술관님!
호주로 여행을 가셨었군요.
벤치에 앉아 낯선 땅에서 크게 음악을 들으며 야경을 본다... 왠지 센티멘탈 하시네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오셨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유명한 관광지에서 저런 궁상.ㅋㅋㅋㅋ
기분은 넘 좋더군요.ㅎㅎ 저런 풍경과 좋은 노래를 즐기고 있는게.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자주 뵈요~~ 다시 즐거운 스팀잇 시작해야죠 ㅎㅎ

다녀오신 곳이 호주셨군요!! ^-^ ㅎㅎㅎㅎ
전 정말 엄청난 오지를 다녀오신 줄 ㅎㅎㅎ
너무 멋진 글로 컴백(?)하신 것 환영합니다!! ^-^
남아있는 여독 잘 푸시고 좋은 글 또 많이많이 보여주세요 ^-^

호주도 좀만 들어가니...정말 오지더군요.ㅋㅋㅋㅋ
인터넷이 안되서 길 헤멘 적도 많고 고생 좀 했다능..ㅎㅎ
반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시작하니 자주 뵈요~~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참 좋네요 ㅎㅎ

캬 올만에 미술관님 풀보팅 하고 갑니다 ㅋㅋ

풀보팅 감사드립니다!!! ㅎㅎ
잘 지내셨죠?^^
정말 오랜만에 들어오니.. 댓글 다는 게 약간 어색하다능..ㅎ 빨리 적응해야죠.ㅋㅋㅋ
글 쓸 때도 상당히 어색해서.. 뭘 글을 쓰고 있는 건지..ㅎㅎㅎ
자주 뵈요~~ feathermoon님~~ ^^

어머 미술관님 컴백하시는군요! ㅎㅎㅎ 저도 오지같은 곳에 가신 줄 알았는데 호주였다니 뭔가 배신감이...! ㅋㅋㅋ 이제 곧 귀국편 타시겠네요. 무탈히 잘 오시고 푹 쉬시며 여독도 푸시고 다시 스팀잇에서 뵈어요!! ㅎㅎㅎ 웰컴백~!!

호주 안으로 들어가면 오지에요!!!! ㅎㅎ 인터넷도 안되고.ㅋㅋ
왠만하면 스팀잇 안하려고 적었던 글이.. 오지로 가는 걸로 됐네요.ㅎㅎㅎ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
이제 또 열심히 스팀잇분들 스토킹하러 다녀야죠.ㅋㅋ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더리나님~~~
자주 뵈요!!! ㅎㅎ

미동님!
호주다녀오셨군요... >.<
한동안 안보이셔서....어디갔나 했더니 ㅎㅎㅎㅎ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한컷...
마음에 오래 새겨졌을 것 같아요...!!
발걸음 돌리기 무척 아쉬웠을 듯....

어딜가도 쿨하게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힘들었네요.ㅎㅎ 너무 이쁜 풍경이기도 하고 추억도 많고 해서....
그래두 한국 오니 좋네요.ㅋㅋㅋ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들도 있고 삼겹살도 먹을 수 있고.ㅎㅎ
오랜만에 들어왔으니 얼릉 적응해야겠죠?ㅎㅎ 놓친 글이 많아서리...
자주 뵈요 야야님 ㅎㅎ
반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힘들게 시드니를 보내고 오셨군요!!
여긴 미세먼지가 가득하니 마스크 필수입니다ㅠㅠ
이제 매운음식 마음껏 드시길ㅎㅎ

아 미세먼지 대박일 때 호주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ㅋ
여전히 심하긴 하더군요.ㅋㅋㅋ 그래두 어제 오늘 비가 와서 좀 나아진듯..
매운음식!!!! 잘 먹지도 못하면서 너무 그리웠다능..ㅠㅠ
완탕에 설렁탕 다대기 좀 넣었으면...했...
내일은 떡볶이부터 먹으려구요!!! ㅎㅎ
반겨주셔서 감사드려요 kindbreeze님~~`

여행 중이셨군요. 반가워요~
호주 커피가 맛있군요. 호주는 아니지만 퇴근 전 커피 한잔해야겟어요.
나두 호주 가보고 시프다~

멜버른 커피는 정말 맛있어요.ㅎ 아 저두 이제 그립네요..집 앞에 1900원짜리 아메리카노 먹을라니 ㅎㅎ
무사히 귀국해서 이렇게 글도 쓰고 댓글 달고 있답니다 ^^
스팀이 ohnamu님 호주 보내드릴거에요!!! 믿습니다!!! ㅎㅎ
반겨주셔서 감사드려요~~ 맛있는 커피 드셨길 ^^

마음 가는 곳에 앉기도 하고 자유로이 걷기도 하는 여행, 글을 읽는데 그 마음이 와닿아 저까지 자유로운 느낌이 드네요 :) 아이유의 무릎 이노래 언젠가 되게 위로 받았던 곡이예요! 음악과 함께 여행지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길~ +무슨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네요!ㅎㅎ (개인적인 이야기일테니 답변은 패스 해주셔여~)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에..(사실 3주밖에 안되는데..ㅋ) 아이스밀크티님 글에 딱 차에 관한 글이 있어서 넘 좋았어요.. 제가 생각해왔던 그 모습 그대로 절 반겨주었달까..ㅎㅎ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밀크티님(길어서 줄이기로..)
돌아가야하는 곳에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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