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하고 있는지 보려고 발을 쳐다보지 마세요. 그냥 춤을 추세요 [Feel通-일상의 안단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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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스팀잇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품고있던 바람이다.

틈틈이 많이 읽히는 작가들을 염탐하고, '글 잘쓰는 00가지 방법' 같은 지침을 검색하기도 한다.
일상의 작은 소재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다짐도 한다.

허나 나는 가장 큰 문제를 알고있다.
바로 '잘 쓰고 싶어하는 마음' 

사실 스피치 수업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뭔가 있어보이는 어투, 거창한 오프닝, 화려한 미사여구가 들어가야 말을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정작 쉬운 일상의 언어가 말의 전달력을 높인다. 
스피치와 글 뿐인가. 운동도, 예술도, 사랑도 결국 '힘빼기'에 달렸다.

그러나 아는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글을 쓰려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래도 내가 자소서 코칭이 몇회인데' '명색이 강사라는 녀석이 좀 잘써야 하지 않겠어'
'철학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등등의 자의식이 스물스물 튀어나온다.

오늘은 장주원이라는 사람의 솔직함을 추천받았고,
며칠 전엔 매일 경제 김인수 기자 칼럼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침 없이 자기 생각을 토해내는 글은 그대로 멋있고, 말랑말랑 에세이는 맘을 촉촉하게 적신다.
장르가 다름에도 필력 좋은 사람은 그냥 마냥 다 부럽다.
욕심이 많아서는, 전방위적 글쓰기가 하고픈가보다. 

"당신이 잘하고 있는지 보려고 당신의 발을 쳐다보지 마세요. 그냥 춤을 추세요."


정답은 역시나 '그냥' 쓰는거겠지 . 나는 이미 잘~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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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손님이 다녀가면 허전함이 싫어 누군가 데려오는게 겁나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적에 엄마가 일 나간 집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게 그렇게 서러웠고,
청소년기엔 친구의 "나 이제 집에 갈래" 한마디가 무서워 차라리 TV랑 노는걸 좋아했다.
누군가 가고난 빈자리에 가슴 한가운데 구멍 숭숭 뚫린 채로 울고있는 아이가 나는 참 안쓰러웠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을 만나고, 흘려 보내고, 끊어 내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여기며 무뎌졌던 시린 기억이 오늘 문득 되살아난다.

이제야 알것같다.
친구들과 보낸시간이 진심으로 즐거워서 헤어지기 싫었고,
엄마를 정말 사랑해서 엄마가 없는 자리가 서러웠던거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끼는 사람들을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던거겠지.

그 쓸쓸함은 혼자라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는 증거였고,
결코 외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는 것.

친구들을 바래다 준 후 덩그라니 남은 케잌이 '이제 괜찮니?' 하고 말해주는것 같다.
겹겹이 쌓여있는 설거지도, 텅빈 식탁도 다 '넌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사랑 받는 사람이었어' 하고 말한다.

술 못하는 녀석이 오랜만에 한잔 집어 삼킨 와인 때문일까?
소소한 집들이에 감수성이 폭발한다. 


  

크림빵을 먹다가 인생이 본질(?)을 또한번 깨달았다.
하..  늘 기대하고 실망하는, 속고 또 속는 반복이여! 마침 오늘은 월세 내는 날이다.




2018.02.0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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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글 너무너무 잘 쓰시는걸요 ㅎㅎ
시를 읽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에세이를 보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뭔가 기분좋게 둥둥 떠다니는 듯한 따뜻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글이라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크림빵 ㅋㅋㅋㅋ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 맨날 속지만 그 맛과 기대 때문에 한없이 반복하는..

꺄악, @newmember님!! 늘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돼요. 고맙습니다아. 🙈🙈
둥둥, 따뜻, 산뜻 쿄쿄쿄쿄쿄쿄쿄, 제가 다 좋아하는 단어들이예요.

안그래도 박하지 않은 크림빵 먹고싶어서 오늘 사먹었어요!! 이번엔 안속았어요!!ㅎㅎ

ㅋㅋㅋㅋㅋ 저도 다 좋아하는 단어에요 ㅋㅋ 기분 좋아지는 단어들!! ><

세상에나, 박하지 않은 크림빵이 있었나요?!?! 어디서 사신거에요! ㅋㅋㅋ

동네에 체인 아닌 빵집 크림빵이 엄청 빵빵해요! 후훗*

월세를 먹다 남은 크림빵으로.... 낼 수 있다면 난 참 행복할텐데요ㅎㅎ 잘 감상하고 갑니다...

@sadmt 반갑습니다. 처음 인사 나누는것 같아요. 역시 시인이시라, 상상력이!!
그럼 얼마나 좋을까요. 저 빵 속이 휑하니 비어서 맛도 없었는데 말예요 >_<

좋은 글이네요.
뉴비입니다.
보팅 및 맞팔 신청합니다~.

반갑습니다. thenextbeanthing님,
우리뉴비 화이팅해요!!

그러게요, 정말 그저 춤을 추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음을 잊고 사는 요즘이네요.
공감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팔로우하고 종종 들를게요^^

@basilius9 님 반가워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음악 #영화 #책 #일상 !! 저와 관심사 교집합이 많으시네요~
공감해주셔서 기뻐요. 자주 이야기 나눠요!!

크림빵ㅋㅋㅋㅋ이녀석들 제발 속이지좀 마라!!! 뭐든지 늘리려면 꾸준하게 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저는 그 '꾸준히'가 가장 어려운 사람인데, 스팀잇에서 한번 이뤄보려구요! 헤헷,
프로필사진이 눈에 확~ 띈다 했는데 이미 프로 블로거셨군요! '덕덕'한 이야기 좋아요오~

마음이 따뜻해지는 고기 사진이네요

저날 요리해준 친구가 엄청 추운날 재료를 직접 다 사와서 해준거라 감동이었어요.
제 마음이 sonntag51님에게도 전해졌나봐요. 감사합니당~

소소하고 재밌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삐노와 브리 엄청 예쁘네요!! 크흐 -

역시 자연스러운게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것 같습니다.
힘을 빼라는 조언 잘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어린시절의 외로움(?)을 이리 몽실몽실하게 표현하시다니...대단하세요ㅎㅎ

아이쿠, @genius0110 님. 조언이라뇨. 저도 잘 못하고 있는걸요.
글 쓰려고 하면 어깨 힘 빡!!ㅋㅋ 아직 강의도 그렇고. 다 잘 안돼요.
그래도 부족하다 한숨 쉬고 있을때 이렇게 정성스런 덧글도 달아주시는 덕에
완벽한것만이 좋은게 아니란 걸 또 실감합니다. 다음번엔 제가 먼저 인사할게요. 감사해요!!ㅇ_ㅇ)

@genius0110 님의 추천으로 글을 읽게 되었는데 어쩜! 제목부터 멋지네요 :-) 저도 요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스팀잇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가봅니다. 중간에 춤을 추듯 타이핑하는 개구리도 멋지고 ㅎㅎ 텅빈 식탁과 허전함이 사랑받았다는 증거라는 말씀도 참 와닿고 좋습니다. 팔로우하려고 보니 '지금, 여기 그리고 당신' 저도 자주 쓰던 말이었는데.. 필통했나 봅니다 :-) 여러모로 반갑습니다.

@genius0110님께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는데요! 저도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 분을 알게돼 기뻐요!! 꾸준히 써오신 그 열정만으로도 이미 큰 '작가'이신걸요. 많은분들과 깊이 소통하시는 @springfield 님 글들 보며 저도 잘 따라가 볼게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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