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큰사랑, 내리사랑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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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사랑이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말의 의미를.

난 사랑은 쌍방향이라 여태 믿어왔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떠한 관계를 불문하고 일방통행은 없다라고 믿어왔다. 하물며 부모자식간이라 하더라도 그럴것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시엄니표 된장과 고추장을 싸들고 저녁 대신 먹으려고 대충 깍아넣은 과일 봉다리를 들고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도 연신 땀이 멈추질 않았다. 정말 대구 날씨는 말그대로 푹푹 쪘다. 대기실도 덥기는 마찬가지라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등이 다 젖을 정도였다. 얼른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배웅 나오신 시아버지를 뒤로 하고 서둘러 탑승구로 내려갔다. 여전히 덥고 여전히 땀이 흘러 나쁜 체취가 나는 것도 같아 기분이 영 찝찝했다.

기차에 탑승하고 자리를 찾아 짐정리를 하고 좌석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기차안이 시원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좌석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좀전까지 괜찮았는데 말이다.

날이 너무 더워서 일거다.
기차안이 너무 시원해서 일거다.

헤어질때 말을 한마디도 잇지 못하시던 시아버지 때문일거다. 맨처음 만나자마자 눈물을 보이신 시어머니 때문일거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분들의 무엇이 나를 자극했단 말인가. 내가 과연 그분들을 사랑하기는 하는가 말이다.

그것은 그저 내리사랑이었다. 감히 내가 흉내내지 못할 그런 위대함이었다.

나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무뚝뚝한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나 부모사랑을 잘 모르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하고의 관계도 일방적이거나 무조건이거나 무한이거나 희생적인 관계는 아닌것 같다. 그냥 인간대 인간의, 조금 특별한 돈독함을 유지하는 관계라 할까. 나에게 내리사랑은 없는 것 같았다.

두분이 보여주신 그 위대함은 두고두고 나를 반성에 들게 할것이고,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며 더 많은 사랑을 줄수 있게 원동력을 마련해 줄 것이다. 받은 만큼 내려주는게 내리사랑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받은 그 사랑에 더 많은 가치를 더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내 안에 풍부하게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큰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이겠지. 나도 이제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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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네요.
그런 마음들이 바탕이 되서 아이들은 더 정감있게 잘 키우실 것 같네요!

그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ㅎㅎ 그럴수 있겠지요?

갑자기 시부모님을 못견뎌하던 저의 못됨이 밀려와서 심히 괴롭습네다ㅜㅜㅜ

왜요~ 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거죠. 전 친정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더욱 애절한겁니다.

내리사랑 저는 항상 어머니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말 위대함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어머님 이야기 가끔 들었는데, 오쟁님 어머님도 위대함으로 꽉 채우신 분이군요 ㅎㅎ

노부모님은 얼마나 애틋해 하셨을까요... 부모 마음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도 그래요. 알것 같으면서도 잘 모를듯요... 그래서 더 잘해드려야 할것 같아요!

에빵님은 럭키 시네요...
사연은 모르지만 배웅나오시는 시 아버님 만 봐도 사랑을 느낄수 있는거 같아요
어르신들은 표현에 미숙하셔서 더 애달픈 눈빛으로 다가올때가 있죠...
행복하셨을거 같네요 ^^
마무리 잘하고 돌아오세요~~~

아버님이 역까지 태워 주셨어요~ 말을 못 잇고 들어가라고 손짓만 연신 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찡했습니다 ㅠㅠ 제가 먼저 표현하며 지내야 하는데 저야말로 표현을 잘 못해서 늘 죄송하답니다 ㅠㅠ

한여름이..또
감동적인 내리사랑에 방해를 하려고 했나바요 ㅎ
아니면 더 부추긴건지도 모르죠...

좋은감정 가득 담아 다니시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돌아오고나서도 계속 마음 한켠이 아리답니다. 일정이 너무 바빠서 조금밖에 머무르지 못해서 그런가봐요 ㅠㅠ

사랑을 드려야하는데 정말 쉽지않지요...ㅠㅠ

마음은 있는데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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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잘 하셨어요.덕분에 저도 같이 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구요.감사드려요.

저는 이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에빵님이 느끼신 그런 비슷한 기분이 들려고 하면
반사적으로 감정의 수문을 틀어막아버립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그냥 그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죠?

무엇이든지 노력이 필요한가 봅니다.
잘 받을 줄도 알아야 잘 전해줄 수 있을텐데요 헤헤.

아~ 표현에 익숙하지 않으신가보네요. 저도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 별로 표현하지 못하고 사는데, 우리 시어른들덕에 조금씩 방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엔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몰라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지실거여요! 화이팅하세요 ㅎㅎ

뜨겁네요. 날씨도 글도, 내리사랑도.

ㅎㅎㅎㅎㅎ 뜨거운 계절이니까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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