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in #kr7 years ago (edited)

44시간만인가. 새로운 포스팅을 쓰는 것이.
보통은 17시간 혹은 24시간안에 새로운 포스팅을 올리기로 약속했었다. 한달이 되어 겨우 하루 정도 쉴 시간을 주었다.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은 쉴 계획이다. 나는 보통 이렇게 시간단위 계획을 세우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하루를 보람차게 산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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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굉장히 재밌다. 그런데 나한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 그것은 북리뷰를 쓰기 위해 읽는 책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미 읽기를 끝낸후 일정 정도 시간은 흘렀지만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는 느낌에 충실했다. 오로지 느낌 그대로 북리뷰를 기술했다면 이번엔 모든 조건이 달랐다. 줄거리를 참조해야 할 부분과 발췌를 해야 할 부분을 구분하여 메모하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기억하고... 이것은 그 어떤 조건보다 대단한 변화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다. 그러나 몇시간이고 푹 빠질수가 없다. 왜냐하면 메모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책 읽는 중간에 이 부분을 쓰고 있다. 나중에 북리뷰에 정식으로 이부분을 사용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도대체 비평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책을 온전히 즐길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나 정도와는 말할수 없게 많이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북리뷰를 써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계획이 나한테 주어진 "책과의 은밀한 만남"을 크게 방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를 헝클여 보고 다시 책을 들여다 보지만 한쪽으로 치워 놓은 핸드폰 메모장이 자꾸 손짓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사랑에 대해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분석을 한다. 심지어는 수학 공식을 이용한 분석도 등장한다. 수많은 철학자가 내린 삶과 사랑과 아름다움과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알랭 보통은 그만의 해석을 내린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냥은 지나치지 못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하는, 옛날 혹은 현재의 그 누군가를 반드시 떠올리게 하는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꽉 차 있다. 사랑에 관한 한바탕 수다이자 사랑학 개론 강의이다. 읽는 내내 나의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그리곤 예전 그사람과 현재 그사람을 필연적으로 떠올려보곤 한다.


파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989.727분의 1의 확률로 클로이를 만난후 그것이 운명적 사랑, 아프로디테가 결정지어준 운명이라 믿은 "나". 내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아래와 같다.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기 위하여 나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 그녀의 모든 기억을 차곡차곡 분류 정리할 준비, 그녀의 유년의 역사가가 될 준비, 그녀의 모든 사랑과 공포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과 몸 안에 흘러다녔을 모든 것이 곧 매혹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사랑은 곧 엄청난 모순에 빠진다. 마르크스주의(이것은 칼 맑스는 아니다)이다. 클로이가 "나"를 사랑하기를 바랐으면서 막상 클로이가 "나"를 사랑하자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저급한 선택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의 마르크스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줄 클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매혹적인 유사점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희비극적인 불일치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또 사랑한다는 이유로 보통 친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모두 뛰어 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유머이다. 갈등과 차이를 농담으로 바꿀수 있는 것만이 진정으로 사랑이다.
사랑은 일상에서 공유하는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서로에게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비비큐 꼬치에 꼽아 상대방의 성격을 규정짓기도 하고 중국 식당 테이블의 회전 원판위에 다양한 감정을 차려 놓기도 한다. 너무나 행복해서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의 병 안헤도니아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랑에도 마지막은 있을수도 있다.


"사랑은 마시멜로하다"라는 표현이 이 책을 통털어 가장 사랑스러운 표현인것 같다. 얼마나 말랑하고 달콤한가. 더군다나 마시멜로는 뜨거운 불에 올려져 있으면 더욱 쫀득하고 맛나다.

사랑은 뭐니뭐니해도 시작할 때가 가장 사랑답다. 상대에게 몰두하고 상대의 기억과 역사를 공유하고 상대의 감정과 공포를 배울 준비를 하는 그 시기가 가장 행복한 시기가 될 것이다.
수시로 사랑이라는걸 시작할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울런지. 카사노바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떠나 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에 보내주는 것이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이다. 부럽다.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 사랑 중에 있는 사람, 사랑때문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 사랑이라는 숙제를 영원히 풀지 못할것 같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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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무엇이 어찌됐든 인생은 달콤하다.
무엇이 어찌됐든 사랑은 달콤하다.

무엇이 어찌됐든 사랑은 달콤하다
무엇이 어찌됐든 이별은 쌉쌀하다

달콤하고 쌉쌀한 초콜릿 같은게 사랑이군요ㅋㅋ

오호!!! 맞네요 ㅎㅎㅎ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이 맞는건가요?ㅎㅎㅎ
사놓고 먼지만 쌓여가는데...언젠가는 읽어봐야 겠어요.

어릴땐 아픈 사랑에 끌리고 나이드니 뜨거운 사랑에 끌리고 더 나이가 드니 편한 사랑에 끌리던데요 ㅎ

그냥 정말로 재미있다 하시니 저도 한번 읽어봐야겟어요.ㅎ

저는 입을 계속 실룩거리며 읽었어요 ㅋㅋ

이 책에 나오는 대사글 소리내서 읽다보면 정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예전에 서점에서 이 책을 사려고 보다가 대사를 읽어봣는데 혼자 막 웃었어요. (최화정 목소리처럼 읽으셔야 해요^^)
보통시의 감정 표현은 시를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 같아서 예전엔 읽으면서 뭔가 불안하고 긴장되었던 기억이 나요. 내 마음을 가감없이 보고 하는 말 같아서였겟죠.
북리뷰를 보니 다시 한번 슬쩍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리뷰 감사드립니다.

최화정 목소리 ㅍㅋㅋㅋㅋ 사실 제 목소리가 약간 최화정스럽긴 한데요 ㅎㅎㅎㅎ 함 소리내서 읽어볼까요 ㅋ

북리뷰를 위해서 메모하시는거 좋은 팁 같은데요 ^^
사랑은 마시멜로하다~
마시멜로를 좋아하지 않는데 공감은 안가지만~~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편하게 힘빼고 읽을수 있는 책, 미소를 입에 물고 읽을수 있는 책이여요 ㅎ

유명한 책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워낙 많은 분들이 읽고 좋다고 하시니 관심이 가네요. ^^

유명한 이유가 있겠죠 ㅎ

저도 이책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앗! 그러셨군요. 제 리뷰가 누가 안되길!

엄청 좋아하는 책입니다
수십번 읽은책인데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 이네요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ㅎㅎ

저는 이 리뷰 글에서
마시멜로우한 사랑이야기보다,
에너자이저님이 북리뷰를 쓰실 때의 고뇌가 더 와닿는 내용같아요!! ㅎㅎㅎ
다음에는 꼭 '책과의 은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으시길!! ^-^/

네. 저도 꼭 그러길 바래요. 다음엔 욕심 버리고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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