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경쟁이란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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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경쟁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기게 된다 해도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게 진실된 속마음이다. 단지 기왕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애쓸 뿐이다. 내가 이렇게 경쟁과 거리감을 두게 된 것은 대학 졸업후 경쟁 사회에 나간 직후부터였다.

어릴때, 승부라는게 뭔지 그 의미를 채 알기도 전부터 나는 대부분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했었던 것 같다. 큰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일정의 동기만 부여된다면 이기는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동기란 이길것 같은 예감 또는 분위기이고 그 결과는 대부분 예상에 적중했고, 행여 반대의 예감이나 분위기라 한다해도 그냥 빠지는 걸 선택하면 그뿐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에겐 실패나 좌절의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인생을 비겁하게 살아가는 방식인지 알게 된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사회생활 초창기부터였다. 정면승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나보다 더 좋은 학벌과 능력을 가진 이들과 매일을 마주하는건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정말로 공부를 많이 했다. 그정도로 고등학교때 공부를 했으면 S대에 갔을 것이고, 사시도 합격했을 정도였다. 내 인생의 첫 정면승부였지만 결과는 망이었다.

전공이 아닌 일과 공부를 하기엔 너무 벅찼고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원래 나의 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나마 당시 공부했던 걸 가지고 프리랜서라는 명맥을 현재까지 유지하며 살고 있는 걸 보면 당시의 노력이 완전히 망작으로 끝난것은 아닐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라는 것이 다른 이와의 비교와 경쟁에서 비롯된다면 내 인생은 틀림없이 망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더욱 비겁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승부에 들지 않는 것.

승부와 경쟁의 세계와 멀어지게 됨으로 인해서 몇가지 혼란이 찾아 왔다. 치열한 사회로부터 한발작 멀어졌다는 안도감은 자아 실현의 박탈감과 함께 찾아왔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끝도 없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초야에 숨어든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남들과 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자부심은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터부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상당기간 동안 고독과 외로움의 방황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스팀잇을 알게 되었고, 스팀잇 생활 5개월차에 요즘의 나는 스스로 경쟁에 놓이게 만들기도 한다. 글쓰기 공모 참여와 각종 이벤트 참여가 그러했고, 심지어 단편 소설로 문학상 공모를 해보질 않나, 모두 나다운 일은 아니었다. 역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기거나 당선 내지 당첨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은 없지만 겉으로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참여자체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도 상당한 변화라고 칭찬해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에게 있어 경쟁이란 그냥 순수하게 즐길수 있는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아직 그러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무수한 강박에 시달리거나 수면장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하는 정신적 육체적 피폐 현상을 금방 경험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게으르고 나태해진 자아를 추스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겁하지만 속편하게 사는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그러하다.

내가 오늘 경쟁에 임하는 비겁한 자세를 언급하는 이유는 며칠 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 때문에 마음이 좌불안석으로 진정되지 않아서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불안을 떨쳐버릴수 없고 어디 도망을 갈수도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나는 또한 알고 있다. 정작 일이 닥치면 참 열심히 재밌게 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긍정의 힘을 끌어모아 무장하고 대비할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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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경쟁은 싫어요. 웬만하면 지는데, 지면 참 기분 안 좋거든요. 쩝..
그냥 알아서 피하고 포기하죠. 그래서 결과물도 없는 듯.. -_-;;

저하고 같으시네요. 브리님~ 저도 웬만하면 져요. 전투력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ㅠ

그래요..긍정의 힘을 믿어 보세요!!!
잘 될꺼예요.^^

감사합니다. 비비아나님~ 믿습니다! ㅎㅎ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고 아직도 겪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항상 비겁한 자세였는데 올해부터는 조금씩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시 쉽지는 않지만요.
긍정의 힘을 모아 무장하고 대비하신다면 분명 잘 되실 겁니다. 잘 하실 수 있을 꺼예요! 화이팅!

고마워요. 쑝님! 요즘은 좀 어떠세요? 지침은 좀 달래어졌나요?

요즘은 그래도 살만한 것 같습니다ㅎㅎ 다행히 스케줄에 적응했습니다~

적당한 경쟁은 삶의 즐거움을 주는것 같아요.
잘 되실 거예요. 응원하겠습니다^_^

와우! 경쟁을 즐기시는 분이 제일 부럽습니다 ㅎㅎ

저도 그래요~닥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것을
그 전까지 힘들고 두근두근한 시간을 보내게 되요~
잘 하실 수 있어요~!!걱정 붙들어 매세요^^

지금 걱정이 백다발여요... 옷을 잘 입어야해서 ㅠㅠ 넘 우람해서 큰일이거든요 ㅋㅋㅋ

ㅎㅎ 지는게 이기는 거다. 라는 말도 있으니까요.ㅋ

ㅎㅎㅎㅎㅎ 역시 울곰님!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긍정의 힘이죠..

홧팅입니다^^

네. 맞습니다. 잘하겠죠? 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기는 한데...
가끔 금수저가 부럽긴 합니다.
그들도 경쟁을 하긴 하는지???

그러게 말입니다. 드라마에선 목숨 걸고 경쟁을 하긴 하던데요 ㅋ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포지션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D

그럼요. 그런데 지금은 왜캐 긴장되는지 도를 더 닦아야겠습니다 ㅋ

저는 누구와도 경쟁관계가 되고싶지 않은데ㅜ 살다보니 항상 ㅜㅜㅜ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응원합니다 제시카님!!

일해요. 좋아하지 않는 일.. 돈벌어야해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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