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나누는 자리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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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숨을 돌리고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25일 토요일 카페 '선유기지' 지하에서 두번째 살롱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식 계정에 쓸까하다 개인적인 감정의 과정을 적게 될 듯 하여 제 개인 계정에 살롱 준비 과정과 그 날의 후일담을 적어볼까 합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저는 불소소라는 팟캐스트를 @bombom83님과 함께 진행 중이고, 그 연장선에서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살롱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살롱은 무엇일까, 내가 추구하고 할 수 있는 살롱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그냥 살롱이 아닌 살롱실험입니다.






고민과 준비


첫번째 살롱을 시도한지 2달 만에 준비한 두번째 살롱이었다.

첫번째 살롱은 제대로 시도도 해보기 전에 마무리되어 아쉬움이 많았고, 참여자의 집중도와 대화의 방향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어서 마음의 짐 또한 남겨져 있었다. 그렇게 다시 살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배 세대들 처럼 무조건 진리를 설파하는 식의 강연을 하고 싶지 않아 선택한 살롱이지만, 주제 안에서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고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그 시간을 면밀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언제 다시 두번째 살롱을 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기 기억상실이라도 생긴것인지, 당분간은 잠자코 팟캐스트하면서 일만 하기로 해놓고 또 다시 살롱을 준비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거 누가 먼저하자고 했나요. @bombom83님도 기억나지 않는단다. 누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홀린걸까.


주제도 고민이었지만, 살롱의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형태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어떤 방식이 주제는 더 깊어지게, 의견은 자유롭고 다양하게, 집중도 있는 대화와 지루하지 않은 수다의 균형을 맞추게 할 수 있을까. 명확하게 참고할 수 있는 케이스 스터디는 없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우리의 방식대로 만들어야했고, 그러려면 누군가의 형태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그 시간을 구성해내야만 했다.


우리가 준비하는 주제는 한 분야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모아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어떠하냐로 모아지는 것이며, 그 안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다. ppt를 준비해 자료를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일하면서 매일 끼고 사는게 ppt지만, 살롱을 위한 ppt는 달라야했다. 더 간결하게 더 즐겁게 더 깊게하기 위해 과정을 이어갔다.


회의를 하고, 리서치하고, 경험했던 기억들을 다시 꺼내고, 자료를 교환하고, 다시 회의를 하고, 다시 자료를 교환했다. 마지막엔 함께 시뮬레이션을 하며 흐름을 점검했다. 어떤 부분에서 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어떻게 화두를 던질 것인지 의논했다.








살롱실험2 시작, 공간의 미식가들


드디어 두번째 살롱실험이 시작되었다.

총 4분(@kyunga님, @bramd님, @xinnong님, @shyuk3655님)께서 참석해주셨다. 모두 팟캐스트 '불소소'를 들어본 적이 있고, 살롱에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었다.

'공간의 미식가들'이란 주제는 맛에도 그 풍미를 섬세하게 즐기는 미식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무형의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에 공간의 경험을 즐기는 '공간의 미식가들'이 존재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우리의 경험과 취향을 중심으로 공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정의해보자는 취지였다. 사적인 공간이든 외부적인 공간이든 공간에 대한 경험은 개개인 마다 다르고, 각자의 취향이 반영되며, 다르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공간,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생겨난 공간의 변화, 우리가 잃어가는 공간들, 아주 사적인 공간 취향까지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각자가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질문을 던졌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경험의 기억이 있는지 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수다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답은 비슷한 것 같았지만, 풀어내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주제와 내용에 적극적인 관심과 살롱에 대한 호감어린 시선으로 참여해 준 분들 덕분에 살롱실험의 시간은 더 살롱스러워지는 듯 했다. 일방적으로 자료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나간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넉넉히 2시간을 준비했던 시간은 3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끝이 났다.








영감을 나누는 자리


나누고 싶었던 건 자료에 대한 정보가 아닌 '관점'이었다.

그리고 그 관점은 고정된 것이 아닌, 대화를 나누기 위해 던지는 우리의 시각이다. 영감은 자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속에 자리한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한번 다시 생각을 해보게 한다는 것, 그 속에서 나의 생각이나 정체성을 또 한번 발견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영감은 물질이 아닌, 추상적인 곳에 자리잡아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고,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기도 한다.


쉽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았지만, 다음을 걸어가기 위한 동력을 얻은 즐거운 영감의 자리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그런 시간이 되었길 바라고, 기약할 수 없지만 그 다음은 좀 더 괜찮은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했습니다.






대관시간을 한 시간이나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스티미언 할인"이라며 쿨하게 넘어가 주신 선유기지(@seonyu-base)의 잔바람님(@kindbreeze), 그 자리에서 도움주시려고 하셨던 꼬드롱님(@ccodron)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꼬드롱님 다음에 뵈면 커피살께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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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주제죠?ㅎㅎㅎㅎ
아 궁금하여라.

음.. 다음 주제 뭘로할까요. 베트남 들여다보기?ㅋ

오 노..그런 거 말고요.ㅠ
서점 여행사?ㅎㅎㅎㅎ

ㅋㅋ농담이어요. @machellin 님 만큼 베트남을 잘알고 있지 못해서 못할듯요. ㅎㅎㅎ 서점은 언제나 제가 드문드문하게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존재인데, 알면 알수록 또 쉽지 않은 것 같기도하고. 언젠가 주제로 이야기나눠보면 좋을 것 같네요. :)

그 날, 그 곳의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군요.
각자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유형의 혹은 무형의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도 포함되어 있었겠죠?
그저 대리만족합니다. 제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네 무형의 관점이 중심이 되서 유형의 공간을 이야기했답니다. 언젠가 디디엘엘님도 함께할 날을 기다려보아요 . :D

ㅎㅎ믿고 참석하는 P님과 봄봄님의 살롱! 흥해라!!!!!!!!

씬농님 넘 감사하고 즐거웠어용!!! :)

그래서 다음회는 언제죠? +_+

경아님 준비되시면요!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선유기지에서 마주쳐서 깜짝 놀랐었어요.

짧지만 반가웠습니다. :D

수고하셨습니다.
주말에 이루어져서 아쉬움이 ㅠㅠ

담에 시간될 때 오셔용 호돌박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ㅋㅋㅋ)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지는것 같네요.
앞으로 쭈욱 좋은 실험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스팀시티 이벤트 보팅(20-14~18)드립니다.
굿럭!

감사해요 럭키님:D

이렇게 재미있는(?) 모임이라니..

ㅎㅎ 감사합니다. 정말 즐거운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정말 흥미로운 주제네요 공간의 미식가들..
저기 참여하신 분들만 봐도.. 옆에서 믿기만 해도 좋았을 거 같습니다..ㅎ
그래서 담엔 방청객도 좀..굽신굽신..ㅎ

오셔서 적극적으로 대화하셔도 방청객이 되셔도 됩니다. 각자의 자율에 맞기는 자리이니까요 :D

저도 어제 @xinnong님이 올리신 포스트 보고 팟캐스트 들어봤어요.
선유기기에서 실험살롱 하기 전 내용이었는데, 잘 마무리하셨군요.ㅋ
두분의 대화가 왠지 수다스럽고 고급져 보여서 '어쩜 이런 게 살롱의 분위기일 수도 있겠다.'하면서 들었었습니다.
세번째, 네번째 살롱으로 승승장구하세요.^^

오홍 방송들으셨군요 +_+ 감사해요. ㅎㅎ 앞으로도 잘 이어나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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