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즐기는 서점, 스틸북스(Still Books)

in #kr5 years ago (edited)


sefa.jpg


B매거진에 이어 F매거진, 일호식과 세컨드 키친까지 디자인 회사 JOH의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사운즈 한남'이 한남동에 들어섰다.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와 사무 공간이 공존하는 사운즈 한남은 그들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재편집하려는 듯 하나의 작은 마을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서점 '스틸북스(Still Books)'가 있다. JOH의 초기작이자 시그니쳐와도 같은 것이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이기에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르겠다.








B매거진의 플랫폼


KakaoTalk_Moim_4UYxN01sCtHGVOjk1an3yqorJv92Ke.jpg


오래도록 이어온 브랜드에 관한 고찰은 처음엔 조금 헐거운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쌓이더니 결국은 이것이 상징이 되었고 아카이브처럼 군집을 이루게 되었다. 총 네 개 층을 채우고 있는 서점 안에서 1층은 다양한 매거진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카운터 바로 앞 가장 잘 보이는 메인 자리를 B매거진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곳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주 잘 직감할 수 있었고, 큐레이팅 방식과 주제, 책들과 관련 제품들을 살펴보며 이 공간의 색을 체감했다. 2층은 생활과 일, 3층은 예술과 디자인, 4층은 사유와 사람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책을 구성해놓고 있었는데, 대중적인 것 같으면서도 B매거진의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할 법한 주제와 분야가 주요한 느낌이었다.

B매거진의 정체성이 여러 형태로 확장되어 이 공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B매거진의 에디터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협업을 해온 업계 사람들, 작가들이 각종 워크숍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으니, 플랫폼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형태의 무언가가 이곳에서 기획되고 행해지지 않을까 싶다.








츠타야식 큐레이팅


KakaoTalk_Moim_4UYxN01sCtHGVOjk1an3yqorJuCAJs.jpg


서점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이 츠타야식 큐레이팅. 하나의 주제 안에서 책과 관련된 상품들을 함께 진열하여 책도 상품도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츠타야 서점의 방식이 바로 이 스틸북스에서 목격되었다. 많은 대형 서점들이 츠타야의 성공 방식을 차용하려고 했지만, 덩치가 큰 만큼 모든 분야별 분류를 뒤엎기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렇게 국내 대형서점들이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택한 방법은 기존의 카테고리는 바꾸지 못한 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조금 더 마련한 것뿐이었다.

독립서점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큰 스틸북스는 대형서점에서 재고를 채우기 위해 자리 잡은 책들을 싹 걸러내고 힙하고 취향적인 책들만 골라 다시 포장함으로써 츠타야식 큐레이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서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디자인을 잘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것들을 선정함으로써 나름의 자기다움을 취하고 있는 듯했다.








테마가 있는 서점


KakaoTalk_Moim_4UYxN01sCtHGVOjk1an3yqorJv2IAWff.jpg


스틸북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기간을 두고 보여주는 테마 기획이었다. 'Scenes of Seoul'이라는 테마 안에서 전시와 책 큐레이팅, 강연 등이 하나로 묶인다. 서점의 입구에는 근대의 서울을 엿볼 수 있는 흑백사진이 전시되어 있었고, 위층에는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는 책들, 관련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벽에는 서울을 그린 그림이 걸려있었다.

이런 연결성은 단순히 책을 한 권 더 사게 하는 것에서 나아가 책을 매개로 문화를 즐기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소비하게 한다. 서점에서의 경험을 특별하게 느끼도록 만들면서 공연이나 전시처럼 매번 돌아오는 새로운 테마를 기다리게 만든다. 합정의 땡스북스 서점도 책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이 서점을 즐기게 하고 서점으로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또 하나의 큐레이팅이 아닐까 싶다. 문화와 취향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와 갈망 사이에서 서점이 대신 이러한 것들을 묶어 큐레이팅하고 소개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또한 상업적으로도 매우 유효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서점들이 이러한 형태를 개별에 맞게 취사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KakaoTalk_Moim_4UYxN01sCtHGVOjk1an3yqorJuKibg.jpg


책을 소비하게 하고 서점을 즐기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스틸북스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과 자신들이 가진 정체성 사이에서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모았다가 다시 흩어지게 하고 다시 모으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Sort:  

여자친구랑 서점 데이트 가끔 하는데 다음엔 이곳으로 가봐야겠어요!

Posted using Partiko iOS

그러고 보니, 데이트 장소로도 좋을 것 같네요. :)

요즘 서점은 머무르는 공간 머리를 휴식하는공간으로 탈바꿈 하는듯 하여, 예전의 책을 사기 위해 가는곳에서 많이 바뀐듯 합니다.
KakaoTalk_20181203_231432660.jpg

네, 공간이 정말 중요해진 것 같아요. 요즘은 서점마다 각기 다르게 꾸민 공간을 보는 재미도 더해진 것 같네요.

저도 여기 언젠가 방문해보려고요 ;)

네, 한 번 방문해보셔요. :)

아, 관련된 제품을 함께 진열해 놓은 걸 츠타야식이라고 하는군요. :)

예전에는 서점에 자주 갔었는데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니 통 안 가게 되더라고요. 서점 특유의 분위기 좋아했었는데. 다이어리도 살겸 가까운 동네 서점이라고 잠깐 들려야 겠어요. :D

전 서점을 가면 인터넷으로 볼 때랑 다른 책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책이 손상되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용하지 않기도 하고요ㅠㅠ
츠타야식은 제가 붙인 말입니다. 츠타야 서점에서 먼저 시작해서 그들만의 상징이 된 부분이라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하지 않고 츠타야식이라고 붙여봤어요. ㅎㅎ

사유를 거래하는 책 비지니스... 기가막힌 문구군요 ^^
좋은 정보 잘 봤습니다.

서점이 주제를 잘 잡더라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36
TRX 0.12
JST 0.039
BTC 70112.96
ETH 3549.99
USDT 1.00
SBD 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