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발상 004 | 알아줬으면 해서

in #kr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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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바이유어네임?


영화의 스토리보단 특유의 감성을 장면으로 만나고 싶어 이끌리듯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배경, 장르, 주제 같은 요소들보다는 왠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선택하게 되는 뉘앙스들. 83년도의 이탈리아 남부라는 것은 내가 보게 될 장면들의 감각을 예측하게 해 주었고, '겪어보지 못한 과거의 향수'라는 것에 집착하는 나의 로망을 채워주기엔 충분했다. 어디에선가 주워 들어 뜻도 모르고 고유명사처럼 익숙하게 알고 있던 "콜미바이유어네임"

무심코 나는 중얼거렸다.

"나를 불러줘, 너의 이름에 의해? 뭔 뜻이야.."






미묘하고도 날 것


아는 것은 많지만 정작 알아야 할 것들에는 서투른 열일곱 살의 엘리오와 미국 남성을 떠올릴 때 갖는 특유의 자유롭고 가끔은 건방져 보이기도 하는 이미지의 올리버. 직관적인 방식으로 친절하게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대사는 없지만, 그래서 더 그 자체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폴리인지 포지타노인지 모를 어떤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의 30년 전 누군가와 누군가의 모습을 우리는 그냥 잠시 만나볼 뿐인 듯하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걸 드러내는 방식은 미묘하지만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리버의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엘리오가 올리버를 오해하게 만드는 "이따가 봐요.(Later.)"라는 말이나,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라는 표현만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그 말들의 무게감이 마음에 잔상을 남겼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모든 걸 알면서도 지켜만 보다가, 다그치지 않고 엘리오에게 말을 건넨다. 사람들은 더 나아지기 위해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데, 그렇게 되면 나이가 들기도 전에 망가져버리게 된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건네는 위로와 가르침의 방식이 이렇게 조심스럽고 진심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알아줬으면 해서


난 이 고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식의 직설적인 표현보다 은근하지만, 더 잘 느껴진다. 문득 '알아주다.'라는 말이 정말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해해준다는 뜻인데,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니.

어린 날, 나의 표현 방식은 언제나 경직되어 있었다. 상대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대해서 선을 그어 다짐하고 다짐받는 것이 관계를 다지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실망한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손에 힘껏 꽉 쥐고 있고 싶어 했다.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 타인을 바라봐주는 것에 서툴러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편 발상

001 | 낯선 계절의 반복
002 | 바(Bar)의 데시벨
003 | 안경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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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도 이탈리아 남부인데 세련됐네요~ 어렸을때는 다들 저렇게 표현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랬구요! ^^ 이 영화 보고싶네요 한번 꼭 볼게요 p님!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렬히 좋아하는 영화라서 뽀애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

다운받고있어요~ 다음주에 볼게요 ^^

어디선가 평을 본 것 같은데 잊고 있었어요. 동성애에 관한 영화 맞나요?
제목은 "날 네 이름으로 불러줘"인데.. 왜 상대방의 이름으로 자기를 불러달라고 했을까요?

동성애가 나오긴 하는데 초점이 그냥 첫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상대의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한 건 아마도 가장 큰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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