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내가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방법

in #kr6 years ago

2017년 말 블록체인 광풍이 몰아칠 때 나는 겨우 왕초보를 위한 블록체인 입문서를 한 권 골라 들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이제까지 서비스 사업자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었던 인터넷을 분산형으로 운영하며 위, 변조가 어려운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한다는 설명은 뭔지 모르지만 ‘멋지고, 놀라운 신세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분산장부’, ‘작업의 증명’ 등등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일 뿐 이해는 더욱 어려워 졌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을 이해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예측하려는 노력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IT 기자를 했고 그 후로도 상대적으로 기술의 흐름을 쫓아가며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친물고기 2년동안 공백기는 있었지만)

책은 겨우 다 읽었으나 머리 속은 더욱 어지러워졌고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암호화폐로 수십, 수백억을 벌었다는 얘기에 관심을 쏟기에 급급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널을 뛰듯 오르고 내리는 동안 환성과 한숨이 교차했고 급기야 기술에 대한 이해에 앞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내가 존경하는 유시민 선생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업계를 암흑의 집단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한차례 태풍은 지나갔다. 그 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이미지는 암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가 차원의 정책이 정해지지 않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업자들은 해외를 전전하며 되는 방법을 찾으려 헤매고 있다.

문외한이 보기에 블록체인이 이렇게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실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세상을 뒤바꿀 것만같은 혁명적인 미래 청사진에 비해서,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자꾸 비트코인 시세만 바라보게 되는 게 아닐런지. 주변 개발자 분들에게 들어보니 아직 기반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기존 인터넷을 대체하거나 혹은 함께 운영될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

STEEM_web.JPG

이런 와중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를 만났다. 바로 스팀잇 (steemit)이다. 2016년 스팀 블록체인 기반으로 서비스가 만들어졌고 이제까지 전세계적으로 1백만명 정도가 사용하는 콘텐츠 플랫폼. 물론 사용자 수로는 많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스팀잇이라는 실질적인 서비스가 운영되고 매일 활발하게 글이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올리는 콘텐츠가 그 서비스의 자산이며 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을 거두지만 수익을 사용자와 나누지는 않는다.

수익을 사용자와 분배하는 구조를 잘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유튜브이다. 스팀잇 또한 계정을 만들고 글을 올리고 다른 사용자로부터 보팅 (페이스북의 like와 비슷한 기능)을 받으면 STEEM 이라는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스팀을 기반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일 수도 있고 스팀달러로 바꿀 수도 있다.

스팀잇을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블록체인을 배워 보고 싶어서 였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비스 사용 경험으로 알아보고 싶었다. 올해 1월에 시작해서 어쨌든 지금까지 둥지를 틀고 잘 버티고 있다. 물론 스팀잇은 초보 사용자들에게 다정한 공간은 아니다. 처음에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거의 없었다. 보팅이나 댓글 달아주는 친구도 없었고 오직 보팅 봇들만 내 블로그를 찾을 뿐이었다.

틈틈이 행사를 찾아 다니고 스팀잇에서 먼저 자리 잡은 선배들을 쫓아 다니며 배웠다. 그렇게 조금씩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평균 하나 정도 글을 올려 $100 정도 (물론 요즘 스팀 가격이 대폭 하락하여 80~90 달러를 오가고 있지만) 수익도 올렸다.

예전 블로그를 열심히 하던 때가 떠올랐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도 많아지고 교류도 활발해지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과 스팀잇 기반으로 블록체인을 좀 더 치열하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모아 [올스팀 (Allsteem) 프로젝트]의 얼개를 짰다. 스팀잇 사용자들이 좀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저마다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일들을 스팀잇에서 펼쳐 보자는 취지다.

왕초보가 이해하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이며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이 바뀔때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십여년전 인터넷이 대중화되는 초창기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사고 옷을 사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블록체인은 그만한, 혹은 더욱 큰 변화를 몰고 올 플랫폼이다. 스팀잇에서 시작해서 그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가장 접근 가능한 방법인 듯하다. 외계에서 뚝 떨어진 것같은 블록체인이라는 행성과 콘택을 시작하려면 말이다.

Sort:  

언제나 새로운 것은 두렵고 알 수 없지만 점차 익숙해 지겠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처럼 말이에요~ ^ ^

Congratulations @easysun!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 Semi Finals - Day 1


Participate in the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Collect World Cup badges and win free SBD
Support the Gold Sponsors of the contest: @good-karma and @lukestokes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출근길에 좋은글 읽고 시작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2
BTC 63617.36
ETH 3070.79
USDT 1.00
SBD 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