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야기] 작년,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내 유럽수준으로 낮추겠다던 환경부 약속 기억하시나요? 이젠 9년 남았네요.

in #kr6 years ago (edited)

*. [아래 글은 페이스북 독일이야기에 2017년 4월1일에 게시되었으나, 독일의 공기질 개선을 위해 도시내 대중교통의 무료화 정책까지 고려 중인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글 공기질 개선을 위해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까지 고려 중인 독일의 이해를 돕기위해 스팀잇에 다시 기록합니다]

어제, 독일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해 문제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슈투트가르트 소식 전했었는데요. 독일에서 가장 공기질이 나쁘다는 곳 모습이 상상했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차이가 났을 지 사뭇 궁금하네요. (독일 이야기 이전 글: 독일에서 공기질이 가장 나쁜 슈투트가르트의 암 넥카토어 도로변)

작년 봄에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하며 시민들이 극도로 불안해 할 때, 고등어를 핑계삼다 시민들이 분노해 결국 환경부가 10년내 유럽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었는데요. 그때 분명 우리나라 산골이 아니라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지목해 유럽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었는데 기억하실런지요. 당시 조선일보 링크로 기억을 상기시켜 드릴께요. (참고 링크: 미세먼지 대책회의…환경부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 10년내 유럽 수준으로 낮출 것")

한국과 유럽상황을 같이 경험하는 분이라면 바로 직감할 수 있었을텐데요. 이건 그냥 면피하고 보자는 거구나 하는 것을요. 1년이 지난 지금 우린 더 심각해진 미세먼지 오염으로 건강을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도 않고 있고, 또 10년 뒤 언제 약속했냐는 듯 새로운 책임자가 당시 책임자가 아니라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유럽 상황, 특히 독일 공기 오염에 대한 상황을 설명드렸듯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일상속에서 공기를 직접 맡아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대체 무슨 수로 유럽 수준 운운했는지 그냥 막 지르고 본다는 생각을 누구라도 가졌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제발 제대로 된 데이터부터 정확히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독일 이야기 이전 글: 심각한 사회 문제들이 부각되면 연애기사나 핫이슈 뒤에 숨어 쉬쉬하며 그냥 뭉개버리고 가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가야 하지 않을런지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방식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다르다 보니 데이터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지난 글에서도 설명드렸는데요. 한번 더 부연하면 독일은 큰 지역을 기준으로 평균값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염 농도를 감시해야 할 곳을 공장지대, 도로변, 주택가 3개의 영역별로 나누고 특정 지역의 측정소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한정된 곳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우린 환경부 내에서는 그런 수치들을 보고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측정소별로 수집된 수치가 아닌, 큰 지역별로 하나의 평균값으로만 보여주고, 그나마 큰 수치 영역을 좋음, 보통, 한때나쁨, 나쁨, 매우나쁨이라는 두리뭉실한 기준으로만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럽 연합 기준이든, 세계보건기구 기준이든 그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결코 좋음이나 보통이 될 수 없음에도 좋음과 보통으로 표시하며 착시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공개된 수치로만 보면 유럽에 비해 나빠봐야 2배 정도 나빠 보이고 심지어 차이가 없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곳의 공기를 맡아본 사람이면 도저히 수치를 믿을 수 없는 지경이지요.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계속 설명드린 것처럼 환경부가 공기질 오염도 수치를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국내에 또 다른 인식의 문제가 뒤따르고 있는데요. 두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국내에 제시되는 수치와 유럽에서 제시하는 수치 기준이 같다고 믿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기관인 환경부가 제시하는 수치이기에 유럽기준과 같다고 믿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먼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독일이 따르고 있는 유럽연합의 기준과 함께 또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인 WHO가 권고하는 기준입니다. 미세먼지(PM10)에 대한 기준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유럽연합은 일평균 기준 1세제곱미터당 50㎍을 넘어서는 안되고, 설령 특정한 날 넘더라도 35일을 넘지않아야 합니다. 연평균 기준은 1세제곱미터당 40㎍을 넘지않도록 되어 있구요.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 최소한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더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며 일평균 기준 1세제곱미터당 50㎍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다를 게 없다는 분 계실텐데요. 수치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최대 3일을 넘지 않도록 권고합니다. 매우 엄격하지요. 그래야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연평균 기준은 1세제곱미터당 20㎍으로 유럽연합 기준의 반값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유럽연합과 같은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은 건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상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고, 독일이 따르고 있는 유럽연합의 기준은 유럽의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한없이 청정해 보이는 독일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을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만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 전역에 설치된 미세먼지(PM10) 측정소 374곳 중에 일평균 기준 50㎍을 넘은 날이 35일 이상 기록한 곳은 총 3곳이었습니다. 베를린의 프리드리히스하인-프랑크푸르터 알레가 35일, 바이마르의 슈토이벤슈트라세가 42일, 어제 영상으로 소개했던 독일에서 가장 악명높다는 슈투트가르트의 암 넥카어토어가 70일 이상을 넘겼습니다. 유럽연합 기준치를 벗어난 곳은 전체 측정소의 1%에 불과했고, 99%는 유럽연합 기준치를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적용할 경우 374곳 중 85곳만 만족해 77%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23%만 기준을 만족시켰습니다.



어제는 공장지대 오염도를 가장 먼저 막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없이 주민센터에 측정기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 드렸는데요. 오늘은 청정하기로 유명한 독일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만족시키겠다는 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 상황에선 유럽연합기준만 만족해도 천국과 같은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오해가 빚어진 것일까요? 이는 정부기관이 제시하는 수치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제시하는 수치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치부터 정확하게 바로 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지금 방식으로는 국내와 유럽의 공기질 수치만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독일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곳이라고 해봐야 우리나라 도시마다, 심지어 작은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도로란 것을 소개해 드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깨끗한 강 상류에 오염물을 무단 방류하는 공장이 있는데 유럽은 이 공장 주위에 사는 주민들을 생각해 나라가 정한 국제 기준의 수질 오염 기준으로 감시하고 그 수치를 넘을 경우 형사조치하고 오염된 강 상류의 오염방지에 힘을 씁니다. 이것이 독일과 유럽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구요. 한국은 깨끗한 강 상류의 오염물을 무단 방류하는 공장은 감시하지 않아 공장 지대에 사는 주민들이 암으로 고통받는 현실을 눈감고 강하류까지 확산되며 오염도가 희석된 상황에서 오염도를 측정하고 그 수치를 국제기준의 수질 오염 기준으로 감시하는 방식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그렇습니다.

몇 시간 전 네이버에 공개된 국내 미세먼지 오염도를 캡쳐해 보았습니다. 미세먼지는 큰 도시별로 평균값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PM2.5)는 수치조차 제시하지 않고, 좋음,보통,한때나쁨,나쁨,매우나쁨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구간의 수치를 그것도 도시 전체의 평균값으로 평가해서 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일평균 기준이 25㎍, 연평균 기준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좋음이 좋음이 아니고, 보통도 나쁜 상태에 매우 나쁜 상태를 포함하고, 한때나쁨과 나쁨도 매우 나쁜 상태인데 말이죠. 그것도 나쁜 특정 지역의 측정소 기준으로 하지 않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계산한 값을 기준으로 했구요.



독일 환경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기오염도 수치는 계속 강조해 드린 것처럼 오염도 감시가 상시로 되어야 하는 특정 지역에 설치된 측정소 기준입니다. 도시 전체를 퉁쳐서 만든 평균값을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위에 첨부한 오늘 우리나라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온 전북,광주,제주를 제외한 다른 곳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고 30㎍ 부터 노란색이 짙어지도록 표시하는데 곳에 따라서는 한국보다 더 나쁜 오염도를 보이는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 저 곳에 한국분들이 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제 소개한 독일에서 가장 오염도가 심한 곳에서 미세먼지 경보가 내린 날 조차 근처에서는 하늘 참 좋고, 공기 참 좋다고 느끼게 될텐데 말이죠.



독일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을 어제 설명드렸는데요. 슈투트가르트의 암 넥카토어 도로변이 그 곳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인 23일부터 도시 전체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져 오늘인 4월 1일 자정까지 이어질 예정에 있습니다. 시민들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 때 판단한 것이 도시전체의 평균 오염도가 아닙니다. 슈투트 가르트 시 전체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효되어 가장 심한 수치를 기록했던 날 (3월24일) 슈투트가르트 주변에 설치된 측정소에서 수집된 미세먼지 일 평균 오염도입니다. 그 중 슈투트가르트 바트 칸슈타트 측정소에서 수집된 일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를 찾아 봤습니다. 28㎍!



28㎍! 암넥카토어에서 불과 3.5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미세먼지 농도입니다. 그것도 시 전체에 미세먼지 경보가 떠 가장 오염이 심했던 상태의 기록입니다. 이것이 독일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해 독일사회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는 곳입니다. 유럽연합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3곳의 도로가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치로 오염된 곳입니다.



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세계보건기구 기준은 깨끗하기로 소문난 독일도 따르지 못할 만큼 기준이 높습니다. 독일 측정소 중 23%만이 기준을 만족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만큼 공기가 깨끗하지 않으면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는 다소 완화된 유럽연합기준은 독일 측정소 중 99% 지켜내고 있지만, 2015년 기준으로 1%는 기준을 벗어나 독일 사회에서 걱정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린, 시민에게 제공되는 수치가 유럽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수치가 제공되는 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알려줬던 아니든 우린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수치에 대한 믿음 때문에 공기질이 나쁜 것이 유럽연합기준을 따르고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듯 오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럽 연합기준이 많이 부족한 듯 느끼게 만들고 유럽도 우리보다 크게 나은 것 없다고 생각할 오해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뭐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정도로.

환경부가 약속한 10년뒤, 아니 약속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니까 앞으로 9년 남았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을 유럽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환경부는 과연 어떻게 이 약속을 지켜낼까요?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사상 최악이었던 작년보다 더 나빠진 공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기질 오염도 수치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설마 측정소를 옮겨 아님 평균값 계산 방식을 바꿔 유럽에서 제시하는 수치와 비교하는 참신(?)한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 걸까요?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오염원 배출원인 공장지대의 오염도를 독일처럼 1차적으로 감시해 기준치를 넘지못하도록 막지 않는 한, 우린 아마 한발짝도 못나가게 될 겁니다. 강 상류에서 오염물을 제재없이 무단 방류하는 데 하류에서만 오염도를 계속 측정하며 걱정해봐야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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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요새 미세먼지 때문에 점점 한국이 싫어지네요. ㅠ

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슬기롭게 잘 해결해가면 좋겠네요...ㅜㅜ

어떻게 보면 오늘날 안보위협보다도 더 무서운것이 공기의질인데 ;; 물론 지금 아예 신경을 안쓰는건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의 대처는 천하태평이 아닌가 싶네요 미세먼지 심한 날 마스크 안쓰고 나가는 날에는 코를 풀면 검게 먼지가 묻어나오는 현실인데 말입니다 .

예~ 공기질 측면에서는 독일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데도 독일보다 더 소극적인데요. 우리나라도 공기질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가길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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