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BME, Opinion] 전문가들은 과연 필요악 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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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님의 우리를 불구로 만드는 전문가들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막대한 지식 격차를 이용해 보통 사람들에 대해 권력을 영속화한다는 통찰, 자발적 노예의 상태로 사람들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읽었다. 이러한 전문가 사회의 고착화와 관련되어, 1) 자신의 분야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고 2) 필요 자체를 스스로 정의하여,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고 환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떠한 전문가들을 이용할수록 그 어떠한 분야에서 더 이상 스스로 판단하고 행위할 수 없게 되는지를 되돌아봐야 하며, 우리가 과연 어떤 권력을 그들에게 넘겨주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전문가는 또 다른 경제적 함의를 가진다.

산업혁명(최근 붐이 일고 있는 제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을 거치게 되면서, 경제학적 생산요소로 일컬어지는 토자, 자본, 노동 중에서 노동에 분업화와 직능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는 전체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데에 매우 효율적이었다. 사회가 이러한 과실을 따먹을 때 즈음, 모두들 대체 가능한 인력이 될 수 있고 쉽게 직장에서 잘릴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경험이나 지식을 축적한 자신 만의 고유영역을 가지고 싶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라는 개념을 뭉뚱그려 쓰고 있지만, 사실 이는 크게 보면 두 가지의 방향을 포괄한다. 하나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행하거나 접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좀 더 경험이 많고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쉽게 행하기에 위험하거나 분야 자체가 복잡하여 충분한 훈련과 인증(시험)을 통해 국가 혹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자격 혹은 면허를 부여 받은 사람.

사실상 전문가는 이렇게 크게 2가지의 방향 사이에서 스펙트럼처럼 분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필요 자체를 정의하는 것은 양쪽 모두 일어나는 일일 것이지만, 그 필요가 사람들의 욕구를 창출하는 것, 일상 생활에 대한 권력을 양도하는 것은 전자의 전문가로 정의된 집단에서 더 많이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필요와 잉여적인 욕구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어디까지 삶을 지탱하는 데에 필수적이고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우리가 건물을 짓고 싶다면 건축서를 보고 스스로 익혀서 이론을 쌓은 다음, 중장비를 다루는 방법을 익혀서 실제로 장비를 몰고, 여러 건축 재료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들과 접촉하여 시스템을 갖추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하기 위한 (시간 및 물적) 자원이 많이 들고, 그렇게 완성된 건물이 정말로 견고하게 지어졌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건축가 혹은 건축기사는 잘 모르는 의뢰인에게 사기를 칠 수 있다. 눈먼 상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양도하여 아무것도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이는 이 글에서 지적한 독재자의 상태이다. 그러나 권력 양도 자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수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고, 경제적 효용과 과실은 (제대로 전문가를 이용한다는 가정 아래) 전문가를 이용함으로써 증대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각 전문 분야에 대한 시민 사회의 식자율(literacy)이 상승해야 한다. 단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누군가를 선출하기 위해 집으로 배달되는 공보만 대충 훑어볼 것이 아니라, 각 정당과 각 정치인의 성향과 정책에 대한 청사진, 걸어온 국정 수행 역사를 파악하여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을 (이는 대의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치 참여에서 주문하듯이, 일반인들은 전문가가 제시한 청사진과 그들이 걸어온 길, 그들의 쌓아 올린 분야에 대해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장하준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에 따르면,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지 않은 것은 경제학적 원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할 문제들에 그 원칙을 적용해서 설명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시민과학에서는 과학을 통한, 그리고 과학에서의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시민 사회에서 과학연구의 방법 및 이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학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과 관점을 기르고자 한다. 스팀잇에서도 메디팀,mediteam과 같은, 사람들에게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의학 지식들과 관련하여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문가 집단의 노력이 존재한다.

전문가 집단은 사실 완벽히 이타적일 수 없다. 그들 또한 경제학적인 주인-대리인 문제에서 주인인 일반인을 도와주는 대리인이자,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는 경제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 역선택과 같은 문제(이는 정치적인 독재에서,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 현상이다)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의 불균형, 감시의 불완전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존재한다. 정치적 양도와 경제적 필요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전문가들과 비전문가들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섬(zero-sum) 게임은 아니다. 분업화, 전문화를 통해 효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해왔다. 이러한 과정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숫자로서 이용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접근과 관찰, 그리고 더 나아가 소통이 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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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담긴 글 잘 읽고 갑니다 ! '일반인들은 전문가가 제시한 청사진과 그들이 걸어온 길, 그들의 쌓아 올린 분야에 대해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본인의 업적을 '공개'하는 것에 순순히 동의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 좋은 예가 ' 메디팀,mediteam'등 인것 같고요... 이런 활동들이 더 널리널리 퍼지면 좋겠어요.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 각자 어떠한 길을 걸어왔고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알려준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문 지식 분야 (의학, 법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여러가지 인증, 자격 등은 시장의 참여자들에게 손쉽게 플레이어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신호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어떠한 눈높이에 맞추어,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캐릭터 그림도 재미있게 볼게요. :)

Bourgeoisie 계층이 그렇게 탄생했지요. ㅎㅎ

제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 이외의 대안에 대해서는 사실 명확히 어떻게 될지 그리기가 어려워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호혜, 재분배, 교환과 같은 근본가치를 좀 더 믿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원자력분야에 관심이 많다보니 원자력에서만큼은 전문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비전문가가 비평했으면 하는 바램이 항상 있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원자력 같은 경우에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작동해야하는 대표적 분야이기도 하니까요.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가 글을 읽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선생님 글을 많이 읽어보고 싶어요~ 가즈앗!!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제 짧은 생각을 포스팅 하는거라, 아직 부족함이 많네요. 선생님께서도 누추한
이 곳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즈앗!

전문가라는 단어를 훨씬 체계적으로 정의해주셨네요. 저는 단지 생각을 싸질러놨을 뿐인데 조목조목 따져 비판하고 희망찬 결론까지 내시다니, 뼈속까지 어둠의 자식인 저와는 근본적으로 격이 다른 분 같습니다.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전문가만큼 정의하기 애매하고 정의에 동의를 이루기도 어려운 개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도 사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에 대한 권력 양도의 숨은 의미를 짚어주시는, 충분히 의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이라기보다는 논의의 결을 풍성하게 한다는 의미로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x와 y축처럼 방향이 다른 시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들러주시고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x축에 y축을 걸어주신 덕분에 원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2018년 소망릴레이에 지목을 감히 했습니다~ 참고하세요.. 가즈앗!!!

새내기 왕초보 인사드리며 잘 보고 리스팀 하고 팔로우신청 보팅하고 갑니다.^^

저도 아직 초보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컨텐츠로 뵙길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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