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게임악]노가다 - 나태편

in #kr7 years ago

나태

  • 해야할일을 거부함. 의무를 져버림. 게으름.

게으른 자는 말하기를 사자가 밖에 있은즉 내가 나가면 거리에서 찢기겠다 하느니라 - 잠언 22:13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전해지는 솔로몬은 인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진정한 지혜를 깨달으며 그것 외의 인생의 허무함을 이렇게 전했다고 합니다.

" 해 아래에 새것이 없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무엇이 유익한가.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니 해아래 새것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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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고 수염난 늙은이.. 왠지 얼굴이 친숙하네요 어느 회의실에서 본듯한?

이후 창작자들은 지독한 저주에 걸려 새로운 것을 머리를 싸매고 만들때마다 천년도 이전의 문학에서, 또는 사람들이 이름도 붙이지 않은 놀이에서 이미 비슷한 것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진리의 진짜 내용은 인간에 대한 관심어린 시선이야 말로 모든 지혜의 정수라는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그 덕에 우리는 오늘도 수없이 나오는 게임과 영화와 음악에서 신선함, 감동, 깨달음, 짜릿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이것은 게임이다, 아니다를 가르는 기준에 알게 모르게 이러한 창작자들의 저주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온라인 RPG의 성장요소를 일정부분이라도 반영한 게임에선 모두 이러한 인생무상함의 철학에 기반한 나태에 의해 일말의 고민없이 노가다성 컨텐츠를 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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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비판한 게임도 나왔지만 정작 여기서도 노가다 엔딩을 본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일말의 고민과 독창성을 발휘하려는 게임들도 있습니다만 모바일/ 온라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RPG는 정말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흔히 말하는 노가다 형태로 컨텐츠를 도입합니다. 온라인 RPG는 언제부터인가 의례히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반복 컨텐츠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항시 말씀드리지만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복 컨텐츠 자체는 사실 큰 장점이 있는 구현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스스로 강해짐을 느끼게 해주고 새로이 도전하게 해주는 과정을 즐기게 해줍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가장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방안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 없는 1차원적 반복 플레이를 그래픽만 바꿔서 제공한지 너무 오래된 것이 문제로 모두들 느끼고 계실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이 별 저항감이 없다고 느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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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스킨만 바꾼 게임들이라는 말도 유행했었다

거꾸로 이런 질문이 가능합니다. 그럼 반복없이 온라인으로 몇천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 사실 현재 서비스중인 온라인 RPG게임중에서도 지루한 반복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을 고민해서 특정 부분에서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여기에 대해 할 변명이 많이 있습니다. 플랫폼의 지속적인 변화로 인한 적응, 도전에 대한 지원부재, 도전에 대한 무관심, (특히 도전자에게) 과도하게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등 도전을 저어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창작자는 그 본능에 따라 창작을 하지 못하면 불만에 가득차 툴툴거릴것입니다. 지금 박발자가 툴툴거리고 있는것 처럼 말입니다. 그 툴툴거림이 회의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전에 투자하지 않는 퍼블리셔들의 책임도 도전에 무관심한 플레이어들의 책임도 아닌 도전을 관철하지 못한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통감합니다.

어느순간 게임이 게임이 아니라 일이 됐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보상으로 월급받듯 백번정도 사냥하면 목걸이 하나 얻어내는것은 보람찰 수도 있겠지만 이젠 그 끈을 놓는것도 고민해봐야 할 일입니다.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는 행위라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경험들 어쩌면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손을 놓아야 새로움을 시작할 기회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경험은 인터넷 데이터가 아닌 우리 안의 기억으로 남을 것임을 확신하며 나태의 사슬이 언젠간 끊길 것을 기대합니다.

7대 게임악 - 나태편 박발자였습니다.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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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는 와우를 넘을 수 없다는 말을 안 하고 안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니지 이터널, 에어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좋을 글이네요. 다들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리느라 주위에 것들을 못본 것 같네요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아마 박발자님께서 생각하시는 다른경험이 언젠가는 빛을 바라지 않을까요?

다양한 경험이 사실 게임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모모꼬님 말씀처럼 더 많은 경험을 게임으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하하
응원감사합니다!!

낯선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야 말로 게임이 주는 재미중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터라, 익숙함을 미덕인것 처럼 내세우는 게임들을 보면 좀 당황스럽긴 하더군요.
하지만, 보통의 직장에서 낯선 일을 추진하고 실패하였을 때 감수해야할 상황을 생각하면, 도전을 관철하지 못한 개발자를 비판하기도 조심스러워집니다 :(

이러한 작금의 상황이기에
오히려 허를 찌르듯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단지 '허를 찌르듯한 게임'은 초신성에 가까울 뿐이지
대세를 뒤엎지는 못하더군요....

그게 참 아쉽다고 느껴짐과 동시에
가능성도 있어보이더군요

잘 보고 가요

어렵지만 항상 기대하는 일이죠.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의 목적은 자신이못해본 경험을 하며 즐기늕것이지만 요즘 게임들은 기업의 배를불리는데만 급급한것같습니다. 먼미래에는 가상현실속에서 모든걸 느끼고 탐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이 언젠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답을 찾겠죠.(제가 개발자인데 남얘기 하듯 하네요 ㅠㅠ)

예전게임은 정말 노가다가 훨씬 심했지요; 즐기는게 아니라 나중에는 스트레스였다는걸 늦게 깨달았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신선해보이는 게임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항상 반복적인 노가다에 심지어는 자동사냥기능들때문에 금방 질려서 그만두게 됩니다 :(

그 탓에 제한적 불치병인 게임불감증에 걸리곤 하죠. 하지만 세상 모든 문제엔 답이 있듯 신선한 게임 찾기도 답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 얘기도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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