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래픽 디자이너 Day_J 의 영국회사 생존기 -2편 : 홀로서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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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ay_J 입니다. 1편은 저의 수습기간 때의 에피소드였으니 최근 에피소드가 될 2편과의 갭이 크지만 개의치 않고 적어보려고해요.

수습통과 후, 저의 직속보스인 Matt 과의 행복한? 날들 보내고 저도 이제 회사일에 많이 적응을 해서 안정을 되찾을 무렵.. 그러니까 4개월 전, 제가 입사한지 약 1년이 되었을 때였어요. 맷이 갑자기 평소랑 다르게 우수의 젖은 눈을 하고는 저를 회의실로 불렀죠.




"다영, 할말이 있는데 십분만 시간 내줄수있어?"
"오브콜스. 지금 좋아. 회의실에서 보자."



그렇게 우수의 젖은 눈일때 진작 눈치를 챘어야하는 건데.. 맷... 너....ㅠㅠ
맷이 저를 부른건, 그의 퇴사 때문이였어요..... 두둥....!!!




"다영, 나 다음달에 퇴사할꺼야. 더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았어. 런던으로 갈거같아."
"뭐?????? 퇴에~사ㅇㅏ???? @_@??????!!!!!!"
"응. 매튜에게는 오늘 오후에 이야기 할거고, 너에게 젤 먼저 말하는거야."
"오...노우.....!!! 안돼.........가지마..............ㅠㅠ (난 아직 니가 필요하다고오... ㅠㅠㅠㅠ)"


그렇게 맷의 퇴사처리는 잘 진행되었고, 결국 그는 한 달 뒤에 회사를 떠났죠.. 물론 퇴사전에 아직 애송이인 저를 위해 많이 알려주고, 가이드를 만들어주는 등... 노력을 많이 해주었지만, 일년동안 맷의 그늘에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일을 해오던 저에겐 하늘이 무너질듯한 일이였어요. 제가 제일 걱정되었던 부분은 앞으로 동료, 매니져와의 모든 디자인 회의를 제가 이끌어야하고 일정조율을 해야하며 때로는 그들을 설득해야하는 일들이였답니다. 맷이 했듯이 말이죠.. 영어는 여전히 저의 일순위 고민거리인데 저 많은 언덕을 혼자 넘어야한다고 생각하니.. 퇴근길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맷이 떠나는게 슬퍼서가 아니라... 혼자남을 제가 걱정이 되어서요...ㅠㅠ

지금은 맷이 퇴사하고 약 4개월이 흘렀어요. 그 동안 저는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난 일년동안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매튜의 오피스에도 하루에 한번씩 들어가려고 노력했구요. 들어가서 그냥 시시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매튜와의 거리를 좁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었고 걱정했던거 보다 훨씬 더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입니다..ㅋㅋ

보통 입사 일년차가 되면 형식적으로라도 업무평가라는 걸 하잖아요? 한국에서도 늘 했었거든요. 남편은 제게 왜 업무평가를 왜 하지 않냐고 묻더라구요. 그걸 해야지 연봉협상도 진행될 수 있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고 한국처럼 연차 쌓이면 자동으로 연봉오르고 그런 시스템 아니라면서요.. 그래서 맷에게 퇴사 전, 니가 퇴사하면 나의 업무평가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었더니, 매튜랑 하면 된다. 자기가 매튜에게 미리 말해두겠다 했었는데... 정작 매튜는 감감무소식 인거에요. (부들부들 .... 가만히있다고 가마니로 보는건 아니겠지...) 그래서 용기를 냈어요. 물론 옆에서 남편이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며 등을 떠 밀긴 했지만요.


"매튜, 나도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되었는데 업무평가 같은걸 해야하지 않을까? 맷이 퇴사를 하는 바람에 너와 해야할것 같아...요..."
"음..... 그렇지? 오케이 다음주에 이야기 해보자."




다음주에 할 줄 알았던 업무평가는 매튜의 일정때문에 몇번 미루어지고 약 한달 만에 하게되었고, 업무평가 전날 저는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나름대로 준비를 해갔답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갈 것 같은 눈빛으로요...ㅋㅋ 하지만 매튜는 역시 능숙한 매니져였고, 결국 저의 연봉인상과 승진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빠져나갔죠.. 저는 한국말로도 이기지 못할 상대를 만난 기분에 좌절감을 느끼고는 대충 고맙다고 마무리짓고 집으로 울먹이며 돌아왔어요.


"아...여보.. 이건 아닌거같아... ㅠㅠ 매튜는 연봉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던데.. 내가 물어도 얼렁뚱땅 넘어갔단 말이야 ㅇ ㅏ아아.. 매니져에게 돈 얘기를 자꾸 어떻게 해... ㅠㅠ"
"아니야. 여보, 구두로 하지말고 업무평가 문서를 작성해달라고 말해봐."
"하... 머리아픈데....(복잡해지는거 싫은데...) 알았어......ㅠㅠ"




네... 저는 소심하고 고집도 세지만 한편으론 단순하기도 해서 남편말을 곧 잘 들을 때도 있답니다...(가끔이지만요...)




"매튜, 업무평가 리포트가 있다던데, 그거 작성해 줄 수 있어?"
"음... 다영, 우리 이미 몇일 전에 다 이야기 했는데, 더 궁금한게 있는거야? 있으면 지금 이야기 해보자."
"고마워, 하지만 난 그 리포트 작성해서 정식으로 업무평가 받고싶어."
".......오케이."



물론 매튜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이 그의 업무이니 저와의 연봉협상이 기쁠리는 없고 어떻게든 구슬려서 피하고 싶었을 거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연봉인상이나 승진에 대한 욕심이 아직 없어요. 한국에서의 경력은 꽤 있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이제 고작 1년 일한 상태였고, 지금 맷이 없는 상황도 버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업무평가는 하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았어요.. 하지만 단지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마구마구 들었답니다. 맷이 떠나고나서 제 업무는 약 두배 정도 늘어났으며 다른 인력을 구하는 중이라는 매튜의 기약없는 말도 걱정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지금이 기회라는 남편의 말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에 피곤한 과정일거 같았지만 용기를 내서 업무평가서를 요청했고, 결국 2주 전 결과를 받게되었어요.

업무평가서는 A4용지 4장 분량으로 각 항목마다 '아주잘함 / 잘함 / 적당함 / 발전필요 '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있었어요. 제가 가장 점수를 잘 받았던 부분은 업무처리 능력(기술)과 동료들과의 관계였고, '적당함' 이라는 항목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적극적인 솔루션 제시,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부분, 도전적인 업무태도와 같은 부분이였어요. 아무래도 수직적인 한국회사에 익숙한 저는 보스가 있는 상태에서 부족한 언어로 무언가를 제시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고, 혹시 무례한건 아닐까 염려되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게 원인이였던 같았어요. 물론 저 나름대로는 적극적이지는 않았어도 종종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주도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족했었나봅니다. '적당함' 이라고 체크가 되어있었지만, '부족함' 을 에둘러 표현한것 같아 괜히 섭섭하기도 했구요.. 이쯤에서 그냥 수긍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제가 수긍하지 못하는 항목에 대해서 조목조목 기록을 해나갔어요. 다시한번 매튜에게 미팅을 요청할 마음으로요.


바로...오늘이...결전의 날이였습니다 ! 여기까지 먼 길 오셨죠? ㅎㅎ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무례하지않게, 웃으면서 천천히 하고싶은 말 다 하고 나오자!!! 하고요.
1시간 가량의 회의 동안 매튜는 저에게 왜 이런 점수를 매기게되었는지, 저는 제가 이 점수에 수긍할 수 없는 이유를 항목별로 하나씩 이야기하며 조율을 해 나갔답니다. 매튜는 다행히 꽤 여러 항목에서 저의 의견을 존중을 해 주어 점수를 높여주었고, 제가 요구한 기술교육 지원과 내부교육 일정을 바로 예약해주었어요. 저 역시 매튜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면서 앞으로 제가 가져야할 업무태도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 있었구요.

결과적으로 저는 좀 더 강경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으니 더 자신감있게 업무를 추진하고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요구하고, 엉뚱해도 좋으니 아이디어를 맘껏 제시해 달라는 부탁과 맷이 퇴사한 후 4개월 동안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격려와 함께 미팅은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답니다. 더불어 연봉협상에 대한 약속도 해 주었구요. (인상이 될지는 약속하지 않았지만...^^^^^ ) 아마 이번 달 안에 연봉협상에 대한 미팅을 몇번 더 하게 되겠죠..ㅎㄷㄷ 아무리 수평적인 관계라고 하지만 저는 여전히 매튜와의 1:1 미팅은 긴장이 돼요. 교무실에 혼나러 온 학생도 아닌데 말이죠 ^-^;; 앞으로도 자주 매튜의 오피스에 들어가서 대화도 나누고 크고작은 언덕들을 넘다보면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저에게는 여기까지도 꽤 힘들고 피곤한 과정이긴 했지만, 매튜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형식적인 절차였겠지만 A4 네 장이나 되는 분량에 하나씩 점수를 매겨주고, 점수 아래에 여러문장의 총평을 꽤 상세히 적어주었는데 처음 읽을 때는 섭섭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말들이였거든요. 미팅을 준비하면서 성의있고 솔직한 그의 평가가 고마워졌고 미팅 중에 그의 진심을 한번 더 알게되어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커졌답니다. 동기부여도 되었구요.. ^-^





오늘 이야기는 1편에 비해 무겁고 지루했을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쁩니다. 성장이라는게 대단한게 아니라, 내가 너무나 하기싫어서 피하고만 싶고 두려운 것에 한 발 더 다가갔다면 그게 성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에게 이번 업무평가는 그런 존재였기에, 한 계단 올라갔음을 자축하면서 행복한 금요일을 맞이 해야겠어요 ㅋㅋ 입사 4~5년 차가 되어서 이 글을 읽으면 손발이 오글오글 할거 같지만, 뭐 어때요.. 제목 그대로 생존기 입니다 ^-^ ㅋㅋ 그럼, 여러분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저는 3편으로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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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해외에서 근무하시나 봐요...? ㅎㅎ
해외에서 근무하다보면 한국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구용 ㅜㅜ

팔로우&업보트 꾹 누르고 갑니다. 자주 뵈용

먼저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국생각은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언제나 많이 난답니다 ^-^ 하지만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씩씩하고 행복하게 사는 기쁨과 보람도 크지요ㅎㅎ 반가워요. 저도 팔로우 할께요! 자주 뵈어요 ^-^

읽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감사합니다ㅎ 한 줄 리플이지만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

업무 평가가 꼭 학교 다닐때 성적표 받는 기분이 들것 같네요. ㅎㅎ
그쪽에선 강경하다기 보단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것 같네요. 아무래도 서양 사람들이 자기 표현에 적극적이다 보니, 표현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을것 같아요.
연봉 협상, "확정적으로"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정말 성적표 같았어요ㅎ 노아님 말씀처럼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하는데, 겸손이 미덕?인 우리 문화와 저의 소심함이 콤보를 이루어..그동안은 소극적으로 비춰질수 있었겠구나 싶어요. 이젠 슬슬 내숭을 벗어야겠습니다ㅎ 연봉협상도 화이팅 할게요! 감사합니다 :-)

아, 정말 몰입해서 잘 읽었습니다.

맷의 퇴사에 충격을 받다가 업무 평가 이야기에서는 한국과 상당히 다른 문화에 놀라워하며 읽었네요.
한국에도 업무 평가라는 게 있긴 하지만 사실 상 형식적인 거죠. 자신의 업무 평가에 대해 묻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고요. 다영님이 당황하고 어색해하는 거 매우매우 이해가 가네요.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파이팅!(갑자기;;) +_+

저도 처음 평가결과지를 주면서, 읽어보고 다시 의견 맞추며 조율하자는 매니져의 말이 이해가안되더라구요ㅎ 뭘 조율한다는거지, 줬으면 끝아닌가..싶었거든요ㅋ 알고보니 끝이아니라 시작이였습니다ㅎㅎ 파이팅 감사해요! 우리모두 파이팅!! (저도 갑자기.. 헤헷)

긴글인데도 쭉쭉 잘읽히네요ㅎㅎ

잘보고 갑니다!

잘 읽힌다니!! 글잘못인(글 잘못쓰는 컴플렉스.. 급조했어요;;ㅋㅋ) 저에겐 기쁜 칭찬입니다ㅎ 감사해요 :-)

연봉협상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힘드네요, 저도 얼마전에 정말 비슷한 케이스로 좀 골치아팠는데 잘해결됐었거든요~ 힘든 상황에서 잘 해결해 나가셔서 다행이네요~ 응원합니다 :-)

안녕하세요! 잘 해결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예요!! 저도 걱정했던것보다는 잘 진행되고있는 것 같아서 한 시름 놓았어요ㅎ 앞으로도 별일없이 잘 마무리 되길 바랄뿐입니다.. :-) 응원 감사해요! Heerit 님도 더이상 머리아픈일은.. 없기를!! 팔로우 할게요 자주뵈어요 ^-^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적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잠깐 해외에 있어봤지만... 저는 한국이 오너 밑에서 얼렁뚱땅 지내다 온거라 이런 부분이 참 궁금 했었어요. ^^

레나님 긴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ㅎ 아무리 해외라도 오너와 보스에 따라 업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것 같아요ㅎ 영국인 보스라도 다 다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배우면서 좋은경험 하고있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ㅎ 앞으로도 종종 포스팅 할거같으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해요 :-)

네... 저는 소심하고 고집도 세지만 한편으론 단순하기도 해서 남편말을 곧 잘 들을 때도 있답니다...

이말씀하실때는 저와 굉장히 비슷하네요. ㅎㅎㅎㅎㅎㅎ
물론 다른면은 많이 다르지만요. ㅎㅎㅎㅎ
그런데 궁금한점이 있는데.. 남편분도 혹 영국분이신가요?
영국생활하실때 남편분이 외국분이시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 같아요.
다영님의 영국 생존기 너무 재미있어요.^^
저희와 다른 문화가 새롭기 신기해요..
물론 그상황에서 다영님은 매우 힘든 상황이었겠지만요..
잘읽고 가겠습니다.
다음화도 기대합니다.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남편은 토종? 한국인이예요ㅎ 하지만 저보다 영국생활을 오래했기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있답니다ㅎ 남편이 영국인이였다면 아마.. 영국인들 마음은 더 잘 이해할수 있었겠지만 제 마음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ㅎ 아무래도 문화나 상황차이가 있으니까요 ^-^ 여러모로 저에겐 다행이예요!

와~ 고생하셨구 축하(?)드리고~ 건승하시길 바래요~
해외가면 저희도 외국인 노동자 신세가 되지만, 그래도 부러운 1인입니다~

맞아요ㅎ 기술직이긴 해도 외국인 노동자인건 맞지요ㅎ 덕분에?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에도 관심이 가곤 합니다. 축하와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팔로우 할게요. 자주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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