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독서경연대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올로 코엘료/ 1998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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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가 있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우스꽝스럽고 아무 쓰잘 데 없는 알록달록한 천조각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숨쉬기 어렵게 만들고 머리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조그만 천조각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넥타이라고 부른다.

어떠한 사물, 현상, 원리 등을 볼 때에는 꼭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 셋 아니 수 만개의 관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에 빛을 투과 했을 때 나오는 수많은 빛들처럼.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올바른 것이 되는 것이다.

미의 관점은 시대와 함께 변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조각상과 고대의 부흥과 인권의 확립을 모토로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미술품을 보자. 요즘 대세인 ‘베이글녀-베이비 피부에 글래머스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요즘보다 좀 더 푸짐하고 어머니 같은 몸매의 여성이 이상적이다. 조선시대에 소녀시대 같은 여자아이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고대에는 다신교의 세계였다. 그 누가 어느 종교의 신을 섬긴다 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신을 섬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섬기는 신도 그대로 인정하였다. 도시국가 로마는 이러한 다신교적 가치관 아래 지중해를 내해로 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중세에 이르면, 유럽 지역은 기독교라는 종교아래 놓인다. 이 안에서는 고대의 양서를 읽는 사람은 ‘미쳤다’라고 정의 되었다. 악명 높은 종교 재판, 마녀사냥이 ‘미친’생각들을 거부했다.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한다.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할 수도 있고, 땀을 두 배로 흘려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할 수도 있다. 실망과 근심, 증오와 사랑 그리고 진부한 일상 속에 두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자동적으로 몸에 익은 일들을 처리하고, 잡담, 일이 안될 땐 짜증을 내고, 공휴일이 언제 있는지 계산을 하며 퇴근을 하고, 술 한 잔하며 세상을 안주 거리 삼고, 잠자리에 든다. 남이 싫어할 말은 최소한으로 하고, 직장에서 미움 받을 만한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안녕과 안락을 위해 버텨내는 것이 모험에서 마주치는 위험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성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져버렸다.

파울로 코엘료는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들을 실현하기 위해 미친 척하는)빌레트의 형제클럽 회원들의 모습을 통해 어항속의 물고기의 모습을 그려낸다. 세상은 진부하다. 하지만 살아볼 만하다. 정해진 가치와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규범을 요구하지만 그 안에서도 절제된 광기를 부리며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조물주가 피조물에게 부여한 창조성-에 역행한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시간도 공간도 없고 그 둘의 결합만 있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 또는 대양 저 너머에 절벽이 아니라 다른 대륙이 있다고 확신했던 콜럼버스, 또는 인간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에드먼드 힐러리, 또는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냈고 다른 시대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다녔던 비틀스와 같은 용기를 가진 미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미친 영웅들은 신에게서 하사 받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빌레트의 원장 이고르 박사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베로니카-자신의 논문을 확증하는 데에 필요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대상-를 통해 비트리올 제거를 위한 자신의 논문의 결론을 짓는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은 5일도 못 살 것이라는 박사의 거짓 진단을 듣게 된) 베로니카 입을 빌려 말한다.

“내 하루하루가 지겹도록 똑같았던 건 바로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걸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좀 더 미친 짓을 했어야만 했어. 난 아직도 류블랴나 광장을 보고 싶고, 증오와 사랑, 실망과 근심, 진부한 일상에 속하지만 삶에 독특한 맛을 부여하는 단순하고 덧없는 그 모든 것들을 느끼고 싶어. 만에 하나라도 언젠가 내가 이곳을 나갈 수 있다면, 난 감히 미친 여자가 될 거야. 모든 사람이 미쳤으니까. 가장 못한 것은 자신이 미쳤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들이 그들에게 명령하는 걸 마냥 반복하며 살아가니까.”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 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모험에서 마주치는 위험이 천 일 동안의 안녕과 안락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걸 난 이제 알아요.”

베로니카를 만나기 전까지 형제클럽의 회원이었던 마리아가 그녀를 만난 후 깨닫게 되었다. 정해진 죽음 앞에서도 새로운 삶을 열망하는 그녀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깨어나게 한 것이다.

한 영국의 시인은 말했다.

“언제나 똑같은 물을 품고 있는 연못이 아니라, 넘쳐흐르는 샘처럼 되라.”

베로니카는 에뒤아르와 함께 빌레트 정신병원을 도망 나오면서, 그리고 멈춰버릴 것 같았던 그녀의 심장이 하루하루 더 세차게 뛰어감을 느끼며 다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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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조심하세요 ~
좋은밤 되세요 ~

감사합니다^^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전 항상 실용서만 봐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넘치는 샘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갇힌 우물이네요.
그래도 지하수로 스며들어 꼬물꼬물 탈출 준비중입니다^^

네 저도 동감이에요. 그래도 꼬물꼬물!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전에 읽었었는데, 글을 읽으니 조금씩 기억나네요.
연금술사를 읽고 너무 좋아서 고른 책이었거든요. :)

전 이 책을 제일 먼저 보고 코엘료를 알게 되고. 그 다음 책들오 넘어 갔었어요ㅎㅎ

refresh!
항상 천천히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네요.
반가운 제목!!!
가물거리는 내용!!! ㅎㅎㅎ

ㅎㅎ 가물거리는 내용ㅎㅎ

저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네 쉽게 잘 읽힙니다^^

한 때 파울로 코엘료 책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작이 '11분'이었습니다.
이후 코엘료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가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

네 저도 코엘료 좋아해서 여러 책들을 수차례 봤었습니다. 11분도 재미있게 봤었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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