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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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 자신이 정말 별 거 아닌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보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 나가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일인데, 그 잘 나가던 시절과 시간차가 많이 나면 날수록 그렇게 된다.

가령 내 인생의 최고 황금기는 초등학생 때였다. 반에서는 항상 1등을 했고 남자 아이들 뿐 아니라 여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었으며, 아무렇지 않게 나는 당연히 크면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라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후로 그런 날은 다시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시절과 지금까지의 기간만큼 더 살면 내 인생도 황혼기구나 라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지며 우울감에 젖게 된다.

그럴 때 급 처방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위가 아닌 아래를 보는 거다. ‘1등은 못했지만 꼴찌는 아니지 않은가’ 하면서 정신승리를 한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그 옛날 모의고사에서 전국 수십 만 명 중에 자신의 등수가 나오던 것처럼, 전 세계 사람70억 명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나는 그 중 어디쯤 들어갈까 하는 것이다.

기준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건강, 재산, 사는 곳의 치안 상태, 사소한 것의 행복감 등등.... 그렇게 줄을 세워 놓으면 분명 나는 아래쪽은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 쯤 되면 내가 어디쯤 일까 하는 것보다는, 과연 그 70억 명 중에 최하위, 맨 꼴찌는 누구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 아래쪽은, 미안한 말이지만 병원에서 희망도 없이 곧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 햇빛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타들어가는 사람들, 하루하루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통인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감히 천하제일 불행 대회에 나 같은 놈은 참가 신청서도 못 내게 된다.

재산은 또 어떤가. 비록 내가 돈벌이를 잘 하는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팀잇에 글이나 끼적대면 저 못사는 나라에서 하루 종일 탄광에서 막일하는 사람이 버는 돈의 몇 배는 더 벌수도 있다. 이런 내가 감히 돈 없다고 징징 댈 자격이나 있는 걸까.

그 외의 것들을 보자면 오늘도 날마다 독재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사일이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거나 난민이 되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들에 비하자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비록 북한의 위협을 보면 대한민국보다 위에 있는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참 불쌍하게 볼 지도 모르지만....)

위를 보면 끝이 없다. 70억 명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자기가 아무리 0.1%에 드는 최상위권이라고 해도 그 위로는 여전히 수백 만 명이 있다. 그리고 그 수백 만 명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면 그 얼마나 불행해지는가. 그러니 자꾸 위를 보며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 넣을 필요가 없다.

사실 인생은 잘 나갈 때가 매우 드물다. 나는 싸이가 잘 나가던 때의 말을 자주 되새긴다. “지금의 인기는 그저 보너스일 뿐이다”라고. 그 자신도 인기의 허망함을 잘 알아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 슈가맨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은 한 때 잘 나갔던 사람들이다. 그 잘 나갈 때는 아마 자신이 세상을 다 가졌고, 70억 명의 일렬에서 최고에 위치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일렬의 순서는 자주 바뀐다. 매일 바뀐다. 어마어마한 폭으로 바뀐다. 그렇게 한번 위에 올라가는 것은 인생에 한두 번 있는 일일 뿐이며, 설령 매번 올라가는 것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래 가는 일이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 때는 과거에 아무리 잘 나갔던 사람이라도 한물 간 사람이 된다. 또한, 그렇게 일생에 한 번이라도 잘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0.1%도 안 되며, 대부분의 사람은 잘 나갈 새도 없이, 그냥 중간쯤 가면 잘 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도 잘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한 번 잘 나가봤던 사람보다 덜 우울하다. 한 번이라도 잘 나가봤던 사람은 그 운 좋게 잘 나가봤던 시절 때문에 나머지 인생의 기간을 그 옛날의 자신이 위치했던 위만 바라보며 우울하게 살게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옛날의 영광에 젖어 산다는 것은 남아 있는 인생을 그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

특별해 보이는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고 한다. 그런 특별한 인생은 그야말로 운이고 다시 오기 힘들며 원한다고 하여 이루기 쉬운 것도 아니다. 삶의 초점을 거기에 맞추게 되면 남은 삶은 불행과 고통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니 특별해지려 하지 말자. 위를 보지 말자. 잘 나갈 때를 삶의 보통으로 삼으려 하지 말자. 특별함에서만 행복을 찾으려 하면 일생의 행복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런 특별함은 일생에 아예 안 오거나, 오더라도 짧은 기간 한 두번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고 지금에 만족하며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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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상대적인 거라 내 주변 사람들이 더 가지고 있으면 불행해지더라고요. 능력이든 돈이든..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

특별해지려 하지않는다.. 특별해지려고 하면 그 강박에 남과 비교하면서 너무 힘들어지더라구요ㅠ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조금 못나면 좀 어떻습니까. 저는 알고보면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삽니다ㅎㅎㅎ

1등은 딱 한 번 한 적이 있는데ㅎㅎ
저도 자신의 외모, 성적, 성격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저 자신이라고 생각했던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다핑님 이렇게 글을 잘 쓰니 비교돼서
살수가 있나 ㅎㅎㅎ

제 사는 살림 꼬라지 보면
엄청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ㅎㅎ

당장 가봐야 되겠어요
주소 불러 주세요~~~

ㅎㅎ 무슨 큰일나려고...

켁. . . 사는거좀 보고 우월감 느낄랫더니

다핑님은 스티미언 중에서 만나고 싶은 분 중에 한분이긴 해요 ㅎㅎ

남들과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는다.
나 자신의 세로토닌 분비를 위해서 산다.
내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린다.
죽으면 어차피 흙으로 돌아간다..

이 정도 생각으로 사니까 조금 편해지더라구요. 저도 야망과 욕심이 어마어마했던지라 그 마음 이해합니다.

남들과 비교 해서 머하겠습니까?
내 자신 하나 간수하면서 사는 것이 더 편하고 좋은 일인 것을...

너무 공감가는 글이네요!!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이 글 좀 봐야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게 필요한데 맘처럼 쉽지가 않죠 ...

삶 그대로가 복인줄 알며 사는게 편한 듯 해요.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인생살이 이기에
오늘도 보람차게 잘 보냈다 하며
나를 위로하며 사는거죠^^

70억 일렬로 세우면 한 10% 안에는 들지 않을까요?
그 무슨 항목으로 열을 세워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늘 아래를 봐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요 ㅎㅎ
인간 문명의 발전 동력이 '질투'의 힘이라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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