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노트] 국민간호사

in #kr5 years ago (edited)

최근 3개월 간의 이야기입니다.

1.영유아간호편-심장이 아픈 애기를 둔 아빠 간호

아이가 아프답니다. 쪼매난 아이가 심장이 아프답니다. 예전 소아과 병동에 근무했을 때 엄마 손바닥만한 가슴에 그 손바닥만 한 거즈 반창고를 붙인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가 1991년도. 소아 심장 수술이 유명해지기 시작할 때였고 정말 많은 아이가 심장 수술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외국 아이들을 국내에 데리고 와서 수술하기도 하구요. 그런 기억이 있어서. 아이 아빠에게 제 경험을 이야기해드렸습니다.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진료받으시면서 되실 거라고.

이후 아이부모는 다 걱정입니다. 당연합니다.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제게는 합니다. 그래서 "그 궁금함을 가지고 계시지 마시고 주치의 선생님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시면 되세요. 의사님들도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또 자식을 두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가족이므로 다들 잘 해주실 거에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 애기가 인제 수술한답니다. 아마도 가을 즈음에 이야기가 있었고 이즈음에 수술하자고 했던 거 같은데, 제 기억으로는. 어머님! 아버님. 우리 인간이 좀 강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좀 약합니다. 단단히 마음먹으면 극복할 수 있고 대처 가능합니다. 힘내시고 우리 애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강하게 쑥쑥 자랍니다. 저는 아이 부모님에게 힘을 주는 간호사입니다.

2. 지역사회간호편-난소에 혹이 생긴 여중생 딸을 둔 아버지 간호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습니다. 사서 선생님과 안면을 텄습니다. 임용되고 처음 도서관행이었으니까요. 그러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저를 부릅니다. 부른 이유는, 지인의 딸아이가 배가 불편해 근처 병원 갔더니 큰 병원에 빨리 가라고 한다는데...... 아무래도 여성 담당이 해결을 잘 할 것 같아서 불렀다 합니다. 그런데 옆에서 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가 도서관 사서님이십니다. 방금 본 사람도 기억하는 저입니다. 저는 사람 기억 잘 합니다.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제 연락처는...... 입니다."하고 돌아서 학교 복사실에 일이 있어 갔습니다. 자료 복사를 복사실 사장님께 부탁하려는데 안색이 별로 안좋아 보이시고 전화 내용이
"우리 딸이 병원에 갔는데.... 큰 병원 가라고 해서...."
아! 아까 이야기했던 지인이 이분이시구나. 바로 간호사 모드로 들어갑니다.
"사장님! 사장님! 따님 이야기를 제가 좀 전에 들었어요. 저와 잠깐만 이야기하실까요. 애기가 어떤데요........."
"애가 어쩌냐면..... 큰 병원.... "
"그러면 사장님 제가 지금 병원을 알아봐 드릴게요. 예약방법은.........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경황이 없어서.... 말도 안들리고..."
"아! 사장님, 애기 이름이랑, 전화번호...... 주셔요. 제가 지금 예약해드릴게요."

이후 이 중학교 소녀는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아버님께서 연락을 줍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이제는 어머니에게 전화달라고 했습니다. 환자 상태가 여러 사람을 거치다보니 의사소통이 정확하게 안되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 이제는 중2 소녀와 통화합니다. "너가 생각하기에 어떠니? 너가 비교해보면 어떠니?" 이렇게 저는 얼굴도 모르는 중2 소녀의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3. 성인간호편-신장이식수술하는 형부를 둔 언니 간호

어제(2019. 2. 6)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큰언니 형부가 신장이식 수술을 한대! 너 어디니?" 마침 제주에 와 있는데 형부가 수술 받으신답니다. 정말 큰 수술입니다. 해서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언니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길게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술실 앞에 가서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것이 간호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내일 다시 병원으로 가보아야겠습니다.

4. 노인간호편-요실금 증상을 가진 이모 간호

오늘(2019. 2.7) 이모가 전화통화 중 이야기 합니다. 요실금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어디를 가야 할까 입니다. 이때는 바로 이야기 해야 합니다. 생각하면 싫어합니다. 그래서 평소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료수집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 이모, 거기로 갑시다. 그러나 제가 지금 정신이 없으니 요이땅 하면 갈 수 있게 가방 싸서 현관에 두세요.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저희 엄마도 같이 가셔서 수술합시다. 됐죠?" 좋다 합니다. 수술을 지금 당장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이 이분에게는 필요합니다.
"이모, 지금 당장 못 가도 제가 이모가 불편해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 딱 걱정하지 마세요."
"오냐아! 그럼 오줌이 줄줄 새도.... 그냥 참고 있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 안 되지. 패드는 해야지요. 이모부 민망하게스리...."
이렇게 웃고 배를 잡습니다. 간호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5. 지역사회간호편-전자기계를 못 다루는 할머니 간호

필요한 서류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요즘 동사무소 너무 좋습니다. 공무원님들 친절하시고, 와이파이님도 친절하시고, 사무업무 볼 수 있는 컴퓨터, 프린터 그리고 팩스 다 갖춰졌습니다. 와이파이 안된다고 커피숍 갈 것이 아니라 동사무소로 가야겠습니다. 봉사활동도 하고.

제가 동사무소에서 한 간호 내용은 이렇습니다. 열심히 컴퓨터로 자료 출력을 하는데, 한 할머니가 종이 쪼가리를 쓱 내미시더니, 보내야 한답니다. 팩스 번호가 적혀있고 사업자등록증에 기입되어 있는 내용이 적힌 쪽지였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손에는 액자에 고이 모신 사업자등록증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팩스 보내드리면 돼요?"
"이거를 보내야되는데, 나가 늙어서..."
"할머니 제가 보내드릴게요. 잠깐 계세요. 요것만 마무리하고 해드릴게요."
하고는 팩스를 보내드리고, 받는 곳에 연락해서 팩스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할머니에게 무사히 보냈다고 알려드렸다. 할머니의 표정에는 걱정스러운 일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느껴졌지만, 모르는 남에게 부탁했다는 미안함도 담겨있었다.
"아이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
"할머니, 저희 엄마도 못하세요. 그냥 아무나 붙잡고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줘요, 오늘처럼 모르시는게 있으면 그냥 동사무소 오세요. 그럼 도와드려요."
"아이고, 나이가 많아서.."
"그러게요. 할머니, 오늘 저를 만난 거는 땡잡으신 거네요."

간호사로서 내가 할머니를 간호한 내용은 할머니의 불안함을 없애주고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해야 하는 대처방안을 알려드린 것이다. 오늘처럼 내가 해드려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정확히 알려드려야 합니다. 할머니가 민망하지 않게 머쓱하지 않게 손주가 이야기하듯이, "할머니 할머니, 다음에는 요렇게 하셔요."

내가 경험한 의료서비스의 차이를 근간으로

나는 병원에, 병원 서비스에 좀 예민하다. 국민들이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는지 모니터링 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사람처럼 엄청 민감하게 관찰하고 느낀다. 이런 내가 요즘 치과 치료 중이다. 진료 신청서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소개로 왔다면 소개자가 누구인가? 며칠 전에는 치료 중에 직원님이 내게 "000원장님 아세요?" 훅 들어온 질문에 "아, 네!" 짤막하게 답했다. 그 짧은 답변을 엄청 여운 있게 길게 받아 내게 이야기한다. "아이~ 처음부터~ 그 원장님 아신다고 하시지......~~~~~~~~" 그리고는 표정, 손 만짐 새, 공기를 가르는 움직임 등 모든 게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그 누구의 지인이란 사실 하나 때문에.'


모든 국민이 의료인을 곁에 두고 살지 않습니다. 모든 엄마와 이모의 딸이 간호사가 아닙니다. 간호사를 둔 국민만이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경험해야 할 것인가? 아닙니다. 병원에 아는 사람이 없어도 내 딸이 간호사가 아니어도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에서 차별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한 저는 노력할 것입니다. 기껏해야 말 한마디이고, 기껏해야 전화 한 통화인데 어렵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모든 국민들이 아파도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이들이 있으니 외롭게 아프지 않아도 될 것이고, 의료인에 대한 믿음으로 건강을 회복하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될 것입니다. 작게는 누군가 제 어머니에게도 그런 간호를 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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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써 참 첫번째는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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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보띵 가즈아!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의사의 기득권 문제는 참 해결이 힘들 것 같아요ㅠㅠ 적당히 정원을 좀 늘려야할텐데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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