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배우 오달수는 법을 통해 결백을 밝힐 수 있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박기태 변호사입니다.

요즘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에서 제기되는 중인데요, 연극계의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오달수 배우와 곽도원 배우에 대한 폭로가 있었고, 오달수와 곽도원 배우는 성폭행/ 성추행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댓글이 달렸다가 바로 사라졌다는 점, 해당 시기에 곽도원 배우는 극단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곽도원 배우에 대한 폭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물론 앞으로 다른 사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달수 배우에 대해서는 아직 네티즌들의 설왕설래가 한창인 상황입니다.

배우 오달수, 한겨레 자료사진



해당 배우들이 실제 그런 일을 하였는지, 결백한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달수 배우에 대해 '오달수를 강간범으로 고소해야 한다'느니, '여자를 무고죄로 고소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많이 보았고, 그래서 오달수 배우가 법을 통하여 결백을 밝힐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정리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가 오달수를 고소할 수 있을까?


가. 공소시효를 도과하였는지?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 뒤 글에서는 그냥 '피해자'라고 하겠습니다)는 최초 댓글에서 '1990년대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JTBC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여관으로 따라오라고 하여 성폭행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그 시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오달수는 연희단거리패에서 1990년에 연극배우를 시작하였고, 2002년에는 영화계에 데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아마도 해당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1990년대, 늦어도 2002년 전으로 보입니다.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현재는 10년이나, 2007. 12. 21. 이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7년입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죄는 늦어도 2002년에 발생했고, 현재가 2018년이므로, 해당 범죄는 공소시효가 만료하여 피해자는 오달수 배우를 고소할 수 없고 고소하더라도 '면소'가 되어 수사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도 동일합니다)

나. 친고죄 문제

오달수 배우의 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므로 굳이 따질 이유가 없지만, 다른 폭로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니 짚고 넘어가자면, 친고죄 문제도 있습니다.

강간죄는 과거 친고죄(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였다가 2013. 4.에 친고죄가 폐지되었는데요, 친고죄는 6개월이 경과하면 고소할 수 없고(형사소송법 제230조), 성범죄의 경우에는 1년까지는 고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2013. 4. 당시 이미 고소기간을 넘긴 범죄들은 설령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해도 이후에 고소할 수 없습니다. 즉 2012. 4. 이전에 발생한 강간과 강제추행 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할 수 없고, 고소를 한다 해도 '면소'가 되어 수사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역시 오달수 배우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만, 만약 강제추행과 강간 등을 수 차례 하여 '상습'이 되는 경우에는 '상습'조문이 생긴 2010년 이후 건까지는 함께 묶여서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또 긴 이야기니까 나중에..ㅎㅎ)

다. 소결

결국 피해자는 오달수 배우를 고소할 수 없고, 수사기관은 해당 폭로 내용만을 가지고는 어떤 경우에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즉 피해자가 오달수 배우를 고소하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역으로 고소와 수사 자체가 없으므로 오달수 배우는 수사 과정에서 결백을 밝힐 기회가 없습니다.

2. 오달수 배우는 피해자를 고소할 수 있을까?


가. 무고죄 고소는 가능할까?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입니다(형법 제156조).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를 없애자는 논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무고죄는 함무라비 법전 1조가 무고죄 규정이듯이 인류 역사와 함께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특히 성범죄 무고는 성경에서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사례에서도 등장하듯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범죄거든요.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무고죄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피해자는 오달수 배우를 고소할 수도 없고, 고소한 적도 없기 때문에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적도 없는 것이 되어, 피해자가 설령 거짓을 이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무고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즉, 피해자가 허위사실을 방송 등에서 말했다 하더라도 오달수 배우는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없습니다.

나. 명예훼손 고소는 가능할까?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적용되고(형법 제307조 제1항), 특히 '허위의 사실'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가중처벌됩니다(형법 제307조 제2항).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것이, 저기서 말한 '사실'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률용어와 일상용어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사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의견'입니다. 즉 그 내용이 진실이건 허위이건, 의견이 아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면 이는 형법상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진실인 사실'과 '허위사실'로 나뉩니다.

예컨대 '박기태변호사는 키가 2미터이다'라고 말하면 이는 진실이 아니지만 '사실'이 됩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진실한 사실'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사실'에도 적용됩니다.

오달수 배우의 건으로 돌아가면,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하였으므로 당연히 명예훼손죄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허위사실'임이 밝혀진다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제307조 2항)'이, '허위사실'임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제307조 1항)'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오달수 배우가 결백을 주장한다면 아마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고소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과연 30년 가까이 된 과거의 일이 허위임을 밝혀낼 가능성이 높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자신이 허위의 사실을 말했다고 고백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말한 내용이 모순되거나 한다면 허위사실임을 밝혀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피해자가 막연하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90년대 어떤 모텔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주장한다면, 실제로 피해자의 말이 '허위사실'임을 밝혀낼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형법은 엄격한 증명책임이 필요하므로, 증거로 명백히 '허위'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허위'임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말에서 구체적인 모순 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마 피해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것이 '피해자가 진실을 말했다'고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 절대 아닙니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하였고, 그리고 피해자가 한 명예훼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거나 구체적 증거가 없어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됩니다.

3. 결론



결국 배우 오달수가 결백한 경우라고 해도, 법을 통해 결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오달수 배우를 고소할 수 없고, 오달수 배우는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없으며, 오직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방법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여도 오래된 일이다 보니 '허위사실'임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만약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법을 통해 결백을 밝힐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만약 오달수 배우가 결백하다면, 변호사로서 저는 이런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보다는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최대한 호소하는 방법, 그리고 민사소송을 통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손해배상금을 기부하는 방식 등을 이용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만큼 엄격한 증명책임을 요하는 것이 아니어서, 증거를 토대로 허위사실인지를 밝혀낼 가능성이 더 있거든요.

물론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라면, 오배우가 명예훼손죄로 피해자를 고소하고 '허위사실'임을 입증하기 힘들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되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달수를 성폭행범 취급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만... 한번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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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사실의 정의가 저렇다는걸 오늘 처음알았네요. 변호사님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팀잇에 변호사님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와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제가 영광입니다.ㅎㅎ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형사, 징계 처분의 목적이 없는 단순 비방이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되고 무고죄는 성립이 안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이게 살짝 문제가 돼 보이는게, 남자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상대로 허위의 사실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누군가가 글을 썼고, 그 글이 나중에 가서 허위의 사실이라고 밝혀지더라도 가해자는 '형법 제307조 제2항' 위반에 대한 처벌만 받을텐데요. 이건 처벌이 너무 약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경중에 따라서 가중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추가로 마련되던지, 아니면 명예훼손과 관련된 조항을 더 세분화 하던지 하는쪽으로 가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워서 갑니다!

근대적 형법을 만든 사람들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 등에 허위사실을 알리는 것이 큰 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고죄의 범위를 넓히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그런 의미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조항을 없애자(또는 '진실임이 입증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 적용을 하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편입니다. 분명히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허위로 보이지만 허위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지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어진 경우라면 해당 사안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거든요. 결국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없애면 오히려 언론의 자유가 더 훼손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결국, 법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는 결론일까요... 개개인의 독자적인 참여나 언론으로 밝혀지는 게 훨씬 가능성이 크겠죠?

네 그리고 그런 것이 언론의 역할이겠지요. 법이 할 수 없는 진실을 추적하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그런데 현재 언론은 정치적 논리나 진영논리로 진실추적보다는 누군가를 비판하고 망신주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항상 변호사님 글 읽고 많이 배웁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달수 호감 갖고 있는 배우였는데...

존경하는 근육맨 칼기자님 감사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정황만 볼 때는 오달수가 억울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것 같습니다. 다만 오달수가 결백을 밝히고 싶어도 밝힐 길이 딱히 없다는게 피해자와 오달수 모두에게 문제겠네요...

👨 복잡하네요. 그저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그게 가장 그리고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ㅠ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다크호스님!

잘 읽었습니다 ㅎㅎ무고죄는 당연히 성립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역시 법은 어렵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인터넷이나 언론에 알린다고 무고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ㅠㅠ 저도 궁금하네요

변호사님 글을 보면 항상 어려운 법률 개념들이
쉽게 설명되어있어서 좋습니다 ㅎㅎ 항상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사실이라면 처벌받는게 마땅하지만 아니라면 정말 억울 할거 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팔로하고 가요 ^^

감사합니다! 아직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억울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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