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 꿈을 응원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시안입니다.
대학을 다녔던 시절 저는 꽤나 건방졌던 것 같습니다.
소통과 교류와 가슴을 뛰게만드는 수업들이 아닌 것들은
죽어있는 수업이라 생각하고, 출석을 하고 도망가는 일도
잦았던 것 같아요.
꽤나 건방진 학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도망쳐나온 시간에
조용한 강당이나 창문같은 곳에 기대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유유자적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문창과 수업중 수필을 쓰고 서로 토론하고 응원하고
추천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스팀잇과도 약간 비슷하겠네요.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고 추천을 하는 모습이요.
그 수업 때 적었던 수필 중 한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집 주인님 후추가 좋아하는 잔잔한 노래와 함께 읽어주시길 : )
내 꿈을 응원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안녕. 안녕이라고 한번 말해보고 싶었어. 언제부터였지.
우리가 안녕이라고 인사했던 건. 안, 녕. 소리내어 읽어본다.
친구들아, 기억나니? 우리 고등학교 2학년 때였지 아마.
놀 것도 없는 촌구석 학교. 담장을 몰래 넘어가 사먹었던 닭꼬치.
대학생이 된 뒤 다시 찾아갔을 때, 맛이 변했다고 느꼈었지.
그건 또 기억나니. 쉬는 시간에 동전으로 판치기를 하다가
두꺼비 선생님한테 뺨을 맞았던 일.
그 녀석은 뺨을 맞아도 끝까지 고개를 들고 넘어가지 않고 버텼지.
우리 대학원서 넣으면서 그렇게 고민했던 것은 또 기억나니.
그땐 오직 그 일만이 최대의 고민이었는데,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생활을 했었지.
그땐 그게 제약이고, 감옥이라고 생각했던 게 지금 생각하니 우습다.
시간이 벌써 참 많이 흘렀다. 친구들아. 우리가 대학에 입학한지
사 년이 지났어. 자주 보자던 약속도 색이 바라,
일년에 한두 번 겨우 만나는구나.
얼마 전이었지. 우리 모두 모여 술잔 기울이던 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누웠을 때 눈물이 흘렀어.
우리는 사 년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것을 배우며 자랐지.
내 꿈을 듣고 걱정하듯 내뱉는 한 마디들이 몇 년 전이었다면 내가슴을
긁어 내렸겠지.
친구들아, 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흔들렸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도 싶었단다.
하지만 스무 살이던 내겐 꿈이 하나 있었어.
너희들이 지금 지지하지 않는 그런 꿈. 내겐 음악을 배우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는 것.
그리고 글을 쓰며 누군가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졌어.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가 꿈꿀 수 있게 응원해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단다. 많이 힘들었어.
내게는 아무런 능력도, 돈도, 나에 대한 믿음까지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고민할 때 누군가 내게 말했어.
"그래서 지금 뭘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나아가려고 한다. 난 많은 나라들을 떠돌 거야.
그곳에서 사람,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을 거야. 글도 쓸 거야.
내 인생을 흔들었던 모든 책들을 모아서 내 공간에 꽂아 둘 거야.
내 삶을 작은 공간에 담을 거야.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
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건 생각해봐도 이게 전부인걸.
너희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은연중에 무시하듯 말하는 글 쓰는 일에
대해서도 말해보고 싶어. "소설가라도 되려고?" 라는 농담에
내 눈빛이 문득 쓸쓸해졌다는 걸 너희는 알고 있을까.
어느 날 한번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어.
그때 누군가 건내준 책 한권을 읽는 내내 눈물이 터져 나왔어.
그리고 위안을 얻었어. 어쩌면 글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그런 기적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냐.
하지만 글이 잠시나마 누구를 위로하고,
희망을 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나는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친구들아. 난 가끔 너무 무섭다. 내 친구들인 너희조차,
하나의 가치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내 꿈을 믿어달라는 것이 아니야.
난 정말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고 있단다.
세상엔 많은 가치가 있고, 누구의 가치가 옳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경제적으로 안정된 길이라는 대다수가 쫓는 그 가치는
내 상상속에서 이내 뭉쳐버리더니 괴물의 형상을 띠게 되었어.
작지만 소중한 꿈과 가능성을 쫓는 토끼들은
괴물들이 위협하는 발자국 소리가 무서워 풀숲에 숨어있어야 했지.
하지만 나는 이제 풀숲에서 나오려고 하는 거야.
그들의 압박을 두 눈으로 직시할 거야.
이 사회에서는 그런 괴물들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들도 처음엔 그저 몸집만 커다란 순한 동물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다른 작은 동물들을 위협하고, 끌어들이는 순간
그들은 결국 괴물의 형상으로 변해버리고 만거야.
친구들아. 돈보다는 꿈꾸며 사는 친구 한 명쯤 있어도 재밌지 않을까.
너희보다 좋은 옷을 입지도 못하고, 좋은 집에 살지는 못해도.
반짝이는 눈동자로 손님을 맞는 친구. 너희들이 힘든 삶에 지쳐
마음이 쓸쓸해질 때. 연락도 없이 문득 찾아가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말없이 정성스럽게 내주는 그런 친구, 한 명쯤 있으면 어떨까?
가게를 나설 때 조용히 책 한권 건내주겠지.
너희들이 한 가지 길만을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쉬어간다면
좋을텐데. 내 친구들의 가슴 속에도 자그마한 꿈 한조각 싹트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내 꿈을 응원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몇 년이 지난 글을 메일함에서 고이 꺼내어
다시 찬찬히 타이핑을 치다보니 지난 시절들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이 무서운 것은
어쩌면 실패할 수 있다는 공포보다,
모두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는 조금은 멀어진 친구들이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 )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저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하고 있는데
뭔가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ㅎ
자기 자신을 믿고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날도 올거라 믿습니다!ㅎ
완전 응원합니다 : )
저는 변덕도 심해서 하다가 포기도 많이하는편이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기억들 같아요
저는 주어진 길을 가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시안님처럼 제가 가지 못하는 길, 꿈을 꾸는 일을 간다고 하는 친구가 있으면 부러워하고 응원해줄 것 같아요
시안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
서로의 길이 모두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 )
감사합니다
그냥 행복하길 바래보는 그 마음
저도 알 수 있을것 같애요..
남들과 다른 길로 가더라도 시안님께서는 돈 버는 방법을 아셨고 투자하시는 방법을 아셨으니 분명 더 행복하게 자유롭게 사실 듯 합니다 ㅎㅎ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그냥, 마냥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안님은 외향적이세요, 내성적이세요?
어느 쪽이든, 무척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상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성격이신 듯 하네요. 시안님의 꿈,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지만 전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4분면 시리즈에서 언급했듯이 오히려 경제적 자유를 얻을 가능성이 훨씬 높구요.
그럼 친구들에게 더욱 자상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코코아를 건낼 수 있겠지요^^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는 장난도 많이치고 까불고 밝아보이지만
혼자있으면 한없이 진지하고 축축 내려앉고 은근 소심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도 많이했었던 것 같아요.
요새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크게 신경안쓰는쪽으로
살짝은 까칠하게 바뀐 것 같아요 : )
어쩌면 남자들의 집단에서 감수성이 풍부하고 배려가 많다는 건
지독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더라구요.
엇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ㅋㅋ 일례로 친한 여자애들이랑은 장난도 치고 재미있게 놀지만, 남자들이랑 (특히나 어색한 남자들이랑) 있으면 말도 잘 못 꺼내겠고 좀 쑥스럽고 ㅋㅋㅋ 그렇네요.
집주인이 후추라뇨?!!! 음?!!
집주인 후추님 저는 일개 집사 ㅎㅎ
고놈 벌써 집주인이라니..
냥이주제에 출세했군요
읽고 눈물을 흘리셨던 책이 궁금하네요~
츠지 히토나리 - '사랑을 주세요' 입니다 : )
아.. 그렇군요. 시간될때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꿈꾸고 있답니다 ㅎㅎ
시안님과 함께 각자의 꿈을 올 해에는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
매번 댓글들 보면서 느끼지만
프로필 환하게웃는모습이
인상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