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RED BALLOON VIRUS : PROLOG

in #kr6 years ago (edited)

1534944808612.jpgⓒzzing


[ PROLOG ]

2050년 2월.

붉은 구(球)는 사라지고, 하나의 유령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핏빛의 도시는 생기를 잃은 채 느리고 아득하다.

레드벌룬이 사라진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저주가 종식되었다고 믿지 않았다. 여전히 시체를 찾기 위한 잠수수색은 계속되었고, 꽃 같은 아이들. 목맨 아이들의 부모는 자식의 교복을 태우지 못하고 있다. 구조대의 아내들은 풀린 머리와 멍한 눈으로 남편의 뼈와 살점을 찾아 해맸다. 아내들은 젊고 아이들은 어렸다. 천 명의 육신이 녹아든 쇳물은 정육면체로 단단해져 폐기되지 못한 채로 옥신각신했고, 얼음송곳 작전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붉은 구(球)를 숭상하는 사당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었다.

사당을 세우려는 자들과 부수려는 자들이 충돌하며, 도시에는 다시 전운이 맴돌았다. 암시장에는 레드벌룬의 조각이라는 이름의 깨진 암석이 고가(高價)에 거래되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복수의 창을 막기 위해 담장을 높이고 공중에는 드론을, 마당에는 개를 풀어 놓았다. 연일 몰려드는 시위대를 감당하지 못한 도청은 구토 전파를 발사하여, 도청 앞은 토사물과 배설로 가득했다.

TV에는 식상한 학자와 지식인이 여전히 붉은 구의 정체를 운운하며 같은 궤적에서 헤맸다. 정치인은 다만 정치인을 공격하며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자멸했다. 컴퓨터 모니터는 끝이 없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도배되었고, 해킹 단체 "레드벌룬"에 대한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가엾은 소녀의 운명에 기대어 살아남았다. 그림을 좋아해 미대를 가고 싶어 했고, 호박 머리를 하고 있던 여고생. 우리에게 "안녕"이라고 짧게 말하고 연한 미소를 지었던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 살아남은 나는 나를 감싸는 이 밤의 짙은 적막을 견디기 어렵다.

도무지 사는 것이 무엇이냐고, 앞서 죽은 자들은 눈을 감지 못하고 산 자를 보챘다. 그들은 죽음 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마치 바다에서 쓸려 나온 파도처럼 관념의 모래사장 위로 허무하게 흩어졌다. 이 세상의 모든 산만하고 장황한 말들은 허망하고 비루한 생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다.

밤은 깊어지나 잠들지 못하고 망자와 뒤엉켜 이리 눕고 저리 눕기를 몇 번째. 뒤채이는 밤, 나를 당기는 현실과 밀어내는 꿈의 경계에서 방황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처량한 나는 견디다 못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기도했다. 이 삶을 감당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내게 영원한 환상을 주소서. 신 따위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절대 끝나지 않을 그 환상.

붉은 밤, 하나의 유령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상과 현실의 틈새에서. 희락과 절망이 뒤섞인 혼돈 속으로.

레드벌룬 바이러스.
Sort:  

어, 이거 표절인 거 같은데요. 공산당 선언.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하나의 유령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빙고. 이야 ㅋㅋㅋㅋㅋ 방구님만 알아보네. 표절이 아니라 알아봐주길 바란거죠 ㅋㅋㅋ 칭찬합니다. 공산당 선언을 읽을 때 구상한 소설인데... 아 이런건 성공하고 말해야하는데 ㅋㅋㅋ 어떻게 알았음?

공산당 선언의 엄청 유명한 문구잖아요. 성공을 빕니다. 성공하면 100스달만 줘요.

연재소설이란 글자가 반갑네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소몰이님께서 소說로서 몰이하고 있꾼...

기대하겠소오

느낌좋은데??

크항~!

제목 완전 맘에 쏘오오오~옥~!

흥미 진진한 프롤로그 핏빛 밤~ ^^

키비 X 찡여사 연재소설 흥해랏~!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풍기문란으로 잡혀가십니다 ㅋㅋㅋ

잉~!
X는 콜라보인뎅
다른 상상을 하시다닝...ㅋㅋ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스빠씨-바)~!

찡님 포스팅 보고 왔어요~~ 완전 흥미진진합니다 :) 매일 올려주세엽~~~~~~~ @.@

찡님 그림을 그려주셨군요..ㅎㅎ
기대합니다~~~~ 빨간풍선!!!ㅋ

카비님의 소설 연재 시작이군요
기대합니다

바이러스..호러 스릴러물 아~주 좋아합니다
일단 붉은 지구..종말을 맞이 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굿

시간차리스팀 해욥^^)

굿잡~~~ㅋㅋㅋㅋ 환갑되니 철들었넹 ㅋㅋ

내가
쫌🤔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8
BTC 57742.49
ETH 3102.18
USDT 1.00
SBD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