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함

in #kr3 months ago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바깥의 무더위는 마치 두꺼운 담요처럼 나를 감싸고 있었다. 한여름의 열기가 온몸에 남아, 땀이 은근히 배어 나왔다. 다행히도 술집 내부는 시원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땀을 식혀주면서 몸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지인과 마주 앉아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였다.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 조용히 놀고 있는 꼬마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술집 주인의 손녀라고 했다. 6살밖에 안 된 아이는 어른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속에서도 아주 얌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천 원이라도 쥐어주면 아이가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던 중, 술집 문이 다시 열리더니 승복을 입은 스님 한 분이 조용히 들어왔다. 스님은 염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염주를 사달라는 스님이었다.
나는 잠시 멈칫하며 스님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 안에는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두 장이 있었다. 손끝으로 돈을 만지작거리면서 스님께 얼마를 드릴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5000원을 드려야 할까? 아니면 3000원? 아니, 그냥 2000원만...?’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번갈아 가며 자리잡았다. 손에 쥔 돈을 보며 나는 한동안 망설였다.

결국, 나는 1000원짜리 두 장을 꺼내 스님에게 드렸다. 스님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고, 나는 스님의 손에 돈이 전달되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묘하게 따끔거림을 느꼈다. 그저 작은 돈을 드리는 일조차 이렇게 망설이다니, 내 자신이 한없이 소심해 보였다.

스님은 곧 떠났고,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술잔을 들었다. 방금 전의 순간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꼬마 아이는 여전히 조용히 놀고 있었고,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천천히 술을 마셨다. 밖의 더위는 잊은 채, 내 마음속의 잔잔한 파도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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