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그린 암과 면역]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고 진정한 암으로 거듭나는 과정

in #kr6 years ago (edited)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항상 암의 발생을 감시하고 발생할 시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암세포에 대항하는 우리의 면역력 참고)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고, 암으로 사망하는 것일까요?

바로 암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으면서, 점점 면역체계를 속이고, 면역감시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3E 라고 해서 제거 (Elimination), 평형 (Equilibrium), 탈출 (Escape)의 세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 집니다.

3E of immunoediting

첫번째 제거(Elimination) 과정은 전편에서 소개해드린,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적절하게 제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E1.png

두번째 평형(Equilibrium) 과정은 암세포가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되다가 유전적으로 불안정해지고,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결국 저항성을 갖는 세포들이 살아남는 과정입니다. 이는 흡사 다윈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설을 축소해놓은 현상입니다.

Darwin evolution.jpg

이 과정은 가장 긴 세월동안 이루어지며 처음 암세포의 발생부터 실제 암이 발견되기까지 2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점점 돌연변이가 심하고 유전적으로 더 불안정한 세포들이 더 많이 살아남게 됩니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활발하여 아직 육안으로 보일정도로 암덩어리를 형성하진 못하고 숨죽이며 있는 상태입니다.

E2.png

탈출 (Escape)

이제 살아남아 암세포들은 면역감시체계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수를 쓰기 시작합니다.

1. 면역 기능 감소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암에 더 잘걸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기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나이가 많을수록 암에 더 걸릴 확율이 높이지기도 합니다. 이런 개념을 흔히들 '면역력'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암세포들은 면역기능을 억제시키는 신호물질을 발생시킵니다. 이를 면역억제 사이토카인 (immunosuppresive cytokines) 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물질로 TGF-β나 IL-10 등이 있습니다.

E3.png

또한 우리 몸 자체에도 면역기능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절 T 세포 (Treg) 와 골수유래 억제세포 (MDSC) 등이 있습니다. 암세포는 이들로 하여금 면역기능을 억제시키도록 유도합니다.
E4.png
E5.png

2. 암세포의 변형

수상돌기세포가 활성화되어 세포독성 T세포와 함께 암을 죽이려면 암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항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암세포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이 항원이 적어지고, 암세포를 알아차리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E6.png

3. 암세포 주변 환경

암세포 주변 환경이 변합니다. 이로 인해 면역 세포들이 암세포 근처로 오지 못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고, 산소가 매우 부족하며, 또한 면역기능 억제 신호물질들이 많이 분포하게 됩니다.

E7.png

4. 체크포인트 리간드와 수용체

체크포인트 (checkpoint) 는 직역하면 '검문소'라는 말입니다. 세포독성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려면 검문소에서 걸려야하는데, 어떤 암세포는 이 검문소를 그냥 지나치는 프리패스를 가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PD-L1 (programmed death-ligand 1)과 CTLA-4 (cytotoxic T-lymphocyte-associated antigen-4) 입니다. 이러한 체크포인트 리간드를 가지게 되면 세포독성 T세포는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됩니다.

최근 개발된 대부분의 면역치료제들은 바로 이 체크포인트 리간드나 수용체를 억제시키는 약제입니다. 즉, 암세포가 검문소를 그냥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약들인 것이죠.

E8.png
(이필리무맙 ipilimumab 은 CTLA-4 억제하는 항체입니다.)


이런 식으로 암세포는 우리 면역체계를 속이고 탈출하게 되면 몸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아직까지 암면역학은 완전히 밝혀진 상태는 아니며, 의학계에서도 이러한 암의 면역수정기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암면역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면역학의 발전과 면역치료제의 개발로 암치료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Reference

  1. Gavin P. Dunn, Lloyd J. Old, and Robert D. Schreiber. THE THREE ES OFCANCER IMMUNOEDITING. Annu. Rev. Immunol. 2004. 22:329–60.
  2. Deepak Mittal, Matthew M Gubin, Robert D Schreiber, and Mark J Smyth. New insights into cancer immunoediting and its three component phases — elimination, equilibrium and escape. Curr Opin Immunol. 2014 April ; 27: 16–25.

M-SHAPE 배너.png
투명배경.png

전문가들이 직접 쓰는 최초의 STEEM 의학 매거진

https://mediteam.us

Sort:  

와.. 대단한 설명입니다.
완전한 논문급이군요..
그럼에도 이해하기 쉽게쓴..

암세포와 바이러스가 비슷하게 행동하나 보군요.
혹시 결정적인 차이가 있나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현재 암세포의 여러가지 특징 중 '면역'에 관해서만 쓴 글인데요, 사실 암세포가 되기 위해 갖게 되는 능력들은 여러가지가 있답니다! 바이러스와 비슷할 수 있지만, 수년에 걸쳐 그런 다양한 악성 돌연변이를 거치고 불안정적인 유전자 및 염색체를 가져서 자꾸자꾸 변하고 자기복제도 무한대로 하게되며 노화신호도 무시하고, 스스로 생존을 위해 무작위로 주변에 혈관을 생성시키는 등이 그것이겠네요 ㅎㅎ

알기 쉽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쉬운 설명과 귀여운 그림이 압권이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마라송님 이모티콘 귀엽네요- 잘 봐주셔서감사합니다 ㅎㅎ

암세포가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암은 문제되지 않는거죠?
사이토카인 뿌리는 빨간암 넘나 얄미운 것-_-)

보통 저 세포독성T세포가 암의 항원을 받아서 공격하기로 신호를 받으면 열심히 암세포를 죽이고 다닌답니다 ㅎㅎ 저 프리패스 (PD-L1 ligand 등) 을 획득한 암세포들을, 그 세포독성T세포가 공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거죠 - 이럴경우 면역력이 좋고 면역기능이 좋은 상태에서도 결국 그 면역체계가 암을 막지 못하는 상태인거죠 :)

암얘기를 이렇게 쉽게 해주니까 좋습니다.

쏘야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그리는거 많이 배워야할것 같습니다 ㅠㅠ

암... 너무 무서워요. ㅠㅠ

@relaxkim님께서 이 포스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리스팀을 해주셨군요~!

그림체 넘 귀여운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그림이 초딩실력이라...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해주시다니.. ㅎㅎ 리스팀, 보팅 하고 갑니다. 정말 좋은 포스팅입니다. 감사해요.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8
BTC 57483.55
ETH 3066.62
USDT 1.00
SBD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