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에 대한 답변이 가장 어려웠다.
유럽으로 교환학생 와서 가장 힘들었던 질문이 "How are you"였다. 한국에서의 '밥 먹었어?'처럼 비슷한 기능을 갖는 일상적인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입이 탁 막혔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할 말이 단 하나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항상 "Fine, Thank you, how about you?"라는 말이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Fine과 Thank you 그리고 And you로 이어지는 3단 콤보를 죽기보다 쓰기 싫었던 나로서는 비참함을 느꼈다. 주입식 영어공부의 산물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애석하게도 유럽에 발을 딛고 처음 며칠 동안은 이를 피할 수 없었다. 내 기분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Fine 또는 Good 만 주구장창 외쳐댔다. 괜히 어물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다. 그저 '예상치 못한'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내 머릿속에 How are you에 대한 대답의 선택지는 3개 뿐이었다. 좋으면 Fine, 적당하면 Good, 할 말 없으면 So. So 였다. 허탈했다. 영어를 좀 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너무 답답해서 다른 외국인들의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우선 그들은 질문부터가 다채로웠다. 물을 때 How are you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What's up, What's going on?, How is it going?등 여러 가지를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대답은 더욱 다양했다. 어제 있었던 일, 수업 중 짜증났던 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바빳던 일, 주로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생동감이 넘쳤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화두를 꺼내는 일이었다.
그렇다.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다. 반면 나는 언어를 면접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돌발 질문에 답하기 힘들듯이, 갑자기 물어 오는 그 안부가 두려웠다. 그래서 How are you에 규격화된 대답만 되풀이 했던 것이다. 딱딱할 수밖에 없다. 뭔가 준비를 한 후 대답해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대화에 준비할 게 뭐가 있나. 그냥 자기 있었던 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틀리지 않으려는 발버둥 때문에 How are you 뒤에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하찮은 정답이 따라오게 된 것이 안타깝다. 언어의 활용은 무궁무진한데 '정답'을 찾는 매몰 속에 우겨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 교환학생을 하면서 그 대가를 뼈져리게 치뤘다. 앞으로 영어를 대하는 방법을 완전히 달리 해야겠다. 언어는 맞고 틀리고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생각을 공유하는 하나의 도구이자 매개체라는 점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밀크티의 I'm fine 라는 곡이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난한 답변은 식사, 날씨, 기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영어가 아니라 한글로 물어도 "잘 지내?"에 답하는건 똑같이 어려운 것 같네요.
오....가사가 좋네요. 노래도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잘 지내?"라는 말에 답하긴 참 힘들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그냥 친구 만났을 땐 "밥 먹었어?"라고 인사 안부 묻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럴 땐 산파법으로 "잘 지낸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로 받아치시면...
소크라테스가 그러다.............
모르는 사이에 재미있는 대화가 오갔군요! ㅋㅋㅋ
긋 그뤠잇 ^^ 엔유? ㅋㅋㅋㅋ
오 요즘 유행하는 그뤠잇~이 있었군요!ㅎㅎㅎ
그리고 앤유? 가 빠지면 서운하죠 ㅋㅋ
한국사람들을 대부분 비슷하나봐요.
저도 Fine은 하기 싫고해서 I am kind of good만
주구장창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제일 하기 싫은데 가장 먼저 튀어나와서 저도 놀랐네요...
그거 피하려고 자꾸 다른 답변 쓰는 것도 영어 실력 좀 느는 데에 도움 되더라구요!
넘 공감돼요! 비슷하게 전 요새 전화영어를 하는데 오늘 하루 어땠냐는 질문이 항상 어렵더라구요. 그레잇 아니면 타이어드 한답니다 ㅋㅋㅋ
오 저두 전화영어했엇는데...비슷하네요! How are you 는 일단 빨리 넘어가고 다른 말 하기!
영어 실력 쭉쭉 키워보아요 ㅎㅎ
사진이 멋집니다, 어디 배경으로 찍으신건가요??
막상 외국인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c1h님이 느낀 것들을 알기 어렵겠네요...
체코 프라하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 그냥 하늘이 예뻐서 찍어봤어요 ㅎㅎ
저두 한국 100% 토박이라서....첨 느꼈을 땐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한국 영어 교육의 제일 큰 폐해중 하나가
'I'm fine thank you and you??'......이 표현 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표현들도 많은데 유독 이 표현만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ㅠㅠ
이거는 진짜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봅니다....ㅋㅋ
영어를 가~장 처음 배울 때 저 문장을 주구장창 반복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 이후로도 수많은 반복이 있었겠지만...처음이라서 머릿속에 남은 듯 합니다.
따라서 I'm fine thank you and you 그 폐해의 대표적인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I am fine thank you and you?
한국 영어 교육의 대표적인 문장인것 같아요 ㅎㅎ
획일화된 교육의 표본이죠...ㅠ
안타깝습니다...
주입식 교육의 흔적이..ㅜ
저도 요즘따라 영어를 회화 중심으로 조금 더 자유롭게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네네...
그냥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회화 중심으로 배우는게 훨씬 재밋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은 제 경험에선 한국 일본이 좀 강한 것 같더군요. 우리는 틀린 문장을 말하게 될까 창피해하고 망설이는 데 반해 서양애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려고 서툴게라도 끊임없이 던지죠. 그래서 동북아시아인이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다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중국애들은 또 거침 없죠. 그나마 얘들이 적극성에 대한 평균을 올려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도구로써의 언어. 공감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부터 '틀림'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게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의 적극성을 보면 앞으로 중국이 얼마나 더 크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구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