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영화 철학 토론 #005 "식민지, 앙코르 왓, 문화재 이야기" / "장자끄아노 - 투 브라더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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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훌륭한 평론들은 충분히 많다. 그럼에도 ⟪불식⟫ 편집부가 이런 코너를 마련했던 것은 그 영화자체에 대한 기술적, 감성적 혹은 문학적인 이야기 뿐만 아닌 영화가 담으려 했던 메세지들에서 혹여 불교적이거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찾아내면 어떨까 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담고 있는 스토리는 필요없다면 굳이 인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프랑스 파리Paris에 유럽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 미술관 기메뮤지엄Musée de Gumet이 있다. 이 박물관은 개화세력의 김옥균金玉均 (1851~1894)을 암살한 수구파 홍종우洪鍾宇(1854~)가 1890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일했던 곳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곳이다. 그 때 ⟪심청전⟫과 ⟪춘향전⟫과 같은 한국고전들이 그에 의해 프랑스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메에는 한국관이 따로 있고 그곳에서 삼국 시대와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많은 한국의 불화와 불상들을 만날 수 있다.

15세기 태국의 공격을 받았던 크메르Khmer가 앙코르Angkor에서 프놈펜Phnom Penh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400년 넘게 묻혀져버렸던 크메르제국의 앙코르 왓 문화재는 1800년대 후반에서야 발견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에 의해 식민지배 를 당했던 당시의 캄보디아 앙코르 유물들 70여점이 이 기메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당시 식민지를 관리했던 서구열강들이 식민지에서 가장 중시했던 것 중 하나가 그곳의 문화유산을 본국의 박물관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특히 불교유물들을 둘러싸고 국제분쟁의 주요한 하나의 안건 이 되고 있는 문제이지만 서구의 지식인들 중에서는 당시 식민지를 운영했던 열강들의 이런 행위는 현재 유물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있건 간에 그것이 ‘훔친행위’임은 분명하다고 자책감을 털어놓는 이들이 있다.


<툼레이더Tomb Raider, 2001>와 같은 앙코르 왓을 배경으로 하여 유명해진 헐리웃 영화도 있고 <화양연화花樣年華, 2000>같은 감성적인 배경의 홍콩영화도 있지만, <투브라더스Deux frères, 2004>란 영화가 이런 분위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스토리가 펼쳐지는 배경에 ‘식민지’와 ‘문화재’란 부차적이지만 의도적인 감독의 또 하나의 주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린 호랑이 형제의 이별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풀어가고 있지만 사실 앙코르 왓의 정글을 배경으로 한 서구 탐험가들의 부분적인 장면들을 염두에 두면서 보면 식민과 문화재 강탈에 대한 과거사를 보여주기 위한 다분히 의도된 부분이란 걸 눈치챌 수 있다. 영화를 만든 프랑스의 장자크 아노Jean Jacques Annaud 감독은 10여년 전 우리나라 영화제에 이 영화를 출품하기도 했다. 그는 통도사에 가서 호랑이 그림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자신의 또다른 영화 <베어L'Ours, 1988>의 주인공과 함께 곰과 호랑이가 단군조선 이야기의 주인공 둘과 일치 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배경이 프랑스 식민지와 당시 식민지에 와서 문화재 약탈이란 만행을 부렸던 자신들의 욕심을 꼬집으며 그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전개는 매우 주요한 부분이라고 스스로도 지적했다.

앙코르 왓 현지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초반 에 당시 앙코르 왓의 신상들의 다리부분을 잘라서 본국으로 이송하는 장면들을 가벼운 연출 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분명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서구의 미술관과 박물관들에서 수없이 많이 발견되는 유물들 자체가 그 증거일 수 있겠다.


앞에 드러난 호랑이 형제의 이야기가 묘하게 오버랩되는데, 우리가 외국의 박물관에 가서 만나는 유물들은 그것이 만들어질 때의 정보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일본을 비롯한 서구의 열강들, 힘센 이들이 일방적으로 가져가서 처음부터 거기 있던 것처럼 우아한 서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데 까지,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거기에는 강한 소수 제국주의자들의 탐욕이 바탕해 있었다는 것.

오늘날 경제논리나 사회이론의 바탕에도 일부 똑똑한 탐욕들은 예쁘게 포장되어 다수의 약자들의 것을, 그렇게 '우아하게' 가로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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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_ 불식 1507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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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대영박문관을 간 적이 있는데, 사실 마음이 불편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서둘러 나왔었어요. 이집트,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 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약탈했음이 틀림없는 문화재들이 당당히 그곳에 있는게 왠지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우리는 그런 과거 식민지의 흔적들을, 상처들을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이나 경제수준으로 다시 반복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하면 그 아픔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나 고민하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영국제는 경비밖에 없다" 유명하죠. 당시는 당연했지만, 오늘날엔 우리 모두가 논의해봐야 할 만한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과거의 흑역사를 또 자행하거나 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군요. 깊이 공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빼앗긴것도 억울하지만 기존에 남아있는 문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네스코 - 서구식/불란서식 기준에 맞춰서 문화재와 전통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세계가 움직이는 것도 '우아하게 가로채는,' 교묘하게 자신들의 방식을 따르게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보입니다. 유네스코 도시가되면 관광지로 명성을 가지고 경제가 부흥한다는 논리도 있지만요.

현재 미국에서 진보성향이 강하기로 알려진 동부의 몇 대학에서는 예술의 역사시간에 동양에서 약탈해온 아트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시간날때 기억해두고 영화를 꼭 보아야겠습니다.

대학에서 그런 사실을 가르친다니 좋은 현상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의 유물을 어떤 경로로든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니까요... 유네스코에 대해선 항상 강대국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다보니 그런 측면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보질 못했군요. 정성스런 답글 감사드립니다. 왠지 @mintvilla님은 오래뵙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느낌적인 느낌...^^

독일의 경우 나미비아 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있다가 작년 터키사건당시 터키의 나미비아 언급 이후 겨우 사과하는등 사실 서양열강들의 현재 식민지 태도를 보면 좀 모순된게 많죠. 포스팅 잘봤습니다.

@gochuchamchi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익과 명분을 동시에 챙기기는 어려울테니 ㅎㅎㅎ 그들이 좀 많이 대인배의 태도(?)를 보아주었으면...하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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