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맛집을 만나다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친한 선배가 부인과 함께 방콕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그것도 타지다 보니 만나서 식사한번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선배 부인이 좋은 음식점을 골랐다고 식당 주소를 알려줘서 보니 ‘와! 큰 길가도 아니고 외진 골목길에 있길래 이거슨 맛집의 징조’를 외치며 GPS를 따라 졸래 졸래 음식점을 찾아 나섭니다.

역시 맛집은 샛길에 있죠. GPS를 따라 샛길로 들어서니 허름한 가게가 나오고 어! 이거 완전 대박을 외치고 선배부부와 함께 입장을 하는 순간… 음…… 손님이 모두 한국인인 아주 특이한 상황이 저희들의 눈앞을 사로잡습니다. 얼마나 맛집이길래 한국인들만 이렇게 찾아오나 싶었습니다. 태국요리를 잘 모르던 선배 부부를 대신해 이리저리 주문을 합니다. 시키고 싶은거 다 시키라길래 일단 태국에 오셨으니 똠얌꿍부터 쏨땀, 물고기 튀김, 등등 이거저거 시키고 음식을 하나 하나 음미합니다.

마치 심사위원의 평가를 기다리듯 선배부부의 시선은 저의 혀 끝으로 향하고 심사위원은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말합니다.

이거 진짜……. 이런말 하기는 그런데……. 영~아닌데요?

알고보니 선배의 부인께서 네이X블로그에 나온 맛집이라고 하길래 의심없이 일정을 그렇게 잡고 저를 초대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미안해하셨지만 일명 ‘주입식 맛집’이 탄생하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오로지 현지인 맛의 기준으로 현지인 밖에 없는 음식점으로 안내해드렸더니 맛을 직접 비교해본 후에야 선배부부도 만족하시더라구요.

이렇게 맛이 없는 음식점이 어떻게 한국에는 ‘맛집’으로 등극해 관광객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일까요? 분명히 광고대행사 협찬 포스팅도 아닌데 한국인들은 네이X에 자발로 맛집이라고 포스팅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심리학 용어 ‘인지부조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지부조화의 사전적으로 정의를 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정의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등을 말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씩 경험할 수 있는 현상으로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미용실 가서 비싼 돈 주고 한 머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싸게 샀는 줄 알았더니 내가 산 가격보다 더 싸게 파는 경우가 많을 때

호감이 있는 사람인데 알고보니 정치적 성향이 자신과 극단에 있을 경우

등등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가 기대한 것에 비해 결과가 다를 경우 멘붕을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승리’라고 부르는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으로 ‘주입식 맛집’ 역시 동일한 방향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인지부조화 시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해외의 맛집을 보고 실제로 찾아가서 맛을 보았는데, 실제적으로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손님은 온통 한국인만 있는데다 재료도 별로고, 이게 무슨 맛인가 싶어요. 그런데 이 맛집을 오기 위해 거액의 비행기표도 끊었고, 소중한 시간도 냈고, 걸어 오느라 힘도 썼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 나라에 언제 또 올지 모릅니다. 이 음식점에 와서 식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귀중한 시간입니다. 다시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인지부조화가 시작됩니다. 불편한 심리가 계속되니 우리의 뇌는 다시 균형을 찾기 위해 새로운 마음을 주입합니다.

부조화 감소행동 첫번째 – 태도를 변화시킨다.

먹어보니 맛은 아마 내가 현지인 입맛이 아니다보니 모르는게 분명해요. 아마 현지인이라면 맛있게 느낄지도 몰라요. 이건 분명 맛있는 음식일거예요.

이건 맛집이다. 이건 맛집이다. 이건 맛집이다.

부조화 감소행동 두번째 – 보상이나 처벌을 크게 생각한다.

비교해보니까 길에서 파는 포장마차가 현지인이 많긴 하지만 왠지 비위생적일거 같아요. 혹시 여행왔는데 배탈나면 큰 일이거든요. 그리고 이 맛집(?)은 양도 푸짐한거 같아요. 분명 어제 먹은 곳보다 양이 곱절은 많은거 같기도 하고 가격도 조금 싼거 같아요.

그렇게 우리의 뇌는 우리를 속이지만 여전히 100% 마음이 깔끔하지 않습니다. 귀국을 하고 네이X블로그에 후기를 또 남깁니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맛집이라고 인정하는 글을 보니 진짜 맛집을 다녀온게 분명합니다!! 드디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를 보고 다른 관광객이 또 주입식 맛집을 탐방하게 되고 또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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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맛집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대화되는 해외다보니 이렇게 주입식 맛집도 탄생하게 되고 어디가 진정한 맛집일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괜히 주입식 맛집 갔다가 시간과 돈만 다 날리고 올 것 같은 경우에는 간단하게 숙소 직원 또는 인근 가게 점원한테 물어보면 됩니다.


현지인이라면 어린시절부터 습득한 분명한 맛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통해 근처 음식점의 맛을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평가도 듣기 때문에 관광객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는 한국인 말고 다른 나라 관광객들의 정보를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립어드바이저’가 있는데요 음식점의 평가 결과를 언어별로 볼 수가 있습니다.

입맛이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 다수가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가 있어 주입식 맛집이 되는 결과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맛이라는게 사실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맛는 완벽한 맛집을 찾기란 쉽지가 않지만 조금이나마 외부의 정보에 신경을 쓴다면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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