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사냥꾼 - 이적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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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사냥꾼] by 이적

언젠가, 사람의 예술적 "재능"은 한 쪽으로 흐르는 듯 하다고 쓴 적이 있다. 자세히 말하면, 우리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음악, 미술, 문학 등등의 분야 중 한 가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다른 분야에서도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그러할 가능성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그림도 잘 그릴 가능성이 많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음악에 조회가 깊거나 악기를 더 잘 연주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단지 악기 연주에 있어 극히 필요한 기술적인 연마가, 기계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되지 않아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것일 뿐.

정바비의 산문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읽었을 때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가, 이적의 글을 읽으며 더욱 확고해진 것이, 어쩌면 바로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르는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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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笛' 은 피리를 뜻하는 한자이다. 스스로 이적은 자신을 '피리부는 사나이'라 칭하며,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 부르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인으로 살아가고자 그런 가명을 만들었다고 하니, 타고난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음악에는 그만의 색깔이 분명할 뿐 아니라, 한 곳에 매여 한가지 음악을 고집하지도 않으며, 패닉에서 카니발 긱스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거치며, 다시 이적 솔로 음반을 내기까지,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 왔다. 정말이지... '달팽이'부터 최근 곡 '거짓말거짓말거짓말' 까지, 그가 만든 노래들은, 노래말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성스럽기 까지 하다. -설마 '거위의 꿈'을 아직도 인순이의 노래라고 알고 있는 독자는 없기를 바란다. 이 명곡은 카니발 활동시, 김동률이 작곡하고 이적이 가사를 쓴 곡이다.

[지문 사냥꾼]은 이적이 쓴 소설집이다. 10년도 넘은 오래 된 책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난 그때 뭘하고 있었을까. 주로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 그동안 얼굴보기 힘들었는데, 최근 몇몇 예능에 출연해서 하는 말들이 참 맛있게 착착 달라붙는다 했더니, 역시 그는 훌륭한 뮤지션이었고 훌륭한 이야기꾼이며, 작가였다. 이렇게 새롭고 이해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라니...

보통 환상소설 이라고 하면, 독자들은 일단 현실세계에서의 '불납득'이라는 전제를 깔고 그 자신 또한 환상이라는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만 그 이야기를 소비한다. 나같은 공상 좋아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이다지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은 환상 속에서 유영하다가 자리도 못잡고 끝나버리는 이야기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어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지문 사냥꾼]은 나만의 환상처를 만들 필요가 없는 소설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적 자체가 현실에 반듯하게 서 있으면서 이야기들을 공중에 장난스럽게, 진지하게 또는 능수능란하게 하나씩 집어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잡으려고 공중에서 허우적대지 않아도되고, 이적의 관점을 따라가며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적 만이 가진 새로운 작법이며, 나와 같은 공상 혹은 환상소설을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겐 보급형 환상 소설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는 소설이다.

너무너무 웃기고 너무너무 재치있으며,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 책! 끊임없이 폭소가 나오고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보게 만든다. 체신머리 없이 혼자 킥킥대는걸 누가 볼까봐.

항간에 여성학자인 이적의 어머니가 하는 '영재 아이로 키우는 법'이니 뭐니하는 강연도 하고 그러던데 나는 절대 그걸 읽거나 듣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강연을 할 만은 하다ㅋ 이리 잘난 아들을 셋이나 두셨으니 말이다.

책에 대한 말은 안하는게 좋을듯 하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들이라 직접 책으로 확인하는 편이 나을 것이므로^^

이적이라는 뮤지션을, 작가로 생각하게 만드는 엄청난 상상력과 기발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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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예전에 분명히 사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 책장을 보니 책이 없네요ㅜㅜ 단편 몇 개가 기억이 날 듯 말 듯합니다. 그중에서는 파이프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스포를 안 하려고 최대한 간략하게 썼어요. 파이프가 맞나? 싶기도 하네요. 윗집아랫집 화장실이었나요?) 기억을 더듬다보니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표지가 예뻤고 본문도 독특한 그림들과 활자 연출로 즐거웠어요ㅎㅎㅎ

ㅋㅋ 파이프 이야기 찾아거 다시 읽으세요 ㅎㅎ 이 소설들은 말로 만들어 옮기면 재미가 없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막 이야기 해주고 했는데 ㅋ 아무도 안 웃더라는 ㅋ 물론 다 웃기지는 않지만...

요즘 은근 환상소설이 땡깁니다.
바쁘다는 것만 빼면 책읽기 딱인데... ㅠㅠ

이 책은 단편이고 가벼워서 바쁜 중간중간에 휘리릭 읽기 쉬우실거에요. 불랙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요

이적이 작가이기도 하군요 몰랐어요. ㅎㅎ
이책도 읽어야 되겠네요 부담....ㅎ

ㅎㅎ핑거스미스는 잘 읽으셨나요?

아직 시작을 못했네요 ㅎㅎ

가사를 듣고 자기의 세계에 색깔이 선명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소설도 썼군요. 소설요.
한번 손에 붙여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책도 그렇더군요 어디서도 본적 없는 글^^

소설까지 쓴 사람이었군요. 넘사벽입니다ㄷㄷ
Bookkeeper님도 책 쓰셔도 될 것 같아요

홀... 저는 스티밋에 입문하고 글쓰는게 겁나고 부끄럽습니다ㅜ 워낙에 잘쓰는 분들이 많아서... 그 와중에 저를 칭찬해 주시는 분들은 정말 착하신 분들입니다^^

글을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소설도 있다는 건 몰랐네요! ㅎㅎ
예술적 재능이 타고났다고 해야할지... 저같은 사람은 참 부럽네요!
예술쪽은 영~ 꽝이라...ㅠ

저도 부럽습니다. ㅜ

재능이 진짜 많은 분이시죠~저도 좋아하는 가수 중 한분이시기도 하고~저 책은 진짜 옛날에 봤는데 단편이라 휘리릭봤던 기억이 있네요:)

저는 그야말로 포복절도하며 읽었어요 ㅋㅋ

저 이적 좋아해요. 노랫말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심지어 가치관도 훌륭하더군요. 그의 책이라면 믿고 봐야겠는걸요. 오늘도 너무나 멋진 리뷰 감사드립니다.

믿고 보세요 에빵님! 정말 웃겨요 ㅋㅋ

이적이 요즘 예능에 나오는 줄은 몰랐어요~
요즘 보는 예능이 딱 몇개 정해져 있어서 이것 저것 못 보게 되네요~
예술적 재능이 한 가지가 있다면 그 쪽 방면에서 두루두루 잘 할거라는 말은 맞는 얘기인 것같아요~~

요새는 뜸 하던데 꽃보다 청춘에서 나왔었고 무한도전이나 요런 프로에 가끔 나왔어요. 사람 자체가 워낙 스마트 해서 말도 잘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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