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이입니다.

in #kr7 years ago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시댁 식구들이 그동안 애썼다며 뇌경색으로 오른쪽 편마비에 실어증이신 어머니를 서울에서 모시겠다 연락이 왔습니다. 서울의 요양병원에 입원시켜 6명의 자녀들이 한 번씩 병문안 할거라 합니다. 서울로 가신단 말을 듣고 어머니는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왜냐면 큰 병원에 입원하면 치료가 되시리라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재활의지는 최고입니다. 안전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연습부터 했습니다. 왼손에 지팡이 짚고 오른팔을 부축해서 걷기 연습을 많이 하셨어요. 10미터 가는데 온 몸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겨울에는 거실에서, 따뜻한 날에는 휠체어로 밖에 나가 걷기 연습을 꾸준히 하셨어요. 어머니 혼자는 일어서지도 못하시지만 일으켜 세우고 부축합니다. 발을 떼지 못하면 오른쪽 발 뒷꿈치를 살짝 쳐주거나 어깨를 올려주면 한 발 한 발 옮기십니다. 서울의 큰병원에 입원하면 치료가 되리라 믿으셨어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들어서자 어머니의 표정은 굳으셨습니다. 화가 많이 나셨지요. 식사도 거부하셨어요.
좋은 병원인줄 아셨는데 기대에 못미침을 표정으로 표현하셨습니다. 기저귀하시는 것을 굉장히 거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자니 나를 째려 보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머니는 시누이가 병원 가까이 살고 있어서 매일 병문안하면서 안정을 찾으셨답니다. 물론 입원하시고서는 그대로 와상환자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시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답답하실지 상상이 갑니다. 편마비 환자가 부축으로 걸었다는 사실을 병원에서는 믿지 않았습니다. 휠체어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침대에서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을 깍지끼고 팔을 올렸다 내렸다 운동하십니다.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밑에 넣고 올리십니다. 온 힘을 다해 있는 자리에서 홀로 운동하십니다. 마음과 달리 자주 찾아뵙지를 못합니다. 좋아하시는 설렁탕 사가지고 가면 한 그릇 비우시며 웃으십니다.
어머니를 서울로 모신다 할 때 저는 거절을 못했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많이 기울어서 자식들과 살 궁리를 해야 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 지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살아야 했기에 무능함을 탓하면서 체면과 자존심은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장기요양복지센터에서 가정방문 요양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가족요양을 했던지라 센터에서도 일자리가 있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날 믿고 일자리를 줬는데 잘 하고 싶었습니다. 하루에 세 분을 3시간씩 9시간. 20분내지 30분 걸어서 어르신댁을 방문하며 서비스해야 했습니다. 점심은 주로 손쉬운 미숫가루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때로는 호사를 누린다며 컵라면을 편의점에서 먹는 맛은 겨울에 온기를 주었습니다. 서비스 시간 만큼은 어르신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르신들은 딸 하나 생겼다 합니다. 이런 일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안쓰러워 하실때면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방문요양 서비스는 가사지원 중심이라 파출부 취급하시는 분도 때로 계십니다. 적은 본인 부담금으로 가정부하나 두었다 생각하시는 보호자도 있습니다. 물과 전기를 아끼는 집은 똑같이 아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가갑니다. 어르신들은 속사정들을 털어 놓으시며 들어줘서 고맙다 하십니다. 어르신마다 성격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 그 집에 맞는 서비스를 빨리 파악해서 다가갑니다. 근무한 지 3년차에 오른손바닥이 밤마다 통증이 왔습니다. 낮에는 참을 만 한데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손목 터널 중후근이라며 수술하자 합니다. 수술비, 생활비 걱정에 쉽게 결정을 못했어요. 퇴직을 해서 회복기간 동안 퇴직금으로 살면 되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5일간의 입원 기간 동안 빚 독촉 우편물 보지 않아 기쁘더라고요. 밤에 불을 켜놓고 있지도 못하고, 숨 죽이며 살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의 입원을 나름 즐겼습니다. 공황장애를 그 당시에 내가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최근에야 공황장애 겪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정의학과에서 신경 안정제와 어지럼증약등 처방받아 견디기 힘들 때 만 복용하였습니다.
수술 후 두 달 정도는 손에 힘이 없어서 일회용 청소포로 청소했습니다. 사치를 부렸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일회용 청소포를 사용합니다. 집에서 손을 아껴야 일을 할 수 있어서 입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일을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연금 납부하라고요. 건보에서도 치매전문교육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서둘러 재입사를 했습니다. 왜냐면 최소한 인지교육하면 가사지원은 덜 할 것 같아서 교육받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적성에 맞을 것 같았어요.
한 달에 2시간씩 기본 12번 방문, 혹은 20번 방문하여 치매 초기 어르신들의 회상 훈련, 기억력 향상 활동, 잔존기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사회활동 훈련등 인지교육과 잔존기능 유지를 위해 활동하는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치매특별등급은 올해로 만 3년이 됩니다. 그동안 열 두 분을 섬겼습니다. 지금은 두 분에게 인지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자녀분들 중에 가장 기억 남는 분이 계십니다. 따로 사는 딸인데, 아침 저녁으로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봅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불안한데 요양사가 오는 시간만큼은 안심된다 합니다.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셔서 작은 화분이라도 가끔 선물로 사오더라고요. 꽃을 바라보는 어르신은 미소가 떠나지않았습니다. 문맹자시라 좋은글이나, 전래동화를 읽어드리면서 다음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공을 주고 받으면서 숫자를 같이 세어보기도 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색연필 잡아봤다며 색칠도 곱게 합니다. 색종이로 바지, 저고리를 접다보면 어릴 적에 많이 접었던 기억이 난다 합니다. 아리랑이나 도라지 타령등을 부르면서 손잡고 춤을 추면 기분이 좋다며 한 번 더 하자 하십니다. 누가 보면 어떻하느냐 걱정도 합니다. 자녀들이 함께 살지 않으니 식사확인과 약복용을 하셨는지도 항상 챙겨야 합니다. 어머니가 우울증이 심하셨는데, 많이 웃고 표정도 좋아지셔서 고맙다고 보호자가 전해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지금이 귀중합니다. 어르신이 계시기에 저의 직장도 있습니다. 보고 싶었고 기다렸다며 반겨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감사합니다. 남은 여생도 지금처럼만 사시기를 바랍니다.
어르신~~사랑합니다!!

Sort: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저도 어르신들을 많이 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더욱 더 잘해야겠다 다짐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이럴땐 제가 스팀파워가 아주 많은 고래였으면 좋겠습니다...

Congratulations @ara881!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total payout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Congratulations @ara881!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Congratulations @ara881! You have received a personal award!

1 Year on Steemit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Participate in the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Collect World Cup badges and win free SBD
Support the Gold Sponsors of the contest: @good-karma and @lukestokes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ngratulations @ara881!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2 year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6
JST 0.030
BTC 68425.65
ETH 2646.01
USDT 1.00
SBD 2.68